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보다 좋은 멘토’, 닫힌 마음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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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토크쇼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

‘독설’과 스킨십으로 무장한 멘토들이 올 한해 안방극장을 휩쓸었다. 눈물이 날만큼 날카로운 말을 내뱉고 때론 아픈 청춘들을 어루만져주는 멘토들은 스타들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이하 두드림)은 이런 멘토의 모습에서 한 발짝 빗겨나 있다. <두드림>은 소설가 황석영, 방송인 송승환, 가수 신해철, 개그맨 김용만 등 MC들이 젊은 세대가 닮고 싶어 하는 멘토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광고카피에 인문학의 감성을 입힌 광고인 박웅현,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독서멘토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이지성 작가, <슈퍼스타 K2>가 배출한 가수 허각, 방송인 김성주 등이 MC들의 초대를 받았다.

고세준 <두드림> PD는 “젊은 세대들을 이끌어주고 바로 잡아주는 사람이 부재한 시대”라며 “실용적인 특강보다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이 됐으면 한다”라고 설명했다.

▲ 이 시대 청춘들의 멘토와 쟁쟁한 MC 4명이 펼치는 토크 버라이어티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

강연자로 나서는 멘토들은 ‘두드림 특강’에서 담담하게 “너희들도 할 수 있어”라는 위로를 건넨다. 지난 11월 12일 첫방송 멘토로 출연한 광고인 박웅현 씨는 ‘개를 향합니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취업에 낙방한 경험과 함께 즐기는 자에게 기회가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멘티들에게 전했다.

‘두드림 특강’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멘토들이 강연하는 위치다. 2층으로 설계된 스튜디오에서 멘토들은 2층 연단에서 강의를 한다. 고 PD는 “연륜 있는 MC 4명이 우러러보는 위치에서 강연하도록 설정한 이유는 아직 멘토로 완성되지 않은 인물을 멘토로 만들어 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인생 대선배인 MC들을 내려다보면서 강의를 해야 하는 강연자들에게 긴장감과 권위를 함께 부여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멘토들은 어디에서도 듣지 못한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 놓기도 했다. 지난 3일 특강자로 나섰던 방송인 김성주는 5수만에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한 경험을 떠올리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하지만 ‘산전수전’을 겪은 멘토들도 1층으로 내려와 MC들 앞에 서면 멘티가 된다. 방송인 김성주는 40대를 맞는 자세를, <슈퍼스타 K2>가 배출한 허각은 악플에 마음을 다치지 않는 법을 MC들에게 물었다.

크고 작은 사건으로 여러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신해철은 “나도 아프다”는 말로 허각을 응원했다. 황석영은 “문명이나 개인이나 물러남이 없으면 나아감도 없다”는 토인비의 말을 인용하면서 김성주를 격려했다. 

‘질문있어요’ 코너는 MC 3명이 시청자들의 고민을 본격적으로 해결해 주는 코너다. “만원 지하철에서 손은 어디에 둬야 하나요”, “삭막해지고 있는 사제지간을 어떻게 할까요” 등 스펙트럼이 다양한 질문에 MC들이 내놓는 현답이 명쾌하다. 연륜과 경험에서 나오는 MC들의 조언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주말 드라마의 틈 속에서 <두드림> 시청률은 5%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평가는 호평이 주를 이룬다. “애인보다 멘토가 좋다”는 극찬부터 ‘모처럼 만난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긍정적 반응이 많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KBS가 몇 해 전부터 시청자 참여와 소통을 키워드로 착한 예능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 흐름에서 나온 것 같다”며 “예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의도를 보여주면서 입지를 굳히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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