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편성표를 보니 한 마디로 구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동기 김용민의 첫 번째 역습 ②]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방송민주화의 시계는 거꾸로 돌고 있다. 대통령과 정치 인생을 함께 한 측근들이 방송·언론사의 수장으로 앉는 것을 비판하는 게 ‘새삼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고, 이에 반대하며 해직된 방송·언론인들은 여전히 제 자리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여당은 일자리 창출 등 거창한 슬로건을 앞세워 조·중·동에 종합편성채널을 안기며 ‘이후’를 보장받으려 하고 있지만, 지난 2008년 이후 방송·언론 민주화의 ‘겨울’ 속에서만 살고 있는 언론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조금씩 움츠러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습격당한 저널리즘의 ‘봄’을 꽃피우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시사평론가 민동기·김용민씨가 퇴행하는 저널리즘의 현실을 ‘역습’하고 나섰다. 한 달에 한 번, 독자들을 찾아가는 이들이 ‘역습’하는 대상엔 내 편도, 네 편도 없다. 저널리즘의 퇴행의 책임은 ‘이명박 정부’와 그 휘하들에만 있는 탓이 아니다.

때문에 모두에게 불편할 수 있는 그들의 촌철살인 대화록을 <PD저널>이 전한다. 이들의 첫 번째 ‘습격’ 대상은 지난 24일 취임 2주년을 맞은 김인규 KBS 사장과 내달 1일 개국을 앞두고 있는 종편채널의 편성이다. <편집자>

 

▲ 김용민 시사평론가(왼쪽), 민동기 시사평론가 ⓒPD저널

 

 “jTBC 화려한 편성이 ‘덫’이 될 수도 있어”

김용민(이하 김): 자, 우리 종합편성채널 얘기하자. 종편. 나는 jTBC의 모 간부의 저주가 시작됐다고 생각해.

민동기(이하 민): 으하하하하. 나도 그 얘기 하려고 했어.

김: 우리가 채널A와 TV조선과, MBN은 얘기 안 하잖아. 오로지 남을 걸로 예상되는, <중앙일보>의 jTBC, 아니, 은근히 MBN도 계속 남을 것 같아. MBN은 규모의 경영을 아니까.

민: 욕심 안 내고.

김: 종편채널 4사 같은 경우 프로그램 퀄리티 따라 광고 많이 붙고 적게 붙는 구조가 아니잖아. 12월 1일 시작하려는 이유도 콘텐츠 경쟁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광고 때문 아니야. 광고를 잘 유지하기 위해선, 먼저 선점 안 당하려면 같이 출범해야 하는데, 문제는 jTBC가 아무리 화려한 콘텐츠를 보여줘도, TV조선이 그보다 좀 후지더라도 TV조선은 광고 안 주고 jTBC만 주는 게 아니잖아.

민: 그럼 <조선일보>가 가만있지 않지.

김: 그러니까. 정말 위태로운 건 <동아일보>의 채널A야. 박정희에 대해 제목만 잡아뒀잖아. 통상 연출자, 출연자 등 기획 단계 나오고 박정희가 정해져야 하는데, 박정희라는 큰 틀 정하고 그림을 그려가려 하니….

난, 채널A와 TV조선은 알아서 망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jTBC는 (아까 말한) 모 간부가 큰 X맨이 될 수 있다고 봐. 그가 과거 기획한 프로그램들을 보면 인기 연예인들에게 의존했던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었어. 내용보다는. 지난 번에도 모 방송사에서 자기 인맥 총동원해 갖다 썼지만 안 됐잖아.

민: 채널A 얘기로 돌아가서, 미디어 쪽 관계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한국에서 미디어 담당 기자들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말이지. 공통적으로 어디가 제일 먼저 망할 것 같냐고 물었을 때 채널A라고 말해.

김: 넘버원이지.

민: 그런데 채널A도 이런 사실을 알까?

김: 알아. 모르진 않아. 먼저 망한다는 건 인정하지 않지만 취약하다는 것들은.

민: 게다가 유진까지 하기로 했다가 엎어지고.

김: 유진이 누구지? SES?

민: 드라마 출연키로 했는데 동생이 다쳐서 하차했다고. 박정희는 픽스도 안 됐는데, 그나마 하기로 했던 것도 엎어지니 채널A는 지금 내세울 게 하나도 없어.

김: 그래도 jTBC와 함께 방송 경험을 해본 게 채널A인데.

민: TV조선도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를 그렇게 크지 않게 가더라. 물량공세나 이런 데선 jTBC에 안 된다고 판단을 한 것 같고, 크게 판을 벌일 생각은 없는 것 같아.

김: jTBC가 끝까지 간다고 본 사람 많은데, 내가 달리 생각하는 이유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자금을 끌어 들이냐는 거야. 삼성에서? 삼성이 jTBC에 대해 메리트를 느낄까? 광고를 주긴 하겠지만.

민: 당분간은 살리려 하겠지만 그것도 한시적이겠지. 나도 김용민씨 말처럼 (처음엔) 가장 경쟁력 있는 게 jTBC라고 봤는데, 지금 이렇게 하는 걸 보니 생각이 달라졌어. 어마어마하게 투입을 하고 있는데 펼쳐놓고 보니 별로 당기는 게 없는거지. 이런 물량공세가 오히려 덫이 될 수 있어.

▲ jTBC 월화드라마 <빠담빠담>. ⓒjTBC

김: 그렇지. 만약 jTBC가 (시간이 흐른 뒤) 지금 편성표보다 조금이라도 후진적으로 편성을 하고, 유명 진행자 빠지고, 의욕을 갖고 있던 프로그램이 시청률 낮아 문 닫는다던지, 행여 드라마 자리에 딴 게 들어가면 망조라고 봐야해. 지금의 드라마 숫자, 편성시간에서 후퇴하면 그게 바로 망조의 전조가 되지 않을까.

민: 첫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여. 일례로 채시라 나오는 <인수대비>만 봐도 편당 출연료가 4000~5000만원 정도 되거든. 보통 미니시리즈는 24부작인데 <인수대비>는 50부작이야. 채시라 출연료만 얼마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 걸까. 광고주 입장에서 jTBC에 따로 광고 더 주지 못하거든. 최소 6개월은 봐야 하는데, 이렇게 물량공세 해서 유지가 될까 과연? SBS가 그렇게 발버둥 쳐서 개국시켜 안착시키는 데까지 5년이 걸렸는데 말이야.

김: SBS 같은 경우 1993년 아시아나 항공이 목포에 추락했을 때 자료 화면이 없어서 불타오르는 그림 화면 하나로 20분 동안 뉴스를 했다고. MBN의 경우 축적된 화면들이 있겠지만 나머지는 TV 자료 화면이 없어서 스틸컷으로 해야 한다는 소리가 있더라.

민: 지금 출입처에서 난리잖아.

김: 예전에 MBC에 있던 사람이 SBS 개국 후 옮겼어. 근데 자료화면이 없는 거야. 그래서 (MBC 화면을) 슬쩍 쓰려다 걸려서 곤욕을 치렀다잖아. 그건 회사의 경쟁력이자 자산인데.

민: 만약에 KBS나 YTN에서 종편에 화면을 무상 제공하면 엄청난 배임행위야.

김: 그럼, 바로 (소송) 걸어서 보낼 수 있는 거지. 그리고 스포츠 화면도 중요해.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스포츠 경기 말야. 재밌는 얘기 해줄까? 베이징 올림픽 때 OBS에서 화면이 없어서 태릉선수촌 훈련 모습 내보낸 거 알어? 선수가 우승해 금메달 따면 경기 우승 장면이 아니라 태릉선수촌 훈련 장면을 내보낸 거야. 아, 정말 굴욕이지.

민: 지금 종편 4사가 국회랑 엄청나게 훑고 다닌다는데, 그런 걸로 커버 안 되는 분야는 상당부분 힘들거야. 만약 열차 사고가 터졌다, 그럼 KBS나 MBC는 역대 사진을 쓰겠지만 (종편채널들은 신문에서 썼던) 정지화면 사진 하나 내보내는 거지. 으하하하.

“‘나꼼수’ 등 참심한 선수들은 종편에 매력을 느끼지 않아”

김: 여담인데, <한겨레> 관계자들에게 그런 얘기를 했어. 당신들은 그런 식으로 스틸 화면 내보내도 시청률이 보장된다, 거긴 (기존 방송들과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화려한 화면을 보려고 <한겨레>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종편채널은 매우 어려워. 요샌 조금 뜸하긴 하지만 그래도 종편채널에서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에 연락이 계속 오거든. MC로 고정 게스트로 나와 달라고. 주진우(<시사IN> 기자)한테는 ‘누나를 위한 쇼’ 같은 걸 맡기고 싶다나.

근데, 이게 이런 거야. (종편채널의 주요주주인 신문의) 지면에선 우릴 까고 있는데 종편채널에선 연락이 온다는 건 ‘종편채널은 새로운 방송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지. 사실 <나꼼수>가 새로운 부분이 있잖아. 그런 새로움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싶은 게 있는 건데, 내가 봤을 때 종편은 전혀 새롭지 않아. 법인만 새로울 뿐, 방송에 연관된 프레임이나 시스템은 구태야. 기본적으로 광고를 따오는 구조 자체가 구태의연하고. 편성표들을 봐도, 물론 시청해 봐야 알겠지만 기존 지상파 인력 그대로 데려와 쓰는 걸 보면 인적구성 역시 새로운 게 전혀 없는 거고. 또 제목만 봐선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대충 때려맞추면 그다지 크게 차별화 된 편성도 아니지.

민: 파격 편성이 아니라 기존에 지상파가 형성해 놓은 시간대별 띠에 맞췄어.

▲ <나는 꼼수다> 콘서트 현장

김: 전문편성으로 가는 케이블의 흐름과 다르게 종합방송으로 가려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종편채널이 갖는 이미지는 아주 구태의연하고 고루해. 때문에 굉장히 역행하는, 후진하는 형태의 방송이 되지 않을까 판단돼. 앞날이 어두워 보인다니까. 게다가 그나마 주목받는 jTBC가 오히려 치명타를 입게 될 가능성이 커. 너무 비용을 많이 들이는데, 여기 나오는 사람들 보면 딴 데도 나오거든. 부가가치가 없어. 다른 데보다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출연자들은 ‘신생매체가 우리를 대접하는 차원’이라고, 당연한 돈이라고 판단하게 된다면 여기서 보여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겠지.

사실 일반 연예인들이 케이블 많이 안 나오려 하잖아. 지상파 많이 나오는 연예인들이. 케이블로 가면 한 물 간 듯한 느낌 줄 수도 있고. 여기(종편채널)도 말하자면 케이블 아니야. 초창기엔 많이 투자를 한다 해도 시간이 갈수록 비용이 많이 드는 사람의 출연은 자제시킬 것이고. 그런데 유재석이 진행을 하다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면 시청자들은 ‘제작비 아끼는 구나’라고 생각할 거라고. 그 순간 내리막길이 되는 거지.

민: 종편채널에 대한 호불호, 종편채널의 출범 때부터의 원죄 등을 다 떠나 편성표만 놓고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한 마디로 구리다, 후지다, 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김: 게다가 개국을 일주일 남긴 시점인데도 완성된 편성표가 아닌 것이란 느낌을 많이 받아. 그런 의미에서 보면 너무 개국을 이르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니까. 근데 시청자는 첫 방이 재미없으면 다신 안 본다. 이건 치명적인 일이거든. 그런데도 이렇게 첫 편을 허술하게 대중에 공개를 한다? 시험방송도 아니고. 이른 개국이 종편채널의 자충수가 될 수 있어.

민: 살아남기 위해선 드라마, 예능 같은 장르적 특화 필요한데 종편채널은 업보 때문에 이게 어려워. 무슨 말이냐면, 지금 <개그콘서트>에서 풍자개그가 뜨잖아. 그게 트렌드인데, 종편에선 그걸 받아 강력히 밀수 있는 상황이 되는데 왜 못할 수밖에 없어. 왜? 그게 종편의 업보야.

<나꼼수> 등의 선수들이 여기서 새로운 풍자·시사개그 등을 열어줘야 하는데 조·중·동 같은 신문들이 출자를 하니까 불참하거든. 어지간한 진보·개혁적 성향 있는 선수들,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들이 안 간다고. 그러다 보니 종편은 새롭게 내세울 게 없는 거야. 편성표를 봐도 지상파나 케이블에서 다 하는 정도? 별로 재미가 없는 거고. 또 편성표 보기 전까진 jTBC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장담 못하겠어.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전혀 매력적이지 않아.

김: 정리를 하면, 최근 정치 흐름은 후퇴된 측면이 있어. 그런데 대체재라고 나온 게 기존 정권 수혜와 지원을 받는 종편채널이란 세력인 거지. 지금은 지상파와 케이블 매체의 한계 역력히 드러나면서 새로운 미디어 혁명 예고하는 시점이야. 그게 팟캐스트란 얘기만은 아닌데, 여튼 다양한 방송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미디어들은 결국 제한된 정보 보낼 수밖에 없어. 종편채널도 결국엔 구태의연한, 늘 나오는 테두리 내의 것 아닌가란 인식 심어주면 한계만 뚜렷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는 거지. 결과적으로 이런 것들이 오히려 뉴미디어 출현과 새 체제 등장을 부르지 않을까.

민: 내 결론은 ‘종편은 구리다’는 거야. 포맷도 구리고, 출연자도 구려. 참신한 선수들은 종편에 매력을 느끼지 않아. 구려.

* ③편으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