[제작기] ‘남편’의 용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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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기] ‘남편’의 용기를 응원한다.
EBS ‘다큐프라임-남편이 달라졌어요’
  • 전영건 미디어초이스 팀장
  • 승인 2011.11.14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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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남편이 달라졌어요>
전영건 미디어초이스 PD

‘남편’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가정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존재가 남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변화로 가정이 변할까’, ‘남편이 달라지면 가정이 어떻게 변할까’ 등 복잡하고 추측성 가득한 생각으로 가득찼다. 그러던 중 부부관계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인 박성덕 선생의 ‘어떤 불화를 갖고 있는 부부든 노력하면 행복해집니다’라는 대답에서 기획의 실마리가 잡혔다.

2010년 겨울에 기획해 올해 초 출연자를 섭외하고 촬영에 돌입했다. 편집 등 후반 작업을 빼도 거의 5개월가량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솔루션을 진행했고, 방송은 8월경에 나갔으니 제작기간이 9개월 정도 걸린 것이다.

섭외과정부터 만만치 않았다. 부부 사이라는 것이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또 ‘원래 부부가 그렇지’라는 통념적 사실이 너무 강하게 뿌리 박혀 있어서 사례자들이 부부 문제를 주제로 출연을 결정하기까지는 힘든 일이 너무 많았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데도 남편의 강력한 거부로 물거품이 된 사례, 시댁이나 외가 가족들의 외압, 자녀들의 거부 등 넘어야 할 산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힘겹게 승낙을 받아냈지만 남편이 자신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 EBS <다큐프라임-남편이 달라졌어요>

결국 출연진은 대단히 용기는 낸 사람들이었다. 부부관계 회복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모든 걸 내던진 분들이었던 것이다. 이들을 위한 솔루션은 정서 중심적 부부관계 회복이라는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 단순히 기술적 코칭으로 일부 행동을 개선함으로써 부부관계를 회복시키는 게 아니었다. 부부 사이지만 나와 다름을 서로 인정하는 것, 상대가 왜 힘들었는지를 이해하는 것, 상대의 감정을 읽고 파악하는 것 등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더디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가장 안전하고 진솔한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징 기간 촬영 시 힘들었던 점은 PD가 직접 연출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굉장한 인내를 필요로 했다는 것이다.

중간에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출연자들을 독려하고 다시 솔루션을 받을 수 있도록 조율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예컨대 촬영초기에는 부부들이 PD를 매개로 대화를 했다. “그 사람이 오늘 뭐라고 했어요?”, “왜 안 나갔대요” 등 서로의 대화를 전달해주느라 진땀을 빼기도 촬영 도중 부부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연출자이기 전에 관찰자이고 관찰자이기 전에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어떤 선입견도 없이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보고 대하는 것이 PD들에겐 힘든 작업이었지만 출연자들의 입장에서도 그들이 변화하는 과정 자체가 고된 일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단 한 장면도 연출 없이 촬영해 나가면서 초반에 들었던 회복에 대한 의문들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회피와 용기의 반복된 과정을 거치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던 것이 한 순간에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관계는 급속도로 개선된 것이다.

어떤 부부들은 신혼 때 보다 더 사이가 좋아지기도 했다. 결국 촬영 말기엔 PD들에게 “왜 자꾸 오세요. 띄엄띄엄 좀 오세여”라고 농을 건넬 정도로 여유를 갖는 부부들이 생겨났다. 첫 스튜디오 녹화 땐 서로 쳐다보지도 않던 부부들이 마지막 녹화 땐 두 손 꼭 잡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행복한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말 뿌듯하고 가슴 벅찬 광경이었다.  

▲ 전영건 미디어초이스 PD
‘이제 효도는 자식이 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하는 세상이 되었다’고 전문가들이 말했다. 그 만큼 부부관계가 중요한 것이고 부부관계가 좋아야 세상살이를 하는 모든 일들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점을 빗대어 한 말이다. 가정이 살아야 한다는 것. 우리나라가 잘 살기 위한 초석이다. 가정이 잘 살기 위해선 부부관계가 좋아야 하고 부부관계가 좋아지기 위해선 남편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손을 내밀기 위해선 대단한 용기가 뒤따라야 한다.

 이를 두고 많은 남편들은 손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억울해하지만 좀 더 크게 보면 그게 나의 행복이고 삶의 원동력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많은 대한민국의 부부들이 ‘용기’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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