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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남극의 눈물’ 23일 밤 첫 방송…생존과 투쟁의 얼음대륙 담아

한국 다큐멘터리사에 큰 획을 그은 MBC ‘지구의 눈물’ 시리즈가 〈남극의 눈물〉(연출 김진만, 김재영) 6부작으로 돌아왔다. 〈남극의 눈물〉은 남극의 주인인 펭귄, 해표, 고래의 삶과 지구온난화로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생태계를 담담하게 보여주며 지구의 아름다움과 아픔을 함께 전할 예정이다.

“인간은 왜 남극에 들어가려 할까. 인간은 꼭 남극에 들어가야 할까.”(김진만 PD) 〈남극의 눈물〉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인간과 남극 생태계 간의 충돌을 담는다. “당당하게 혹한을 견디는 황제펭귄을 보며, 이곳의 주인은 너희들이구나, 싶었다.”(김진만 PD) 제작진은 약 천 일 간의 촬영 기간 동안 위대한 자연 앞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였다고 고백한다.

▲ 수컷 코끼리 해표가 킹 펭귄 무리에 섞여 암컷 쟁탈전을 벌이는 모습. ⓒMBC
인간이 살 수 없었던 얼음의 대륙, 남극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었다. 제작진은 극한의 상황에서 종족을 이어가는 남극 생물들의 치열한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태평양에서 남극까지 연간 2만5000km를 헤엄치는 혹등고래의 생애, 5m 신장에 4톤 몸무게를 자랑하는 코끼리 해표 수컷들의 교미를 위한 쟁투, 물개들의 번식 등이 현장감 있게 등장한다.

이 중 겨울철 영하 50도의 남극대륙 한가운데서 번식을 하는 황제펭귄의 모습은 가장 인상적이다. 수 백 마리의 황제펭귄들은 블리자드(눈보라) 한 가운데서 서로 꼭 붙어 체온을 유지하고, 바깥의 펭귄이 얼어붙을 즈음이면 자리를 바꾸는 지혜를 발휘한다. 황제펭귄이 품고 있는 알은 1분만 놓쳐도 얼어버려서 수컷 펭귄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두 달 동안 알을 품는다. 혹독한 시간을 거쳐 알을 깨고 나온 새끼의 모습은 제작진에게 경이로움 자체였다.

김진만 PD는 황제펭귄의 삶을 담기 위해 남극 대륙에서 300일을 보냈다. 황제펭귄의 서식지와 근접한 호주 모슨 기지에 대원으로 참여한 제작진은 두 달간의 극지훈련을 거친 뒤 펭귄을 만났다. 호주 환경 감시단의 감시 속에 촬영이 이뤄졌다. 새끼가 태어나면 10미터 접근이 가능했고, 알을 품고 있을 때는 50m 밖에서 촬영이 가능했다.

혹한 속에 카메라 충전기가 터지고 액정이 얼었다. 가져간 DSLR도 다 얼어버렸다. 고글을 쓰지 않으면 거센 바람 탓에 얼굴이 송곳에 찔리듯 아팠다. 결국 송인혁 촬영감독 얼굴엔 동상이 왔다. 김진만 PD는 “사실 가장 큰 어려움은 조에족(아마존 원주민)과 달리 펭귄과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며 웃었다. 펭귄들은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작진 주변에 기웃거리며 카메라 화면을 가로 막고 장난을 쳤다.

▲ 킹 펭귄이 새끼를 지키기 위해 자이언트 패트롤과 맞서는 모습. ⓒMBC
제작진은 남극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아르헨티나 국적의 한 마을 ‘에스페란사’, 가족과 생이별을 선택한 일본 쇼와기지 대원들, 각종 축제로 외로움을 이겨내는 모슨 기지의 모습에선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감정이 드러난다. 제작진은 대한민국 최초 남극 쇄빙선인 아라온호와 대륙에 건설 중인 장보고 기지 현장, 세종기지도 소개한다.

천연덕스러워 보이는 펭귄과 물개에 드리운 ‘눈물’도 만날 수 있다. 20세기 초 아문센의 남극 정복 이후 포경기지가 들어서고 1980년대 포경 금지 직전까지 남극의 고래들은 150만 마리가 포획되며 멸종 위기에 놓였다. 남극 대륙에 온 인간들은 조류독감을 함께 가져왔고, 이로 인해 수많은 펭귄들이 죽어가고 있다. 먹이를 구하러 간 어미 펭귄들이 돌아오지 않아 새끼들은 생존의 사투를 벌인다.

김재영 PD는 “폐허가 되어버린 포경기지에는 쥐가 서식하고 있는데 남극의 온난화가 진행되며 쥐의 생활범위가 넓어져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PD는 “동남극의 경우 날씨가 오히려 추워지는 곳도 있다”며 이상기온과 이에 따른 해빙으로 남극 생물에게 닥칠 위기를 우려했다.

물론 이들은 생존 방법을 알고 있다. “펭귄들은 탁아소를 만들어서 공동육아를 했다. 어른 펭귄들은 자기 자식이 아니어도 새끼 펭귄을 낚으려는 사냥새 자이언트 패트롤과 맞서 싸웠다.”(김재영 PD) 하지만 자연의 위기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다.

〈남극의 눈물〉 제작진은 총 6부작에 걸쳐 이처럼 물질문명의 욕심으로 위협받고 있는 남극의 현실을 다룰 예정이다. 23일 밤 11시 5분 프롤로그가 첫 방송되고 △1부 ‘얼음대륙의 황제’(1/6) △2부 ‘바다의 노래를 들어라’(1/13) △3부 ‘펭귄행성과 침입자들’(1/20) △4부 ‘인간 그리고, 최후의 얼음대륙’ 및 에필로그(1/27)가 방송될 예정이다.

▲ 혹등고래의 모습. 혹등고래는 길이만 13m로 성인남자 400명을 합쳐놓은 크기와 같다. ⓒMBC

‘눈물 시리즈’의 메시지는 ‘함께 사는 지구’

북극·아마존·아프리카 편 모두 호평…“다큐 대중화 한 몫”

〈남극의 눈물〉은 MBC ‘지구의 눈물’ 시리즈 마지막 편이다. 〈북극의 눈물〉(2009)이 시청률 10%를 넘기며 반향이 높아지자 사내에서 브랜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아마존 다큐를 〈아마존의 눈물〉로 발전시켰다. 〈아마존의 눈물〉은 다큐멘터리로는 최초로 시청률 20%를 넘기며 ‘다큐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아마존의 눈물〉과 〈아프리카의 눈물〉을 기획한 정성후 전 시사교양 1부 CP는 “〈아마존의 눈물〉로 다큐가 식자층의 장르에서 벗어나 대중적으로 변했다”고 말한 뒤 “(〈아마존의 눈물〉) 이후 타 방송사에서도 미지를 탐사하는 류의 다큐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정성후 전 CP는 △BBC 못지않은 제작진의 높은 실력 △지구 반대편 삶에 관심 갖는 시청자들의 정서적 여유 △제작비 등 충분한 자본을 한국다큐멘터리 성공 배경으로 꼽았다.

‘지구의 눈물’ 시리즈는 모두 해당 지역의 주인공들을 다뤘다. 북극에선 북극곰과 이누이트 족, 아마존에선 조에족, 아프리카에선 원주민과 코끼리가 주인공이었다.

〈아마존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을 연출한 김진만 PD는 “우리는 현지 주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BBC처럼 훌륭한 그림도 좋지만 우리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갖는 감동의 메시지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지구의 눈물’ 시리즈의 공통분모는 ‘휴머니즘’이다. 김진만 PD는 “북극곰이 새끼에게 먹이를 주려고 분투하는 모습이나 펭귄이 새끼를 품고 키우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면 가족들은 자연스레 인류애를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후 전 CP도 “‘지구의 눈물’ 시리즈의 공통 메시지는 함께 사는 지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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