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 몸값, 천정부지 올라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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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 몸값, 천정부지 올라가는데…”
KBS 2012년 제작비 5% 일괄 삭감 편성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1.12.14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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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임금 동결에 이어 제작비 삭감에 나서자 내부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KBS는 2012년 예산안에 방송제작비를 포함한 사업 경비를 올해보다 177억원을 줄여 편성했다. 이 가운데 교양, 예능, 드라마 등 방송제작비 예산은 올해보다 5% 가량 깎였다.

내년 총 방송제작비는 6118억원으로 올해보다 159억원 증가했지만 런던올림픽과 여수세계박람회 등을 위해 책정한 예산을 제외하면 올해보다 축소된 것이다. KBS는 경영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비용절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제작비 삭감에 제작부서에선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가 인상과 종합편성채널 개국 등 제작비 상승요인이 많은데 오히려 제작비를 삭감하게 되면 프로그램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콘텐츠 경쟁이 치열한 예능과 드라마 분야 중심으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예능국 간부는 “<개그콘서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 최효종의 일주일 출연료가 50만원인데 최근 다른 방송사에서 6배나 많은 출연료를 주고 섭외했다”며 “예능에서 제작비를 줄인다는 것은  총알 없이 전쟁터 최전방에 내보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특히 프로그램의 MC와 출연자의 섭외 경쟁이 치열한 예능과 드라마에서 제작비 삭감은 프로그램 질과 직결된다는 주장이다.

한 KBS 예능 PD는 “A급 출연자를 쓰고 싶은데 제작비 때문에 B급 출연자를 섭외하게 되면 당장 프로그램 경쟁력에 타격을 입게 된다”며 “가뜩이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개국하면서 출연자들의 몸값은 올라가고 있는데 출연자들의 출연료를 맞추지 못해 섭외를 못하는 일이 실제로 벌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드라마 사정도 마찬가지다. 고영탁 드라마국장은 “종편이 생기면서 출연료와 작가 고료, 스태프 인건비, 세트 임차료 등 드라마를 제작하는 모든 비용이 다 오르고 있다”며 “실제로 제작비를 삭감하면 드라마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작비 삭감의 여파는 상대적으로 비주류 드라마인 단막극 제작에 우선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드라마 PD는 “당장 단막극을 없애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제작비를 줄인다면 미니시리즈나 연속극보다는 단막극이 우선순위에 오를 것”이라며 “편당 제작비 8000만원 수준인 단막극 제작비를 1000만원만 줄여도 제작에 차질을 빚게 된다”고 말했다.

또 외주제작 프로그램에 대한 권리도 이전보다 축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드라마국 PD는 “외주제작사쪽에 제작비를 적게 주면 그만큼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양도하게 된다”며 “이러다가 비용은 비용대로 부담하고 전파만 대주는 채널 사업자로 전락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KBS 예산안을 심의하는 이사회에서도 일괄 제작비 삭감에 대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이사회는 심의를 거쳐 내년도 예산안을 연내에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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