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따져보기]종편채널에 대처하는 지상파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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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투명하다. 사이다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한 주, 첫 모습을 드러냈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채널)에 대한 이야기다.

TV조선 <시사토크 판>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국회의원 강용석 등 보수 성향이 뚜렷한 정치인들을 손님으로 모시며 채널 정체성을 뚜렷하게 보여줬고, 채널A 역시 <박근혜 전 대표와의 특별한 인터뷰>로 정치적 지향점을 드러내는 동시에 A양 동영상을 모자이크 처리해 뉴스 시간에 내보내며 공익보다는 시청률에 급급한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노희경 작가의 신작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이하 <빠담빠담>)를 비롯해 가장 준수한 프로그램으로 편성을 짠 jTBC조차 중앙일보 논설위원 정진홍이 진행하는 <정진홍의 휴먼파워>에 코리아게이트 박동선을 초대해 애국자로 추켜세우는 노골적인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정말, 투명한 욕망이다.

▲ TV조선 <시사토크 판> ⓒTV조선

하지만 태생부터 미디어법 날치기와 함께 시작됐던 이 문제 많은 채널들이 심지어 공정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려는 건 아니다. 이것은 예상된 결과였다. 집권 여당이 역겨울 때는 자신들의 토대인 기득권층의 이득을 대변할 때가 아니라, 한미 FTA를 비준하면서 서민을 위하는 척 굴 때다.

진정한 비극은 한나라당 같은 당이 있는 게 아니다. 소수 1%를 위해 움직이는 당의 거짓말에 속아 99%의 서민들이 투표해 국회를 장악하게 했다는 것이 정말 비극이다. 그에 반해 종편 채널은 그 지향점이 노골적이라 차라리 솔직하다.

<빠담빠담>이나 초기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상시키는 <스토리헌터> 같은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을 열심히 유입하는 통로가 될지언정 종편 채널의 정치적 태도를 숨기는 당위적 역할을 할 것 같진 않다. 요컨대, 애초에 강용석 같은 이를 국회의원으로 뽑고 만족하던 사람들이야 <시사토크 판>을 보며 하하호호 웃을지 몰라도, 그의 몰상식한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던 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고 혹하지는 않을 것이다.

직접적인 광고 영업처럼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야 많겠지만, 선거에서 자신들이 대변하는 1%의 지지만 받아 몰패한 한나라당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처럼 당장의 종편채널은 우려했던 만큼 위협적이진 않다. 만약 종편채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들을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지닌 괴물 취급하며 광고 영업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차라리 무시하는 게 그들이 설정한 의제에 휩쓸리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하여 정말 투명해져야 할 건 지상파다. 어쨌든 종편채널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는 반면, 최근 지상파는 그 이름에 박힌 공적인 존재 이유를 그다지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꼼수다> 같은 콘텐츠가 중요 특종들을 터뜨리는 사이에 MBC <뉴스데스크>가 하는 거라고는 한국 아이돌들의 해외 시장 인기를 수박 겉핥기로 소개하는 정도다. 주요 현안보다는 날씨 이야기가 방송 3사 뉴스 시간 초반부 꼭지를 점령하는 뉴스 연성화는 FTA 반대 집회와 물대포 같은 심각한 이야기들을 은폐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종편채널보다 더 종편적이다.

얼마 전 국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는 한국 언론의 위기 이유로 보수매체에 대한 편향적 특혜, 즉 종편채널을 꼽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종편채널 탓을 하는 건, 과거 의석 과반 이상을 얻고도 사학법을 비롯해 주요 개혁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한나라당 탓만 하던 열린우리당을 연상케 한다.

보수매체에 대한 특혜를 말하기 이전에 지상파의 주파수와 주요 채널을 배정받은 특혜가 자신들에게 왜 주어졌는지, 이제 지상파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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