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식의 문으로 들어가는 열쇠,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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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EBS ‘다큐프라임-문명과 수학’ 김형준 PD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뉴턴, 라이프니츠 이들의 공통점은 ‘수학자’이다. 문명사와 수학사의 맞물리는 지점을 포착해 풀어낸 EBS 5부작 <다큐프라임-문명과 수학>. 누구나 기피할 법한 수학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아내 쉽게 풀어내고자 한 EBS 5부작 <다큐프라임-문명과 수학>이 오는 19일부터 첫 방영된다.

‘수학은 어렵다’라는 명제는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법 하다. 이처럼 ‘수학’이라는 주제를 내세운 다큐멘터리인 만큼 시청자가 어려움을 느끼지 않겠느냐고 질문을 던지자 “초등학교 정규 교과 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다”고 명쾌하게 답한 김형준 PD를 지난 8일 서울 도곡동 EBS 본사 내 카페에서 만났다.

▲ 김형준 EBS PD ⓒEBS

김 PD는 첫 방송을 앞두고 더빙과 편집 등으로 한창 막바지 작업 중이었다. <문명과 수학>은 고대 이집트에서 21세기 초강대국에 이르기까지 문명을 이룩한 국가들의 초석은 ‘수학’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이다. 이어 역사적으로 수학이 크게 발전한 문명 단계와 업적을 남긴 수학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다.

최근 극지나 오지를 탐험하는 자연 다큐가 위주였다면 ‘수학’을 본격적으로 다룬 다큐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이색적이다. 김 PD는 기획 당시 동물과 관련된 수학 이야기로 우회해 풀어가려고 했으나 자료조사에 돌입하면서 ‘수학’을 정면 돌파하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2009년에 만든 2부작 <생명의 디자인>에서도 일부 수학과 관련해 담아냈지만 본격적으로 학문적인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단적으로 서가만 봐도 수학이나 과학 코너가 여행 서적만큼 규모가 커졌다는 건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거잖아요. 그에 반해 방송은 늘 해오던 걸 하는 답습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학’은 수학자들만의 학문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인류의 탄생과 맞물린 최초의 학문이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곳곳에 수학이 깃들어 있다. 이처럼 주제 자체가 워낙 방대하기에 제작진은 아이템의 범주를 잡고 구체화 시키는데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했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약 2년 여 시간이 걸렸다.

김 PD는 “수학에 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하려면 문명사와 만나는 지점을 제대로 짚어내는 게 중요했다”며 “수학이 발전하는 문명 단계를 여러 개 뽑아내고, 그 과정에서 뉴턴과 같은 업적을 남긴 수학자와 당시 에피소드를 재연해 쉽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 EBS <다큐프라임-문명과 수학>의 그리스 촬영 현장 ⓒEBS

부러 스태프 규모도 단출하게 꾸렸다. 대학수학회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교수진 등 자문 외에는 실질적으로 제작진은 김 PD를 비롯해, 조연출, 메인작가, 자료조사 작가까지 총 4명이었다. 해외 촬영도 카메라맨 등을 포함해 6명이었다.

김 PD는 “스태프의 규모가 7~8명이 넘어가면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 PD의 설명에 따르면 드라마의 경우 대본으로 맥락을 이어갈 수 있지만 다큐멘터리는 구성안만으로는 프로그램의 맥락을 짚어낼 수 없기 때문에 서로 원활히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인원을 택해야 했다는 것이다.

“사실 스태프의 공통점이 다들 수학을 싫어했어요. 미리 겁부터 먹기도 했죠. 그런데 자료조사하면서 책과 씨름하고, 수차례 다시 읽고, 서로 물어보다보니 지금은 아는 수준이 서로 비스무리 하네요.”(웃음)

이들 제작진은 수학의 중흥지였던 이집트, 그리스, 인도,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현지 촬영도 약 4개월에 걸쳐 진행했다. 수학과 맞물린 문명사를 뒤쫓다보면 자칫 국적 없는 다큐가 될 수 있는 것을 우려해 내레이터 남명렬 씨가 현장에서 직접 한국어로 설명하고, 외국 교수진의 인터뷰는 화면 대신 원고로 녹이는데 공을 들였다.

또 시청자들이 보다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재연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보통 과학 다큐보다 재연 비율을 높여 전체 시간 중 약 30% 정도 차지한다. 약 100여 명의 현지 재연 배우들은 사전 오디션을 거쳐 선발했다. 해외 촬영 시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제작진이 이리저리 궁리한 끝에 얻어낸 값진 결과로써 사실감을 높일 수 있었다.

예컨대 제1부 ‘이집트, 수의 기원’에서 등장하는 3500년 전 한 이집트 서기관이 곱셈과 나눗셈의 원리에 대해 쓴 파피루스를 촬영하기 위해 일 년 간 끈질긴 요청 끝에 대영 박물관의 허락을 받아 촬영할 수 있었다.

“피라미드 재연도 진짜 피라미드에요. 채석장으로 대신할까 하다가 그림이 나오질 않아 문화재청, 경찰 등 겨우 설득했죠. 또 뉴턴이 등장하는 장면도 진짜 뉴턴의 생가에서 촬영했죠. 재연 배우가 뉴턴이 공부하던 책상에서 연기를 하는데 본인도 신기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어릴 적부터 수학을 “덜 좋아한 게 아니라 싫어했다”고 답하며 인터뷰를 시작한 김 PD는 인터뷰 말미에는 자신이 수학의 재미를 발견한 것처럼 시청자들도 프로그램을 통해 ‘숨겨진 재미’를 공유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 꿈은 소박해요. 제작하면서 느낀 건 수학이 마냥 별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에요.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 중에서 천 명에 한 명 정도라도 ‘수학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더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서점에서 수학 관련 서적을 찾아봤음 하는 게 목표라면 목표죠.”

EBS <다큐 프라임-문명과 수학>은 오는 19일 밤 9시 50분 1부 ‘이집트, 수의 시작’의 첫 방송을 시작으로, 2부 ‘그리스, 원론’(20일), 3부 ‘인도, 신의 숫자’(21일), 4부 ‘움직이는 세계, 미적분’(26일), 5부 ‘남겨진 문제들’(27일)이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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