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나가수’에서 인디 음악의 재인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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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음악다방]

2011년 가요계에서 가장 눈에 띤 현상은 아이돌 댄스 음악의 세계시장 진출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유럽공연과 함께 <뮤직뱅크>의 도쿄공연 등이 가시적인 성과였다면 현아의 “버블팝”이 미국 음악전문지 스핀의 올해의 싱글 9위에 랭크되고 소녀시대나 2NE1을 포함한 K팝(Pop) 소개 기사가 인디 록 전문웹진 피치포크 미디어 등에 소개된 것은 가요가 주도하는 ‘신한류’의 영향력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물론 이런 반응을 ‘K-POP의 우수성’이니 ‘해외시장 정복’ 따위의 수사로 포장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주는 걸 부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 소녀시대 ⓒ소녀시대 홈페이지
또한 <나는 가수다>(MBC)와 <탑 밴드>(KBS), <슈퍼스타K 시즌3>(Mnet), <불후의 명곡 2>(KBS) 그리고 <K POP 스타>(SBS) 같은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높은 인기는 대중음악을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으로 위치시켰지만 동시에 그로 인한 비평적, 산업적 관점을 자극했다. 요컨대 이들 프로그램들의 대중적 인기는 시청자들에게는 보컬리스트가 선사하는 쾌락에 대해 들여다보게 만들지만 나와 같은 평론가들에게는 그 ‘이유’와 ‘효과’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게 만든다.

엠넷과 같은 음원 제작/유통업체가 음악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단지 신인발굴이나 시청률의 상승, 광고비의 상승이 아니라 음원을 둘러싼 보다 복잡한 관계망을 통해 발생한다는 정도로 얘기하자. 이에 대해선 나중에 다른 곳에서 정리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류 시장 외에도 올해 인상적인 지점들은 몇 개 더 있다. 홍대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두리반으로 드러난 도시 재개발의 문제가 인디 음악가들에게 ‘공간’의 문제를 환기했다. 이것은 자립음악생산조합이라는 단체와 로라이즈라는 공연장의 탄생으로 이어졌는데 기존 라이브클럽 중심의 공연이 카페 공연과 거리 공연으로 넓어지는 과정과 함께 ‘인디’라는 용어에 대한 광범위한 재인식이 벌어진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 MBC <나는 가수다> ⓒMBC
한편 주류 레이블에 비해 자본이 적은 인디 음악가들의 프로모션이 온라인의 동영상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네이버의 고화질 공연 영상 서비스인 온스테이지와 인디 음악가들을 중심으로 특정한 컨셉트의 공연 영상을 촬영하는 렉앤플레이 등의 등장은 대중음악, 혹은 인디 음악에 있어 영상의 비중이 점차 커지는 것을 반영한다. 이것은 또한 음악 공연이 늘어나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뮤직비디오가 주류 음악의 마케팅 수단이자 음악 외적인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결과라면 인디 씬의 라이브 영상들은 악기와 사운드, 촬영과 컨셉트의 차별화를 통해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을 반영한다. 이것은 자본의 문제이자 동시에 방향성과 정체성의 문제기도 하다. 이것만 가지고도 할 얘기가 무척 많을 것이다.

▲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마지막으로 올해의 앨범과 싱글을 언급해보자. 일단 올해의 싱글은 카라의 ‘Step’과 인피니트의 ‘내 꺼 하자’다. 두 곡 모두 스윗튠의 작업물이라는 점에서 이 젊은 작곡가들이 앞으로 거두게 될 성과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올해의 앨범은? 눈뜨고 코베인의 <Murder's High>와 허클베리핀의 <까만 타이거> 그리고 하헌진의 <개>, <지난 여름> 등이다. 이름이 낯설지 모르겠지만 이 앨범들은 한번쯤 찾아 들어보길 권한다. 멜로디와 장르, 그리고 서사와 컨셉트와 문제의식에 있어서 놓치면 아까운 앨범들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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