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디도스의 진실을 주목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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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디도스의 진실을 주목해야한다
  • PD저널
  • 승인 2011.12.2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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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9일은 MB의 날이었다. 다음 대통령 선거를 꼭 1년 앞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70번째 생일축하 케이크를 받고 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이날은 이 대통령의 결혼기념일이자 4년 전 자신이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날이기도 했다.

김정일 사망 보도가 잇따르면서 인터넷과 SNS에서는 이 대통령이 ‘정치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대형 사건으로 이를 모면하는 천운을 타고 났다’는 이야기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MB는 지난해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으로 코너에 몰렸지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위기 국면을 전환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천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최근 MB는 최악의 상황을 만났다. 검찰이 19일 10·26 재보선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과 관련해 재보선 전날 저녁식사에 함께 했던 청와대 행정관 박 모씨를 소환 조사할 방침을 세운데 이어 형님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수뢰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날 검찰은 이상득 의원실 여직원 2명의 계좌에서 10억 원 가까운 출처불명의 자금을 발견해 조사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민주통합당은 지난 12일 대통령측근비리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연이어 터져 나오는 친인척 비리에 정면으로 칼을 겨누겠다고 나오던 중이었다.

지난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대부분 언론은 ‘김정일 사망’ 소식을 전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언론이 현 시점에서 꼭 보도해야 할 사안들이 방송뉴스에서 신문지면에서 사라졌다. 특히 방송뉴스의 경우에는 더 심했다. 특집뉴스 메인뉴스 그 어느 곳에서도 디도스 사건 청와대 외압 의혹, 이상득 여비서 계좌 거액 발견, 다시 미국법정에 선 BBK사건 등 정권의 ‘핵심’과 연결돼 있는 중요 사안들은 찾을 수 없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은 한국판 ‘워터게이트’로 비화되고 있다. 디도스 공격 사건은 한나라당 의원 비서가 대거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고, 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과 정진영 민정수석이 조현오 경찰청장과 발표 수위를 조율했다는 의혹까지 일면서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MB 최대의 위기국면이다.

더불어 한국 언론도 백척간두에 서 있다. 시청자가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지 않고, 듣고 싶은 것을 들려주지 않으면 방송은 죽은 것이다. 이미 빈사상태이긴 하지만 PD들이 자유로이 세상을 말할 때,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질 거라 믿는다면 그 때는 바로 지금이다. 누구도 우리를 대신하지 않는다. 디도스 사건의 진실은 드러난 사실 아래에서 가냘픈 숨을 쉬고 있다. 현실을 직시할 냉정이 필요한 때이다. 진실을 향한 열정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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