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따져보기]오디션 스타, 갈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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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놓고 최근 기묘한 소동이 벌어졌다. 한 인터넷 연예매체가 “케이블 Mnet의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출신 가수들이 최근 KBS <뮤직뱅크>에서 출연이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것.

이 기사는 KBS 측에 의해 곧바로 부인됐지만, 만약 사실이었다면 참 아찔한 일이다. 현 시점 ‘슈스케’ 출연자들이 그나마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지상파는 KBS뿐이기 때문이다. MBC <쇼! 음악중심>이나 SBS <인기가요>에서 그들 모습을 보기란 여전히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KBS까지 막혀버리면 ‘슈스케’ 출연자들은 그야말로 ‘Mnet만의 전유물’이 돼버린다.

물론 따지고 보면 KBS 역시 이 같은 문제에서 딱히 자유로운 입장은 아니다. 당장 MBC <위대한 탄생> 출연자가 KBS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일도 만만찮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케이블 출신까진 대충 넘어가더라도 라이벌 지상파 출신은 경우가 다르다는 것쯤, 이미 2002년 MBC <목표달성 토요일>이 배출해낸 보이그룹 ‘악동클럽’ 운명으로도 대충 짐작이 갈 법하다.

▲ Mnet <슈퍼스타 K>

나아가 Mnet 출신들이라 해도 ‘KBS는 안전권’이라 안심할 일도 못된다. 지난해 <슈스케> 시즌2 시청률이 워낙 좋아 지상파 측에서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뿐, 그보다 시청률이 떨어진 시즌3 출신들은 또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 알 수 없다.

흥미로운 점은 이미 시청자들도 이 같은 문제점을 모두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눈치 빠른 젊은 시청자들은 이미 <슈스케> 첫 방송 당시부터 지금 같은 상황을 예측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문제점이 가시화되자 이젠 방송사들 간 빅딜이라도 해 완전 출연자유를 보장할 것 아니라면 아예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버리란 주문까지 내놓고 있다. 일반신인들보다 더 큰 핸디캡을 안고 활동해야 할 출연자들이 안쓰럽단 얘기다.

어찌됐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도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은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듯하다. 공급과잉 탓에 시청자들이 질려버린 건지, 아니면 방송사 간 장벽에 막혀 응원하던 출연자가 제대로 못 뜨니 김이 빠져버린 건지, 근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실망스러운 시청률을 올리는데 그쳤다.

그러자 잽싸게 ‘오디션 예능 지고, 예능 다큐 뜬다’는 분석이 등장했다. 그렇게 트렌드는 바뀌어가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한국대중문화산업 속성이 원래 그렇다. 한 트렌드의 지속성은 길어야 2~3년이다. 물론 잘만 관리했으면 그보다 오래 가는 안정적 스테디셀러를 여럿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그러나 그런 방어적 노력보다 트렌드를 빨리 교체시키려는 공격적 노력에 더 심혈을 기울여온 게 한국대중문화산업의 지난 역사다. 그러면서 트렌드가 만들어낸 부작용과 부산물들은 빠르게 잊힌다. 최악의 예상을 해본다. 몇 년 뒤 한국대중음악계엔 수많은 ‘악동클럽’들이 부유하고 있으리란 예상이다. 물론 그래도 TV는 대중문화산업은 계속 달려갈 것이다. 뒤에 남겨진 이들은 깡그리 잊은 채 말이다.

그럼 그 남겨진 이들은 어떻게 되냐고? 지난해 <슈퍼스타K2> 오디션을 본 전 ‘악동클럽’ 멤버 정윤돈이 몸소 보여준 바 있다. 돌고 도는 트렌드 속에서 다음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만 보면 참 끔찍스런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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