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존재를 확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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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존재를 확인하다
[2011 방송결산 ① 예능]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1.12.26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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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TOP 밴드>, MBC <위대한 탄생>, SBS <K-POP 스타>
KBS 2TV <개그콘서트>, MBC <주병진 토크콘서트>,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짝>

2011년 예능의 핵은 ‘서바이벌’이었다. KBS <해피선데이-1박 2일> MBC <무한도전>에 대한 고정 팬 층은 두터웠지만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 경쟁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서바이벌’을 소재로 ‘베끼기’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재탄생하면서 독창적인 포맷에 대한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또 올해 예능계의 화두는 단연 ‘코미디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등 가릴 것 없이 코미디 프로그램을 속속 부활시키거나 신설했다.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위축에 따른 빈자리는 촌철살인의 풍자 개그가 대신하면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편 예능계 진행자의 지형은 흔들거렸다. 강호동과 유재석이 이끈 ‘투톱 체제’는 강호동의 탈세혐의에 따른 잠정 은퇴로 차세대 진행자 자리를 두고 각축전이 벌어지는 모양새였다. MC계의 샛별 이승기가 자리를 굳혔고, 노련한 주병진이 빈틈을 치고 올라왔다.

▲ KBS 2TV , MBC <위대한 탄생>, SBS

■ 서바이벌·오디션 병목 현상 = 오디션 열풍은 참가자와 장르를 불문하고 유행처럼 번졌다. Mnet <슈퍼스타K>의 신드롬은 쉽사리 식지 않았다. 지상파에서는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아이돌 오디션에서 점차 확장돼 연기, 밴드, 다이어트, 생존게임까지 다양한 장르와 배합된 프로그램들이 기지개를 폈다. KBS <TOP 밴드>, <도전자>, MBC <위대한 탄생> <댄싱 위드 더 스타> <신입사원>, SBS <기적의 오디션>, <다이어트 서바이벌 빅토리>, <K팝 스타> 등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MBC <나는 가수다>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올 초 오디션 프로그램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나는 가수다>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의견에 맞서 “가수까지 경쟁이냐”는 비판은 면치 못한 채 담당 PD가 교체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나는 ○○다’라는 유행어와 함께 실력파 가수들이 오랜 무명을 깨고 전성기를 맞이하고, 연일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신드롬 열풍의 주역이었다.

■ 정치 풍자 개그 신드롬 = 작년 MBC <하땅사>, SBS <웃찾사>가 줄줄이 폐지되면서 코미디 프로그램이 위기를 겪었다면 올해는 부활을 위한 날갯짓을 시작한 한해다.

SBS <개그 투나잇>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안착했고 이에 뒤처질세라 케이블에서는 tvN <코미디 빅리그>를, 종편채널에서는 <10PM>(TV조선), <개그시대>(채널A), <개그공화국>(매일방송MBN)등을 대거 선보이며 코미디의 포문을 열었다. 또 영화감독 장진이 연출과 극본을 맡은 tvN <SNL 코리아>에서는 특유의 콩트와 거침없는 풍자로 인기를 몰았다.

특히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는 정치 풍자 개그에서 일인자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개그맨 최효종이 ‘사마귀 유치원’ 코너에서 국회의원을 풍자한 개그를 두고 강용석 의원이 고소하는 등 웃지 못하는 해프닝을 안겨줬다. 개콘은 ‘불편한 진실’, ‘비상대책위원회’ 등 코너에서 강용석 의원을 ‘디스’(공격)하는 개그로 맞받아쳐 시청자들의 흥미를 북돋았다.

▲ KBS 2TV <개그콘서트>, MBC <주병진 토크콘서트>,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짝>

■ 식지 않는 열풍 ‘토크’ = 토크에서 폭로와 독설이 잦아들었다. 시청자의 웃음 포인트가 폭로를 통한 스타의 주춤거림에서 만들어졌다면 그야말로 ‘진정성’을 내세운 토크쇼가 전면 배치됐다. 특히 강호동의 잠정은퇴에 따라 MBC <무릎팍 도사>가 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따뜻함을 승부수로 띄운 토크쇼가 고개를 들었다.

KBS <김승우의 승승장구>와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토크쇼로 안착했고, MBC <주병진 토크콘서트>는 15년 만에 복귀한 주병진의 노련한 말솜씨로 토크쇼의 빈자리가 채워졌다. 하지만 이들 토크쇼는 스타 중심에서 벗어난 다양한 출연자 섭외, 참신한 코너 마련에 대한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외에 기존 집단토크쇼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색다른 기획으로 7080세대의 세시봉 열풍을 일군 MBC <놀러와>는 다소 주춤했고, 스타들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풀어가는 KBS <해피투게더>도 명맥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대신 SBS <강심장>은 대거 아이돌 스타들을, KBS <안녕하세요>는 일반인들을 토크에 전격적으로 참여시키는 등 식지 않는 ‘토크 열풍’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 다큐와 예능의 변주 = 리얼과 연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다큐의 형식을 빌려 예능의 재미를 섞은 다양한 장르적 실험이 시도됐다. 그 중 SBS <짝>의 선방은 눈에 띄었다. 출연자의 뽐내기나 짝짓기 게임으로 진행되는 기존 포맷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제한된 시공간 속에서 남녀 일반 출연자 간 미묘한 신경전은 다큐같은 현실감과 동시에 팽팽한 재미를 맛보게 했다. 하지만 이름대신 1호, 2호 등으로 지칭해 대상화 시킨다는 지적과 선정성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 SBS <김병만 정글의 법칙>도 또 다른 수확이다. 연출로 만들어진 웃음보다 생존기에서 묻어나는 좌충우돌을 그리며 시청률 10%로 순항했다. 정글 속에서 생존을 위해 온 몸으로 견뎌내야 상황 속에서 무엇이든 척척해내는 생활인 김병만의 활약은 새로운 웃음 코드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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