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방 석달째 ‘정율성 다큐 ’또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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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없음’ 심의결과에도 방송 이틀 전 불방 결정

지난 8월 광복절 특집으로 계획됐다가 일부 KBS 이사들의 반대로 불방된 <KBS스페셜> ‘13억 대륙을 흔들다 음악가 정율성’(이하 ‘정율성 편’) 방송이 뚜렷한 이유없이 또 연기됐다.

오는 27일 방송 예정이었던  ‘정율성 편’이 방송 이틀 전에 돌연 방송이 연기되자 KBS 내부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조인석 KBS 다큐멘터리국장은 “이번 주는 준비하고 있던 다른 방송이 나가고 ‘정율성 편’은 내년 1월에 방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BS 내부에서는 ‘정율성 편’이 뚜렷한 이유없이 불방되고 있어  내년 1월도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 8월 14일 방송 예정이었던 ‘정율성 편’은 일부 KBS 이사들의 반대로 방송 나흘 전에 불방된 이후 내부에서는 방송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사측도 지난 9월 노조와 가진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방송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KBS스페셜> 제작진은 당시 일부 이사가 문제삼았던 정율성의 한국전쟁 참전 이력과 지난 10월 광주에서 열린 ‘정율성음악제’ 내용 등을 반영해 수정 작업을 마쳤다.

지난 21일과 23일 받은 사전심의에서도 특별히 지적받은 부분은 없었다.  ‘정율성 편’은 통상 심의위원 1명이 심의하는 것과 달리 심의실장을 비롯해 심의위원 4~5명이 심의하는 이른바 ‘집중심의’를 받았다.

심의실은 ‘정율성 편’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특별히 위배되는 사항은 없지만 정율성의 북한에서의 행적 때문에 논란이 있기 때문에 북한을 두 번이나 떠나려 했던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은 이같은 심의의견도 수용했지만 27일 방송은 불발됐다. 다큐멘터리국 간부진은 그 사이 “심의결과가 나오면 이를 반영해 방송하겠다”에서  “한·중 수교 20주년인 내년에 방송을 내보내자”라고 말을 바꿨다.  

‘정율성 편’을 연출한 박건 PD는 “심의의견은 참고사항이지만 지적을 최대한 반영해 수정했다”며 “그런데도 아무 문제가 없는 프로그램을 이상한 외압이나 입김 때문에 방송을 또 연기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은 ‘정율성 편’ 불방 가능성이 나오자 지난 24일 공동성명을 내고 “정상적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을 심의실에 판단을 맡겨 방송여부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됨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불방사태를 막기 위해 사측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했다”며 “그런데 또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내년으로 미루자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방송제작의 자율성을 억압하고 공영방송을 자신들의 사고를 강요하는 곳으로 여기는 이들은 더 이상 KBS에 있을 자격이 없다”며 “방송을 거부한다면 정율성 편의 방송을 막았던 이사진과 김인규 사장 등의 퇴진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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