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새해, 다시 언론인의 소명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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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2012년이 밝았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방송과 언론계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오늘 우리가 진정한 언론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들 뿐이다. 지난 5일에는 작년 하반기부터 표류해 오던 미디어렙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법안 자체는 물론 입법과정 어디에도 원칙은 없었다. 오로지 이전투구와 약육강식의 적나라한 현실뿐이었다.

시청률 0∼1%대에 불과하면서도, 지상파 대비 70% 수준의 광고비를 요구하며 무리한 광고영업을 강행하고 있던 종합편성채널들과 이미 독자 미디어렙을 출범시키고 직접 광고영업에 나선 SBS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법안의 통과를 묵인했다. 약탈적 광고 영업이 가시화되자 지역방송과 종교방송들 그리고 일부 언론 단체들은 죽는다고 아우성치다 광고 결합판매로 수익을 보장해준다고 하자 여야 합의안의 조속한 제정을 채근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은 ‘방송광고시장의 약육강식을 막기 위한 차악의 선택’이라며 오랫동안 그들 스스로 반대해온 한나라당 안에 동의했다.

MBC는 자신들을 공영에 묶은 미디어렙 법을 자신들의 뉴스를 통해 연일 맹렬히 비난했다. 새로운 미디어법이 ‘위헌’이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는 위협에 가까운 뉴스도 서슴지 않았다. KBS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수신료 인상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역시 민주통합당의 전당대회 중계를 취소했다. 마치 이에 부응하는 것처럼 한나라당은 KBS 수신료 인상을 논의할 소위 구성안을 기습 상정해 통과시키고 추후 미디렙법의 본회의 통과를 KBS수신료 인상과 연계할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염치도 체면도 없다. 오로지 치졸한 오기뿐이다.

물론 이 모든 혼돈의 근원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이다. 하지만 정글을 방불하게 하는 방송 환경 속에서 모든 방송 주체가 오로지 자신들의 생존에 최우선 가치를 두는 것을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변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처절한 노력이 과연 방송사들의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미지수다. 오히려 그 반대일 확률이 높다. 방송의 소비자이자 주인은 시청자와 국민이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자사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면 더 이상 방송은 언론이 아니다. 더 이상 언론이 아닌 방송을 시청자와 국민들이 정당하게 대우해야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방송사는 단순한 돈벌이 기업이 아니다. 사회적 공기(公器)다. 이는 방송사들 스스로 항상 강조해 온 명제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정도를 걸어야 한다. 그것이 사는 길이다. 새해 벽두 다시 언론인의 소명을 되새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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