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율성’ 방송 또 연기되면 보직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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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율성’ 방송 또 연기되면 보직사퇴”
KBS 다큐국 EP·CP 입장표명…PD협회, 콘텐츠본부장 사퇴 촉구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1.11.29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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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방송 예정이었던 <KBS스페셜> ‘13억 대륙을 흔들다 음악가 정율성’편(이하 정율성 편)이 지난 8월에 이어 또 연기되면서 내부 구성원들이 “제작 자율성 침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율성’ 편은 지난 21일, 23일 이례적으로 ‘집중심의’까지 받았지만 방송 이틀 전에 내년 1월로 연기됐다. 콘텐츠본부장은 ‘연평도 1주년’에 방송이 나가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를 제작진 쪽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율성’ 편은 지난 8월 광복절 특집으로 계획됐다가 정율성이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일부 KBS 이사들이 반대해 불방됐다. 불방 이후 내부에서 방송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사측도 지난 9월 노조와 가진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방송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KBS스페셜> 제작진은 당시 일부 이사가 문제삼았던 정율성의 북한에서의 행적과 지난 10월 광주에서 열린 ‘정율성음악제’ 내용 등을 반영해 보완작업을 마쳤다.

그러나 ‘정율성’ 편은  27일 또 불방됐다. 콘텐츠본부 간부진은 “심의결과가 나오면 이를 반영해 방송하겠다”라고 약속했지만 최근 “한·중 수교 20주년인 내년에 방송을 내보내자”라고 말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뚜렷한 이유없이 불방 사태가 반복되자 다큐멘터리국 중간관리자인 EP와 CP도 움직였다.   KBS 다큐멘터리국 EP·CP 9명은 28일 조건부 보직 사퇴를 내걸고 방송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콘텐츠본부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정상적인 사전심의절차를 거쳤음에도 다시 방송이 연기된 것에 대해 깊은 문제의식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2012년 1월 15일 이전에 ‘정율성’편이 방송되지 않는다면 전원 사퇴한다”라고 밝혔다.

KBS내부에서는 이번 불방 사태를 제작절차와 시스템을 무력화한 결정이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KBS스페셜> 제작진은 29일 성명을 내고 “제작을 책임진 제도부가 11월 17일 방송은 정율성이라고 말했고 본부 차원의 결정이었다”며 “방송과 관련된 적법한 절차와 시스템이 무력화됐다”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KBS PD협회도 “방송 불방으로 PD 조직과 함께 제작의 모든 프로세스가 붕괴됐다”며 “방송 연기를 독단적으로 선언한 콘텐츠본부장의 사퇴를 요청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율성’ 편을 연출한 박건 PD는 “천암함 침몰이나 연평도 포격이 일어났을 때도 교양과 다큐는 정상적으로 방송이 됐는데 연평도 1주년을 이유로 대는 건 상식적인 판단이 아니다”라면서 “제작에 대한 책임이 있는 보직자들이 외압에 맞서 자율적으로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권한이 없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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