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등이 묻힌다고? 김정일 사망 효과는 이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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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김용민의 두 번째 역습 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방송민주화의 시계는 거꾸로 돌고 있다. 대통령과 정치 인생을 함께 한 측근들이 방송·언론사의 수장으로 앉는 것을 비판하는 게 ‘새삼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고, 이에 반대하며 해직된 방송·언론인들은 여전히 제 자리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여당은 일자리 창출 등 거창한 슬로건을 앞세워 조·중·동에 종합편성채널을 안기며 ‘이후’를 보장받으려 하고 있지만, 지난 2008년 이후 방송·언론 민주화의 ‘겨울’ 속에서만 살고 있는 언론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조금씩 움츠러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습격당한 저널리즘의 ‘봄’을 꽃피우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시사평론가 민동기·김용민씨가 퇴행하는 저널리즘의 현실을 ‘역습’하고 나섰다. 한 달에 한 번, 독자들을 찾아가는 이들이 ‘역습’하는 대상엔 내 편도, 네 편도 없다. 저널리즘의 퇴행의 책임은 ‘이명박 정부’와 그 휘하들에만 있는 탓이 아니다.

때문에 모두에게 불편할 수 있는 그들의 촌철살인 대화록을 <PD저널>이 전한다. 이들의 두 번째 ‘습격’ 대상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서거 이후 기다렸다는 듯 국내 이슈를 모두 잠식시키고 있는 기성 언론과 2011년 한 해 동안 방송·언론 생태계를 훼손한 ‘언론 5적’ 등이다. <편집자>

▲ 시사평론가 김용민, 민동기씨 <사진 왼쪽부터> ⓒPD저널
“김정일 사망에 북풍(北風)몰이 하는 올드 미디어,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형국 ”

김용민(이하 김): 오늘(12월 21일)은 무슨 얘기부터 할까?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서 얘기를 안 할 수 없겠지? (김정일 사망이 발표됐을 때) 우리(<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어떤 상황이었냐면, <나꼼수> 호외 ‘정봉주 일병 구하기’ 만들고 있었거든. 마지막 편집 다 끝내고, 그걸 파일로 만드는 시점에 연락이 온 거야. (내가 출연하고 있는 <SBS 전망대>의) 김영우 SBS PD한테 말이지. 내일은 김정일로 가자고. 왜 그러냐고 했더니 김정일이 죽었다고 하더라고. 그때 옆에서 노닥대고 있던 주진우(<시사IN> 기자)와 김어준(<딴지일보> 총수)이 얘기를 듣고 이랬어. “아휴, 우리 정봉주(전 민주통합당 의원)는 지지리도 복이 없지”라고. (김정일 사망으로) 모든 이슈가 묻힐 거라고 생각한 거야.

민동기(이하 민): 이슈의 블랙홀.

김: 그런데 내가 얘기했지. 이건 하루다, 하루용이다,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화 될 것이고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민: 실제로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김: 아니나 다를까. 이 무학의 통찰! 으하하하. 바로 내 이야긴 현실화가 됐지. 너무 안타까운 건 우리 올드 미디어들이야. 이런 얘기해서 미안하지만 올드 미디어들은 아직도 죽은 아들 불알 만지듯이 김정일 이슈를 물고 늘어지더라고.

민: 올드 미디어 보도 행태도 한심하지만 말이야. 내가 어제부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계속 보고 있거든. 거기선 핫이슈가 정봉주, 그리고 각하의 골 때리는 발언 등이더라고. 알지? 각하께서 ‘서민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한 거. 사람들은 ‘나는 니(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잠을 못잔다’고 하고. 흐흐흐.

김: (각하께서) 서민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건 맞지. 다음(총·대선에서) 자기네한테 투표 안 할 거 같으니까. 흐흐.

민: 아무튼, 그런 걸 보면 2012년엔 올드 미디어와 SNS가 극렬하게 의제 싸움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김: 올드 미디어들이 아무리 설정을 해도, 북풍(北風) 어젠다(agenda: 의제)를 만들어도 먹히지 않는 거야.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린 이미 한 번 김일성 죽음을 경험해 봤거든. 북한 어젠다에 워낙 구라와 거품이 많다는 걸 국민들도 아는 거지. 조·중·동에서 이야기 하는 북한 얘기는 가급적 안 믿으려 한다니까. 요즘은 KBS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민: 이번 김정일 사망 사건은 그 자체도 쇼킹한 일이었지만, 사람들이 더 분개했던 건 국정원, 군 정보당국, MB 생일파티 등이었던 것 같아.

김: 그중 국민들 가장 열 받게 한 건 (이 대통령 생일파티에 등장한) 고깔모자였지. 하하.

민: 그러니까! 그게 뭐하는 짓이야. 사람들이 그런 것들에 더 분개하는 바람의 저쪽(김정일 사망)의 핫한 건 묻힌 것도 같아. ‘야, 얘네들 나름대로 보수 정권을 대표하는 선수들인데 과거 DJ, 노무현 때보다 못하네’ 이러면서.

김: DJ, 노무현 때는 워낙 (북한과) 교류가 많다보니까 정보원을 만들 여지가 많았어.

민: 카운터파트가 있으니까.

김: 그런데 이 정권 들어 비선 라인까지 다 끊겼다고 하니까 말 다 한 거지.

민: (이 대통령이) 미국형님의 뒤꽁무니만 주구장창 쫓아다니다가 중국한테, 후진타오에게 개망신 당하고 있잖아. 북한은 막혔지, 일본하고는 좋게 지내다가 위안부 문제 때문에 여론 나빠지니까 괜히 폼 한 번 잡으려다가 지금 외톨이가 됐어. 외톨이. 왕따.

김: 그런데 이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예견 못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 예견은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달라붙은 것은 미국과 뭔가 사적으로 얽힐 이익이 많았던 게 아닐까.

민: 으하하하하.

김: 대표적으로 BBK부터 그렇지 않나. MB는 국가 이익과 무관하잖아.

민: 그러니까 인천공항도 팔 생각을 하지.

김: 그럼. 그러니까 한나라당이 이걸 알아야 해. MB는 결코 그들의 재선에 관심이 없다는 걸 말이야. 그걸 안다면 MB와 철저히 차별화를 하고 MB 탄핵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 한나라당이 살 길은 MB 탄핵밖에 없다. 푸하하.

민: 으하하하하.

김: 가능하다니까. 얼마나 일관성 있어? 노무현도 탄핵했고. 흐흐.

“MB가 풍운아라고? 아니, 김정일 사망 효과는 이미 끝났어”

민: 으하하하하. 혹시 <무한도전> ‘박명수’ 편 봤어?

김: 아니.

민: 난 ‘박명수’ 편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 (<무한도전> 멤버들이) 박명수와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아이디어를 냈듯, MB에게도 그런 게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야. 지금 MB는 (세상과의 소통에서)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잖아.

김: <무한도전>에 대한 진보적 해석의 달인이 민동기 선생이지.

민: 흐흐. 아무튼 요지는 김정일 사망 효과는 오래 못 간다, 아니 벌써 끝났다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

김: 이미 끝났어.

민: 한창 김정일 사망 이슈가 불거졌을 때도 SNS에선 “기억하라 디도스” 등의 얘기들과 ‘잊지 말아야 할 사안 리스트 10’ 같은 게 막 올라왔잖아. SNS, 트위터 선수들을 보면 정말 대단한 거 같아.

김: 사람들이 벌써 서로들에게 (MB 정부에서의 일을) 잊지 말자고 당부하고 있잖아. 이런 상황에선 북풍이든 뭐든 아무것도 힘을 쓸 수 없어. 그러니까 내년 총선은 걱정 안 해도 돼. 되는 선거, 이기는 선거는 어떤 변수가 발생하는 선거가 아니라 ‘투표하고 싶다’는 심리가 불붙는, 그곳의 승리로 귀결되는 법이거든. 투표하고픈 심리가 있느냐 여부지, 변수가 중요한 게 아니야.

민: 한국의 보수가 총체적으로 무지하다 못해 게을러진 것 같지 않아? 몇 번 써먹은 게 안 되면 폐기 처분을 하든, 업그레이드를 하든 해야 하는데, 옛날 방식으로 계속하니까 (사람들이) 딱 봐도 아는 거지. (북풍은) 더 이상 안 먹혀.

▲ <동아일보> 12월 21일 1면

김: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는 모르겠는데…아, 하지 말자.

민: 뭔데? 되게 궁금하네.

김: 흐흐. 원래 하려고 했던 말이 뭐냐면, 음..김정은이 핵을 쏘지 않는 이상 북풍은 없다는 거야.

민: 하나 더 (조건을) 달자면, 김정은이 머리에 총을 맞지 않는 이상 핵은 안 쏜다.

김: 그렇지. 사람들이 (김정일 사망 이후) MB더러 ‘풍운아’라고 하는데, 내가 볼 때 풍운아는 절대 아니야.

민: 풍운아라고 하기엔…

김: 이 사건이 간단치 않지.

민: 그렇지. 아, 그런데 그런 얘기 안 들었어? 김정은 사진 실릴 때 말이야, 닮은꼴이라고. 으하하하. 난 한 다섯 번 들었어.

김: 형님이? 흐흐흐. 난 일곱 번은 들었어. 이제 대세는 뚱땡이야. 으하하하.

“한국 언론의 기자들은 아메바인 걸까”

민: 오늘(21일) 신문 보면서 ‘한국 언론 기자들은 약간 아메바인가’ 라는 생각을 했어. 바로 하루 전에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 문제가 심각하다며 조졌잖아. 그런데 오늘 1면 머리기사가 원세훈(국정원장)이 한 얘기야. 너무 웃긴 게 어제(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세훈 원장의 김정일 사망 시점 의혹 발언과 관련해) 최재성(민주통합당 의원)이 “증거 있어요?” 하니까 원세훈이 “증거…없는데요”라고 답했다는 거 아니야.

김: 국정원장은 (정보위) 끝난 다음엔 북한 발표 뒤집는 거 절대 아니라고 얘기했어.

민: 그런데 그걸 왜 신문들은 1면 머리기사로 쓰냐고.

김: 그런 면에선 <조선일보>가 멋있더라고. <조선일보>에선 안 넣었어. 빠졌어.

민: 그래서 <조선일보>가 <동아일보>, <중앙일보>와 다르잖아.

김: 그나마 중앙은 상태가 좀 나아. 동아는 조문도 보내지 말자, 조의도 표하지 말자고 하지만 중앙은 조의·조문은 하자는 거 아니야.

민: 무뇌아들이란 생각을 했어. 이게 뭐야. 바보들도 아니고.

*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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