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차량 폭파 ‘권고’로 끝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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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차량 폭파 ‘권고’로 끝났지만…
與측 위원들 “리얼 버라이어티의 영화 기법 차용”에 문제제기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1.11.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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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7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스피드 특집’의 차량 폭파 장면 ⓒMBC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심위)가 17일 MBC 주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스피드 특집’ 편에 대해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권고’를 의결했다.

방심위는 이날 오후 3시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9월 17일 방송된 <무한도전> ‘스피드 특집’ 편이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순간적으로 충격을 주고, 청소년들에게 위험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도록 만들 우려가 있는 차량 폭파 장면을 반복적으로 청소년 시청보호 시간대에 내보낸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심위는 제작진이 차량 폭파 장면을 촬영하면서 실제 차량이 아닌 프레임만 남은 폐차를 이용하고 화약 대신 기술자에 의한 통제가 가능한 LPG 점화장치 등을 사용했으며, 촬영 전 관할 소방서에 신고해 살수차를 대기시키고 의료진 또한 대동했다는 점 등에서 안전조치에 관한 법 규정을 준수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무한도전>이 ‘리얼’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적 기법을 차용, 차량 폭파 장면을 연출한 뒤 자막 등을 사용해 해당 장면이 연출됐다는 사실과, 따라하지 말라는 주의 등을 넣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향후 제작에 유의하도록 ‘권고’를 결정했다.

▲ 지난 9월 17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스피드 특집’의 차량 폭파 장면 ⓒMBC

‘권고’로 결론 났지만…여당 측 “차량 폭파는 통상 테러, 사람 응징 수단으로 차량 폭파라니”

당초 이날 전체회의에선 <무한도전>에 대한 중징계가 점쳐졌다. 지난 10월 26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 당시 ‘주의’(2인)와 ‘경고’(1인) 등 법정제재 의견이 행정지도인 ‘권고’(1인), ‘의견제시’(1인) 등보다 많았던 탓이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도 여당 측의 엄광석 위원은 “<무한도전> 제작진은 LPG 점화장치와 차량을 뒤집는 장치 등을 사용해 폭파 장면을 촬영했다고 밝혔지만, 일반 시청자들은 (화약을 사용한 보통의) 차량 폭파 장면으로 봤을 것”이라며 “제작진의 창의성을 존중하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를 속인 행위였던 만큼 (방송심의소위에서) ‘경고’ 의견을 낸 바 있다”고 밝혔다.

엄 위원은 “제작진은 영화적 기법을 차용했다고 하지만 영화에서 차량 폭파 장면이 나오는 대부분은 테러”라며 “<무한도전>에선 출연자가 주어진 미션을 이행하지 못해 이에 대한 벌로 차량을 폭파했는데, 사람을 응징하는 수단으로 차량을 폭파할 수 있는지 상식선에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마찬가지로 여당 측 위원인 권혁부 부위원장도 “시청자에 대한 정직은 방송에 필수적인 요소”라며 “아무리 영화·드라마적 기법을 차용했다 하더라도 (<무한도전>이)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만큼 (진짜 차량 폭파가 된 게 아니라는 걸) 시청자들이 알 수 있도록 (자막 고지 등) 제작 상 서비스가 필요했다. 이와 같은 제작 관행을 불식시키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주의’ 의견을 남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만 위원장을 비롯한 4명의 여당 측 위원들은 △<무한도전>이 차량 폭파 장면 방송 이후 주의 자막 등을 내보내지 않은 점 △영화의 허구적 기법을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무리하게 적용한 점 등을 문제 삼았으나, 해당 장면을 촬영하면서 안전조치와 관련한 법 규정 등을 준수한 점을 감안,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권고’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야당 측 위원들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야당 측의 박경신 위원은 “현실과 허구를 혼동해선 안 된다. <무한도전>이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긴 하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훈련된 연예인들과 함께 마치 리얼리티인 듯한 일종의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경신 위원은 “출연자인 노홍철씨의 차량 폭파 장면과 관련해서도 ‘출연자들이 미션을 풀지 못해 (노형철씨 차량을 폭파함으로써) 징계를 했구나’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차량 폭파 장면을 어떻게 구현했을까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라며 “그러한 궁금증, 호기심이 해당 프로그램의 매력이다. 이 정도의 창의력은 허용해야 하며, 실제 폭파가 아닌 이상 (방심위에서) 문제 삼을 수 없다. ‘문제없음’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야당 추천 위원인 장낙인 위원도 “<무한도전>의 실험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모방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는 오락 프로그램이 아닌 뉴스에서도 나오는 부분으로 (<무한도전>만 특별히) 제재받을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방송심의소위에선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권고’를 제안했지만, ‘문제없음’으로 의견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장 위원은 그러나 ‘권고’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자는 취지로 박만 위원장이 ‘권고’로 의견을 바꿀 것을 권유하자 고심 끝에 ‘권고’로 다시 의견을 바꿨다. 결국 ‘권고’(5인), ‘경고’(1인), ‘주의’(1인), ‘문제없음’(1인) 등으로 ‘권고’가 최종적으로 의결됐다. 하지만 행정지도인 ‘권고’가 누적될 경우, 차후 심의에서 강도높은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만 위원장 “‘무한도전’ 표적심의 아니다”

<무한도전>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박만 위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무한도전>에 대한 ‘표적심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방심위가 출범한 지난 2008년 이후 대표적 연예·오락 심의 통계 자료 뽑아본 결과 <무한도전>만 유독 많은 심의를 받았다는 주장은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무한도전>은 방심위 출범 이후 현재까지 총 10회(법정제재 3회, 행정지도 7회)의 심의를 받았다. 또 KBS 2TV <해피선데이> ‘1박2일’은 총 13회(법정제재 2회, 행정지도 11회) 심의를, SBS <일요일이 좋다>는 10회(법정제재 3회, 행정지도 7회)의 심의를 받았다.

그밖에도 MBC <놀러와>는 8회(법정제재 3회 행정지도 5번), SBS <야심만만>은 8회(법정제재 1회 행정지도 7회), <강심장>은 7회(법정제재 2회 행정지도 5회), <스타킹>은 6회(법정제재 3회 행정지도 3회), KBS 2TV <해피투게더>는 6회의 심의를 받았다.

박 위원장은 “제재 사유 역시 3개 방송사가 대체로 방송 언어, 저속한 표현, 광고효과 제한 등으로 비슷했다”며 “<무한도전>만 유독 많은 심의 제재 받았다는 주장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무한도전>은 우리(방심위)가 인지해서 심의에 올린 사안 아니고 민원이 접수돼 (심의가) 진행된 것”이라며 표적 심의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방심위의 심의가 특정 개인 혹은 단체의 민원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논란도 존재한다.  

한편 이날 방심위는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대해 청소년 시청보호 시간대에 욕설과 저속한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특정 휴대전화 및 커피전문점이 반복 노출됐다는 이유로 ‘주의’를 의결했으며, SBS 드라마 <내 사랑 내 곁에>와 <뿌리깊은 나무>에 대해 비윤리적 내용과 간접광고, 어린이를 포함한 다수 출연자의 욕설 등을 이유로 ‘경고’와 ‘주의’를 각각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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