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시장 빗장 풀리지만 걱정거리 ‘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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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공공성 ‘빨간불’ …교양 프로그램 설자리 흔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그동안 엄격하게 통제해왔던 지상파 광고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특혜 시비로 몸살을 앓았던 방통위가 지상파에 ‘당근’을 제시한다는 명분으로 방송의 상업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송신 분쟁, 주파수 할당, 종편 특혜 논란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방통위의 역할 부재와 일관성 없는 모습은 이번 광고 규제 완화정책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는 모양새다. 

방통위는 지난해 말 이명박 대통령에게 2012년 업무계획을 보고하고 광고시장 규모의 확대와 콘텐츠 제작·유통기반 강화를 위해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과 간접광고 판매를 미디어렙 의무위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특정 매체를 위해 광고 제도를 개선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광고 시장과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비대칭, 칸막이 규제를 없애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완화 대상에는 현재 금지하고 있는 지상파 중간광고의 허용 문제도 포함됐다.

광고총량제는 그동안 방송사에서 꾸준하게 요구해왔던 제도이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광고총량제는 현재 시간당 평균 10분으로 제한하고 있는 광고량을 일일 총량만 정하고  자율적으로 집행하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시청률이 잘 나오는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에 광고가 몰리고 교양·어린이 프로그램 등은 광고난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중간광고와 총량제가 없어서 그나마 공공적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었다”며 “총량제가 도입되면 오전, 오후 시간에는 광고를 줄이고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와 프로그램에 광고가 집중되는 극단적인 상업주의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면 시간대별 광고 단가와 광고량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지만 공익성과 공공성의 가치를 반영한 프로그램의 입지는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방통위가 기대하고 있는 광고 시장 확대 역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종편 등 새로운 매체 출현으로 방송광고 시장에서 뺏고 뺏기는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성욱 한양대 교수(광고홍보학과)는 “경제상황을 보면 기업들이 광고비를 늘리는 것 보다는 매체간 광고비를 조종할 것으로 보인다”며 “방송 광고 시장을 확대하자는 취지대로 중간광고 허용이 광고주를 얼마나 유입할 수 있을지, 기대만큼 큰 광고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라고 말했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과)도 “지상파 재원 확충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광고 효과 측면에서는 프라임 시간대에 광고 혼잡도가 높아지면서 시청자들이 광고를 회피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방통위의 책임을 추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민기 교수는 “총량제처럼 시청자주권 침해 등 유관단체의 반발이 심한 정책이 정권 말기에 추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애초 종편에 비대칭 특혜를 줬기 때문에 지상파에 규제완화를 한답시고 방통위가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방통위의 간접광고 제도 개선도 이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간접광고를 미디어렙법을 통하지 않고 허용하겠다는 계획은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간접광고 도입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다. 방통위는 광고판매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방송사와 제작사가 직접 간접광고를 사고 팔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대신 사후에 신고를 받는 방식으로 간접광고 판매 현황을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협찬을 받고 광고를 해주던 관행을 양성화하겠다고 방통위가 간접광고 제도를 도입한지 2년 만에 또다시 음성 광고의 길을 터준 셈이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간접광고를 합리적으로 거래해보자는 목적으로 제도를 도입해 놓고 다시 직접거래의 길을 열어주게 되면 제작사와 광고주간 분쟁이나 부정이 발생할 소지가 높아지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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