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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파는 몽상가

|contsmark0|우리가 상상력을 잘 발휘한다면 일상이 보다 즐거워지지 않을까. 이런 말은 몽상가의 헛소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매우 현실적인 이라도 ‘아멜리에’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contsmark1|‘델리카트슨 사람들’에서 ‘에일리언4’에 이르기까지 유별난 이미지 상상력을 발휘해온 장-피에르 주네는 이번에도 그만의 기발하고 독특한 이미지 상상력으로 따분하고 힘 빠진 일상에 생기와 매력을 불어넣는다. 이번에는 깜찍하고 도발적이며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아멜리에 - 영화 속에선 ‘아멜리’로 불리지만 미국식으로 ‘아멜리에’로 번역돼 나온다 - 를 등장시켜 행복한 이미지들을 화면 가득히 퍼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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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어느날 찾아온 일상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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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자폐 상태에서 지내는 외로운 소녀 아멜리. 자신의 외로움을 상쇄하기 위해 옥상에 올라가 어느 지붕 밑에선가 일어나는 몇 건의 오르가슴을 세는 괴팍한 취미나 즐기며 사는 조숙하고 삐딱한 소녀이다. 그녀는 또래가 흔히 빠지는 이성애 판타지도 없다.
|contsmark6|그런 아멜리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마치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자신의 기이한 존재감을 발견하는 실존적 깨달음처럼. 다이애나가 자동차 사고로 죽은 뉴스에 놀란 아멜리는 벽 속의 쥐구멍에서 발견한 낡은 철통상자를 발견하면서 주변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contsmark7|아멜리 눈에 비친 일상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슬프고 외로운 존재들이다. 낭만과 데까당트한 파리의 이미지라는 우리의 허상과는 전혀 반대되는 일상의 남루한 초상이다. 바람난 남편에게 버림받은 과부의 푸념에 쌓인 삶, 성질 못된 과일상과 그에게 늘 구박을 받는 소년.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위대한 그림만 베끼며 사는 모사화가. 밤마다 즉석사진기 밑에 버려진 증명사진을 주어서 가족앨범을 만드는 섹스 숍의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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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그녀가 불러오는 일상의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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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이제 아멜리는 이들 모두의 일상을 바꾸는 사건들을 만들어 나간다. 아멜리는 버림받았던 과부의 편지를 짜깁기해서 남편의 거짓 사랑의 편지를 만들어 수십 년만에 배달되도록 일을 꾸민다. 난쟁이 인형이 세계적인 명물 앞에서 찍은 사진을 아버지에게 보내기도 한다. 못된 야채상의 집에 엉망으로 만들어 그를 거의 정신병자로 만들어 착한 점원을 구해주기도 한다.
|contsmark12|아멜리의 종횡무진으로 주위의 우울한 일상이 활기와 희망 속에서 윤기를 내며 빛을 발한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과부, 신나게 야채를 파는 소년, 사랑에 빠진 카페 종업원, 난장이의 세계여행 사진을 모으며 경이로운 현상에 혀를 차는 아버지… 주변의 변화에 못지 않게 아멜리도 자기 속에 변화를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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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4|발칙한 상상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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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6|낭만적 사랑 따위는 믿지 않던 아멜리는 즉석사진을 모은 앨범의 주인공인 외로운 사내에게 점점 끌려든다. 아멜리가 그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고도의 호기심과 퍼즐게임을 능가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들로 풀려나간다.
|contsmark17|이런 이야기들은 제 3자의 내레이션과 주관과 객관이 뒤섞인 환상적 장면들 - 이를테면 아멜리가 위대한 자선가로 나오는 tv 휴먼다큐의 주인공인 된 자신을 보는 것처럼 - 을 통해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풀려 나간다.
|contsmark18|그래서 이 영화를 보는 건 황당하고 몽상적이어도 유쾌하고 행복하다. 그건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수많은 상상을 해내고 또 그렇게 된 세상을 가정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기이한 경험이다. 장-피에르 주네는 그런 점에서 이미지로 상상하고 이미지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시대의 뛰어난 이미지 이야기꾼이다.
|contsmark19|유지나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contsmark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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