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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이 주관하는 ABU상 시상식이 지난달 31일 홍콩에서 열려 우리 방송사는 모두 6개 프로그램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KBS 국제방송의 <소외, 에이즈 보다 더한 고통>의 정경태 PD가 해외라디오부문 대상을, 외주제작프로인 <도전, 지구탐험대>가 TV오락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MBC는 ‘감춰진 범죄 - 여성장애인 성폭행’의 최승호·김새별 PD가 TV정보부문 특별상을, <에밀레 - 영원한 한국의 소리>의 이순곤 PD가 라디오 정보부문 특별상을, <숨비소리>의 박병선 PD가 라디오 오락부문 특별상을 각각 수상했다.또한 EBS는 <영어동화>의 문영주 PD가 라디오 어린이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지면 관계상 수상자 모두를 소개하지 못하고 이중 KBS 정경태 PD와 MBC 김새별 PD, EBS 문영주 PD의 인터뷰를 싣는다.해외라디오부문 대상 - 정경태 PDKBS 국제방송 <소외, 에이즈보다 더한 고통> “지독한 소외감이 AIDS환자 죽음 불러”20세기 ‘천형’으로 일컬어지는 에이즈를 현재의 시각으로 조명한 <소외…>(7월31일 방송)은 에이즈란 질병 자체보다는 환자들이 겪는 마음의 고통에 초점을 맞췄다.정경태 PD는 “상을 받았다는 기쁨보다는 에이즈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미안함이 먼저 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만큼 취재과정에서 우러나온 에이즈 환자들의 고통은 절박했다.국내에서는 1985년에 처음으로 에이즈가 발견된 후, 2001년 6월 현재 1439명의 에이즈 환자가 있는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이중 316명이 사망했는데 애석하게도 1/3이 자살이었다고 한다. <소외…>에서 주목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에이즈 감염 사실을 무덤에 갈 때까지 말하고 싶지 않다’, ‘스스로 문을 닫고 산다’고 밝힌 에이즈 환자들의 말처럼, 이들은 사회와의 격리를 넘어서 철저히 ‘왕따’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 PD는 이들의 참혹한 눈물만을 담는데 그치진 않았다. 희망 없는 하루살이 인생을 사는 이들을 따스하게 보듬어 주는 다비타 공동체,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등에 주목했다. 일반인들이 ‘에이즈 환자와 얘기만 해도 감염된다’는 편견을 공동체, 자원봉사자의 일상을 통해 바로 잡아주려고 노력했다.정 PD는 “에이즈 환자를 그릇되게 보면 볼수록 부정적인 영향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잘못 굳어진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자살뿐만 아니라 자칫 보복감염 등 끔찍한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다. 또한 국민들에게 에이즈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정상 3주만에 프로그램을 완성하느라 미흡한 면이 많았다”고 아쉬워하는 정 PD는 “기회가 닿으면 좀더 깊이 있게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소외…>의 에필로그 한 대목을 소개한다. 결국은 이것이 인터뷰의 모든 것을 대변하지 않을까.“에이즈 감염인들이 원하는 것은 두 가지. 에이즈를 치료하는 백신과 또 하나, 사랑이라는 이름의 백신이다. 사랑 보다 더 한 백신은 없다.” 조남현 기자라디오 어린이부문 대상 - 문영주 PDEBS <영어동화> “라디오만은 어린이를 버려선 안되죠”“라디오만이라도 어린이를 버려서는 안 되죠”ABU상 라디오 어린이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EBS <영어동화>의 문영주 PD는 이 말을 줄곧 강조했다. 편성에서 갈수록 사각지대로 밀려나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라디오에서만은 포기하지 말자는 문 PD의 의지가 담겨있다. 선정적이고 현란한 애니메이션으로 편중된 어린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반면 라디오는 여과 기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라디오는 아이들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어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프로그램 예찬을 멈추지 않았다. 또 영상매체를 보는 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영향을 준다고 문 PD는 강조했다. ABU회원으로 활동해온 EBS가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뜻밖의 쾌거에 처음엔 모두들 의아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교육방송에서 소신있게 어린이 프로그램을 지켜와 국제적인 상을 수상하게 됐다며 EBS 사내는 ‘떡 파티’를 열 만큼 축제 분위기이다. <영어동화>는 EBS가 라디오를 전문 어학 채널로 전환하면서 신설한 어린이 영어 프로그램이다. 어린이들이 듣기 쉬운 전래동화와 노래를 반복적으로 들려줘 영어학습과 아이들의 정서함량에도 기대가 커 학부모와 어린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문 어학 채널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의 효과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 바로 <영어동화>라고 한다.<영어동화>가 전문 어린이 프로그램이 아닌 점이 아쉽다는 기자의 말에 문 PD는 공감했다. 하지만 <영어동화>가 언어 학습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그쳤었다면 이 상은 별 의미가 없었다고 문PD는 말했다. 18년 EBS 근무에 비하면 문 PD의 연출입문은 불과 1년밖에 안된다. 발달심리를 전공한 문 PD는 EBS에서 유아 프로그램을 줄곧 맡아온 연구원이었다. 비록 제작 노하우는 미흡할 지 모르나 문 PD와의 대화 속에 느껴지는 교육마인드는 20년 남짓 어린이프로그램을 연구를 해 온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선민 기자TV정보부문 특별상 - 김새별 PDMBC ‘감춰진 범죄-여성장애인 성폭행’“꾸준한 관심으로 여성장애인 지켜볼 것”‘감춰진…’(연출 최승호·김새별)은 ABU 특별상 외에도 제팬 프라이즈(Japan Praise) 결선에 진출하고, 방송진흥원의 남녀평등 상에도 추천되는 등 국내외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김새별 PD를 만나 프로그램의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보았다. -처음 시작제보를 받고 시작했다. 1년 전에 장애인 성폭행을 방송했던 경험이 있어서 처음엔 별로 주목하지 않았는데, 막상 뛰어들고 보니 전국적으로 너무 많은 사례가 있었고, 그 문제점도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심각했다. -가해자 취재의 어려움여성장애인 성폭행의 경우는 가해자가 집단, 다수일 경우가 많은데, 가해자들이 다수이다 보니 무조건 피하거나 폭력행사로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피해자는 정신지체일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의 협박에 못 이겨 재판 도중에 사실을 번복하는 경우가 있다. 일례로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통에 가해자 중 한 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일이 있는데 이 가해자로부터 협박 전화와 이메일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방송에서 못한 말‘대안제시나 예방책, 사후시스템에 관한 고민이 더 충분했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성장애인이라는 소재가 사람들에게 생소한 내용이었고, 그 실태가 너무 심각한 상황이어서 사례와 상황만 정리해서 방송하는 데 그쳤던 것 같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방송이 계속된다면 좀더 체계적인 얘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과 <타임머신>개편 이후 에서 <타임머신>으로 옮겼다. ‘감춰진…’을 취재하면서 피해자와 신뢰가 쌓여 방송이 끝난 지금도 재판진행 상황을 연락해 오는 피해자들이 있다. <타임머신>의 성격이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앞으로도 여성 장애인 성폭력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김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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