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라구요? 음악이 곧 제 인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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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라구요? 음악이 곧 제 인생이죠”
[PD의 사생활 ③] 음악하는 ‘곰PD’ KBS 이충언 라디오 PD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1.12.21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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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언 KBS 라디오 PD는 그의 2번째 디지털 싱글 앨범을 내년 1월 발매할 예정이다.

▲ 이충언 KBS 라디오 PD는 그의 2번째 디지털 싱글 앨범을 내년 1월 발매할 예정이다.

이충언 KBS PD에게 ‘음악’은 사생활의 범주를 뛰어넘는다. 현재 KBS  2FM <최강희의 야간비행>에서 좋은 음악을 골라 청취자들에게 전달하는 라디오 PD가 직업이지만, 음악은 이전부터 그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그는 라디오 PD 이전에 뮤지션을 꿈꿨고, 라디오 PD가 된 이후에는 정식 앨범을 낸 싱어송라이터다. 그래서 그에게 왜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건지를 묻기보다 어떻게 라디오 PD가 됐는지를 묻는 게 옳다.

“학창시절을 거쳐 대학에 입학해서도 밴드 활동을 했어요. 경영학과에 다녔는데 전공 공부보다 작곡가에게 음악을 배우는 데 더 열중했죠. 하지만 도제식으로 진행된 음악 공부에 지치더라구요. 일종의 혼란기였습니다.”

 행정고시와 공인회계사 준비에 여념이 없던 선배와 동기들과 달리 그는 아무 준비 없이 졸업을 맞았다. CM송을 제작하는 회사에 지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쓴맛을 봤다. 방송사 입사를 권유한 건 부모님이었다. “운이 좋았죠. 정연주 사장이 취임하면서 상식시험이 폐지되고 시험제도가 파격적으로 바뀌었어요. 두달 정도 칩거하면서 국어교재만 보고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2004년 KBS에 입사한 뒤에도 그의 음악활동은 계속됐다. 요청을 받아 다른 앨범 리믹스를 돕거나 작업실에서 틈틈이 곡을 썼다. 어느날 작업실에서 그가 쓴 곡을 본 지인의 권유로 그의 앨범은 빛을 보게 됐다.

그렇게 태어난 앨범이 2009년 디지털 싱글 ‘내일의 추억’과 지난 3월 ‘곰PD와 절묘한 친구들’ 이라는 이름으로 낸 1집이다. ‘곰PD’는 <최강희의 볼륨의 높여요>를 연출하면서 인연을 맺은 최강희가 붙여준 애칭이다.

그의 앨범을 들어보면 홍대 인디신의 사운드와 90년대 감성이 묻어나온다. 담담하고 포근한 목소리로 이별과 사랑을 노래하는 그의 음악에 호평도 이어졌다. 최강희, 조정치 등의 친구들이 피처링을 한 1집은 포털사이트 '이주의 발견' 앨범에 뽑히기도 했다.

 “‘90년대 음악같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유행을 좇지 않고 내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좋아요. 영향을 받은 뮤지션들이 김동률, 김현철, 윤상, 토이 등 90년대 활동했던 분들이거든요.” 내년 1월에는 두 번째 싱글앨범이 발매될 예정이다. 그가 직접 부른 타이틀곡 ‘물고기자리’도 듣는 순간 90년대 발라드가 떠오르는 곡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대중음악과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음악이다. “경제적인 성공을 원했다면 댄스음악을 하고 있겠죠. 공장에서 사흘마다 곡을 생산하는 친구들은 저를 부러워해요. 저는 그 친구들에 비해 대중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시간을 두고 제 음악을 하니까요.”

그렇다고 스스로의 음악세계에 매몰된 채 대중과의 소통을 멀리하는 건 아니다. 그의 음악색깔은 대중의 기호를 읽고 나오는 것들이다. “아무래도 직업이 라디오 PD이다보니 대중들이 어떤 음악을 원하는지 감이 빠른 편이죠. 작업을 하면서도 이 멜로디는 대중들이 좋아하겠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라디오 PD라는 생업과 음악활동은 공존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음악적인 고민들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반영이 됩니다. 선곡할 때 이 분위기에서는 어떤 노래가 좋겠다는 곡이 떠오르고도 하구요. 라이브 공연을 할때 소리를 정교하게 잡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라디오PD라서 앨범을 쉽게 낸다는 불편한 선입견도 받았다. 그의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에게 섭외라는 특혜를 주거나 PD라는 지위를 이용해 앨범을 쉽게 만들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자꾸 하는 게 불편한데, 1집 앨범에 참여한 친구들 거의 이전부터 알고 지냈던 분들입니다. 프로그램을 개편하면서 1집 앨범에 참여했던 분들을 게스트로 섭외하긴 했지만 이건 이유가 있었어요. 워낙 요즘에 섭외가 안 되다보니까 궁여지책으로 요청을 한거죠.”

그의 직업은 앨범 홍보에도 별 도움이 되진 않았다. KBS PD라는 이유 때문에 타 방송사에서는 ‘CD를 다시 가져가라’는 말도 들었다. 또 그가 맡은 프로그램에서는 그의 노래를 선곡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다.

오히려 이런 선입견은 더욱 생업에 더욱 몰두하게 된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시선 때문에 더욱 열심히 했어요. 청취율도 10배 정도 올렸고, 라디오국에서 콘텐츠 만드는 작업도 도맡아 했죠. 음악 작업은 언제 하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퇴근 하고 잠자는 시간 5시간 정도를 제외하고는 음악 작업에 쏟아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깐 주위에서 함부로 말하는 경우는 없어요.”

두 마리 토끼를 이미 다잡은 것처럼 보이는 그에게 어떤 목표가 남아있을까. “영화음악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이전에 독립영화 음악을 만드는 데 참여했는데 영상에 음악을 입히는 작업이 매력적이더라구요.”

“음악이 곧 인생”이라고 말하는 그이지만 일에서 느끼는 성취감이 더 크다. “프로그램을 잘 들었다는 칭찬이 훨씬 좋아요. 프로그램에는 80%의 에너지를 쏟는다면 음악에는 20%의 에너지면 족하거든요. 월급을 받고 여러 사람이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인데 책임감이 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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