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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과 ‘문명’이 만나는 곳, 태평양

[인터뷰] SBS 창사특집 4부작 ‘최후의 바다, 태평양’ 김종일·한재신 PD 방연주 기자l승인2011.11.14 15: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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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의 섬의 여인들이 ‘훌라’를 춘다. 서구는 태평양의 섬을 ‘야만’으로 치부해 정복의 대상으로 삼거나 지상 낙원으로 상징화했다. 신화가 담긴 춤과 노래를 관광 상품으로 전락시켰다. 이처럼 서구 시각에 매몰된 태평양의 섬을 우리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풀어낸 작품이 있다. SBS 창사특집 4부작 SBS <최후의 바다, 태평양>(연출 김종일·한재신)이 지난 13일 밤 11시 첫 방송됐다.

<최후의 바다, 태평양>(이하 <태평양>)은 태평양 섬들의 시원한 풍광을 담아내는 것은 물론 ‘문명’과 ‘야만’이란 주제로 인문학적으로 풀어냈다. 내레이션은 배우 김주혁이, 영화 <괴물>, <마더> 등의 음악감독을 맡아온 기타리스트 이병우 씨가 나서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목동에 위치한 SBS 사옥 내 한 카페에서 연출을 맡은 김종일·한재신 PD를 만났다.

   
▲ SBS <최후의 바다, 태평양> 연출을 맡은 한재신 PD(좌), 김종일 PD(우) ⓒPD저널

제작진은 지난 2008년 여수세계해양박람회가 선정되면서 ‘바다’를  기획의 실마리로 잡았다. 김 PD는 ‘적도의 침묵’의 저자 주강현 교수와 만나 소재를 구체화 시켰다. 서구의 시각이 아닌 우리의 시각으로 태평양을 다시 바라보되 태평양 섬에 얽힌 ‘여자’와 ‘돈’등의 관계에 대해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제작진은 지난해 말부터 1년 가까이 약 20개의 태평양의 섬들을 오갔다. 제작비는 13억 원이 투입됐고 국내·외 제작진만 해도 약 50여 명 등이 참여했다. 영상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김 PD는 전작 <최후의 툰드라>에서 사용한 캐논 5D MARK2라는 고화질 카메라를 수중촬영까지 시도해 태평양의 화려하고 시원한 색감을 담아내는데 주력했다.

태평양 섬들은 작지만 ‘전통’과 ‘문명’이 충돌하는 곳이었다.  한 PD는 “솔로몬 제도의 외딴 섬부터, 파푸아뉴기니, 익히 알려진 하와이까지 우리나라가 발전해온 과정이 그대로 담겨있다”고 말했다. 태평양의 섬들이 우리가 겪어온 시대의 축소판인 셈이다.

김 PD는 파푸아뉴기니의 외딴 섬 키리위나에서 만난 소녀들의 사연을 꼽았다. 김 PD는 “키리위나는 전통과 풍습이 상당 부분 남아있다”고 밝혔지만 “(우리나라처럼) 공부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며 경쟁에서 이겨야 인생을 행복할 게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야간자율학습을 할 정도”라며 문명이 스며든 현장의 목격담을 전했다.

그럼에도 태평양 섬에는 여전히 그들만의 삶의 속도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다소 느리지만 소박한 삶을 꾸리며 또 다른 행복과 풍요를 맛보는 것이다. 김 PD는 “(태평양 섬 사람들은) 시계 없이 살아서인지 약속 개념이 굉장히 약하다”며 “(제작진을 포함해) 소위 문명인은 업무 흐름에 쫓기며 살지만 그들은 자연 흐름에 맞춰 산다. 오히려 그게 맞는 흐름인 것 같다”고 밝혔다.

한 PD도 현장에서 겪은 생생한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다. “화장실 문제가 애매했어요. 쑥스럽기도 해서 해뜨기 전에 바닷가로 향했죠. 하늘에는 쏟아질 듯한 별들이 떠 있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변에서 볼 일을 보는데  이게 언제 해볼 수 있는 경험일까 싶더라니까요”(웃음)

   
▲ SBS <최후의 바다, 태평양> 중 1부 '상어와 여인' ⓒSBS

앞서 지난 13일에 방영된 1부 ‘상어와 여인’에서는 신화로 여겨지는 상어를 몸짓으로 표현하는 여인들의 모습이 서구의 열강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었는가를 되짚었다. 서양 열강은 태평양의 섬을 제압할 당시 여인들이 추는 전통춤 ‘훌라’, ‘타무레’의 춤사위에 매료됐지만 그들의 전통춤을 두고 문란하다고 여겨 파괴시킨 이면을 소개했다.

2부 ‘야만과 바다’(20일)에서는 수중 생물들의 생태계를 추적한다. 혹등고래, 상어, 털갯지렁이의 일종인 팔롤로의 모습을 담아낸다. 특히 일본 오키나와의 돌고래 전문 촬영팀이 나서 영상으로 잡아내기 힘든 돌고래의 수유 장면 외에도 혹동고래가 짝짓기를 위해 구애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3부 ‘낙원의 조건’(27일)에서는 태평양 원주민이 누리는 풍요에 주목한다. 솔로몬 제도의 외딴섬 산타카탈리나는 시간이 멈춘 곳으로 단순한 삶이 주는 풍요와 행복이 살아있다. 마지막으로 4부 ‘비키니의 노래’(12월 4일)는 에필로그 형식으로 비키니섬의 사연에 주목한다. 원주민말로 ‘코코넛의 땅’을 의미하는 비키니섬은 원폭실험의 피해를 겪은 곳이다. 서구로부터 무려 23번의 원폭 실험이 자행됐다. 제작진은 원주민에게 남겨진 가혹한 역사의 단면을 전한다.

이처럼 제작진은 4부에 걸쳐 태평양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으나 아쉬움이 없진 않다. 김 PD는좀 더 완성도 있는 영상을 찍기 위해 다소 부족했던 제작기간과 인력에 대해,  한 PD는 원주민과 현지어 대신 영어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그들만의 감성과 느낌을 표현하는 주옥같은 말을 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태평양 섬의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노력했다고 자부하는 제작진들은 시청자들이 있는 그대로 봐주길 하는 바람을 덧붙였다.

“우리는 무엇을 볼 때 서구의 정리해준 시각으로 바라보기 마련이잖아요. 시청자들은 서구 시각이 아닌 다른 면을 찾았으면 해요.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낮다고 해서 원주민의 삶의 질이 절대 낮은 건 아니니까요. 나름의 삶의 방식으로 행복을 일구는 모습을 담담하게 볼 수 있길 바랍니다.”


방연주 기자  nalav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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