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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 드라마, 색깔 바꾸고 싶었다”

[인터뷰] SBS <뿌리깊은 나무> 장태유 PD 박수선 기자l승인2011.12.27 21: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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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창제를 이야기하는 드라마도 시청자들이 재밌게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출발했어요. 이런 이야기가 먹히지 않는다면 막장드라마가 아닌 척 막장드라마를 만들어야 하고, 성공스토리가 아닌 것처럼 또 캔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천편일률적인 한국 드라마의 색깔을 바꿔보고 싶다는 연출자의 욕심이었죠.” 

   
▲ 2011년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고 있는 SBS <뿌리깊은 나무>를 연출한 장태유 PD.ⓒPD저널
올해 최고의 화제작 SBS <뿌리깊은 나무>를 연출한 장태유 PD가 이번 작품을 맡은 이유는 뜻밖이었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언어는 권력’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면, 장 PD는 세상을 담는 그릇이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 드라마에 담았다.

드라마 PD로서 일종의 도전인 셈이다. 그리고 우리 드라마 제작환경을 고려하면 ‘대의’에 가까웠다. 26일 <뿌리깊은 나무 해례본> 편집을 막 마친 장태유 PD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만났다. 

한글 창제 미스터리라는 소재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뿌리깊은 나무>는 인기 드라마의 흥행 공식에 멀찌감치 벗어난 드라마였다.

“시청률은 절대 다수의 대중이 만들기 때문에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해야 하는데 우리 드라마는 애초부터 감성은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중반부터는 한글을 왜, 어떻게 만들었다는 설명을 하죠. 보통 이런 팩트(사실)는 드라마 소재가 되더라도 줄거리로 되지 않아요. 하지만 이도의 철학이었고 드라마를 하는 이유였기 때문에 그대로 밀어붙인 거죠.”

실체 없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법 = 교과서에 나올 법한 이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귀를 기울이게 만든 건 이도 역을 연기한 한석규의 공이 컸다. “깜짝 놀랄만한 연기를 매회 한두번씩 보여줬어요. 예컨대 벌떡 일어나면서  ‘집현전 학사가 또 죽었다’고 호통을 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지문에는 일어난다거나 소리지른다는 내용이 없었죠. 꽤 먼 거리에서도 에너지가 느껴질 정도로 울림이 컸습니다.”

‘명품’이라는 찬사는 이도뿐만 아니라 강채윤, 정기준 등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조연의 호연이 뒷받침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장 PD가 캐스팅에 중점을 둔 결과이기도 하다. “실체가 없는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였기 때문에 배우가 중요했어요. 캐스팅에만 5개월이 걸렸어요. 배우들간 조화와 연속극에서 좀처럼 볼수 없었던 신선한 배우들을 찾는 데 애를 많이 썼습니다.”

장 PD는 전작에서 보여준 연출 스타일과 연기자의 튀는 연기는 최대한 자제했다. 대신 이야기와 대본에서 나타나는 작의(作意)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콘티는 대본 전달에, 카메라는 배우의 연기에 집중했다. 대본을 잘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연출 기법도 동원됐다.

이도와 정기준이 정윤암에서 끝장 토론을 벌이는 장면은 20분 동안 대화로만 끌어가야 했다. ‘긴 장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해달라’는 작가들의 언질도 미리 있었다. 지루해질 수 있는 대화 장면에 팽팽한 긴장을 부여하는 건 온전히 연출자의 몫이었다.

 “똑같은 대사를 여러 각도에서 찍고 감정선이 흐트러지면 다시 촬영했어요. 한 시간을 촬영하면 편집하는 데도 한시간씩 할애했어요. 음악과 커트, 그리고 정확한 연기 순간을 한꺼번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었죠.”

사극에선 최초로 영화촬영에 쓰이는 알렉사(ALEXA) 카메라를 사용한 것도 시청자들이 배우의 표정과 감정에 몰입하게 만든 장치였다. 깊이감과 입체감이 두드러지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차기 대통령에게서 이도 보였으면” = 다른 걱정없이 연출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이보다 좋을 수 없다’라고 표현한 제작환경 덕분이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방송 2주전에 대본을 미리 보내왔다. 종영까지 <뿌리깊은 나무>에 ‘쪽대본’은 없었다. 다음 이야기를 염두하고 촬영했기 때문에 연출도 한결 수월했다.

<뿌리깊은 나무>는 현실 정치에 빗대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작가들은 여러 차례 정치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연출을 맡은 그는 어땠을까. “시청자들이 그런 식으로 몰아가는 건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배가하는 요소였지, 드라마의 숨겨진 음모를 파헤치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다만 다음 대통령을 기다리는 시점에서 대통령이 될 사람에게 이도가 보여준 의식이 보였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선 국민들의 역할도 중요하구요.”

‘독보적 필모그라피’ = 개인적으로 <뿌리깊은 나무>는 연출자로서 독보적인 필모그라피를 쌓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쩐의 전쟁>, <바람의 화원>에 이어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게다가 두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들이 모두 연기대상을 받았고, 올해 연기대상은 한석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뿌리깊은 나무>의 성공은 그의 치명적인 약점을 일부 극복했다는 의미도 있다. 아쉬운 결말은 그의 드라마를 사랑하는 팬들이 줄곧 지적한 문제였다.

“이번 작품은 절반의 성공은 한 것 같아요. 촬영이나 편집에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기본적인 과정은 모두 담은 결말이었으니까요. 이전에는 대본을 기다리다가 촬영을 못하거나 편집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 실제 처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작품 의도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워요.”

연이은 히트작을 선보이면서 그는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PD가 됐다. “개인적으로 <프리즌 브레이크>같은 드라마나 싸이파이판타지 장르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회사에서는 저예산 고효율 드라마를 권하고 있지만요. <불량주부>와 같은 생활드라마를 하게되더라도 캐릭터가 살아있는 모큐멘터리 방식의 드라마에 도전하고 싶어요.”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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