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수신료’ 연계…與, 총선 ‘위기’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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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렙-수신료’ 연계…與, 총선 ‘위기’ 불가피
한나라, 19일 본회의 주장…민주 “개점휴업 의도…13일 개회”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2.01.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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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미디어렙 법안과 수신료 인상 등을 논의할 소위원회 구성 안건의 연계처리를 주장하면서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전재희 문방위원장이 한나라당 간사인 허원제 의원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은 결국 이날 밤 10시 40분께 미디어렙 법안과 수신료 관련 소위 구성안 등을 일방 처리했다.

미디어렙 법안 등의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개회 일정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 여야는 당초 오는 13일 본회의를 열고 진통 끝에 지난 5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를 통과한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키로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회의장 부재 등을 이유로 임시국회 회기를 연장해 오는 19일 본회의를 소집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野 13일 본회의 단독 소집, 與 임시국회 단독 연장= 미디어렙 법안 처리의 시급성에 대해선 여야 모두 공감을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일단 그렇다. 하지만 처리 시점에 대해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디어렙 법안의 처리가 급하다면서 지난 5일 문방위 전체회의 당시 단독 표결처리에 나섰으면서도 13일 본회의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황영철 대변인은 12일 비상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월 임시국회를 설 연휴 전까지 연장하고 19일께 본회의를 열어 미디어렙 법안 등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13일이 아닌 19일 본회의를 주장하며 내세우는 것은 현재 해외순방 중인 박희태 국회의장의 부재다. 국회의장이 없는데 어떻게 본회의를 열 수 있겠냐는 주장이다.

또 민주통합당이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박 의장 사퇴촉구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만큼, 박 의장의 해외순방 일정(1월 18일까지)이 끝난 후 본회의를 여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박 의장의 ‘돈봉투’ 의혹에 대해서도 입장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오는 17일 의원총회 등을 열어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미디어렙 법안 등의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한 ‘꼼수’라고 맞받고 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본회의와 관련해) 한나라당으로부터 나온 꼼수 중 가장 말이 안 되는 게 국회의장의 해외출타 관련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여야 원내대표 합의로 오는 15일까지를 1월 임시국회 회기로 정했을 뿐 아니라,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 부재 시 사회권이 부의장에게 위임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의장의 해외순방으로 12~13일 사회권은 홍재형 부의장에게 위임된 상태다.

박 의장 사퇴촉구결의안과 관련해서도 김 원내대표는 “그것(사퇴촉구결의안)이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13일 본회의 소집을 막는 이유가 된다면 제출을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이 13일 본회의 소집을 주장하는 배경엔 한나라당 주장대로 임시국회 회기를 연장한다 하더라도 실효적인 국회 운영이 불가능한 물리적 상황이 있다. 이달 23일이 설 연휴인데, 주말이 겹친 상황인 만큼 실질적으로 오는 19~20일부턴 귀성길이 시작될 예정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국회의원들 입장에선 설 연휴를 앞두고 지역구 챙기기가 우선인 만큼, 임시국회 회기를 연장한다 하더라도 19일 본회의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김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19일이라는 날짜가 묘하다”라고 지적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는 “설 연휴를 앞두고 회의를 소집하겠다는 것은 결국 2월까지 국회를 열어만 두고 끝내겠다는 꼼수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통합당은 이날 오후 단독으로 본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국회법 제8조 2항에 따라 (민주통합당) 소속의원 전원 명의로 13일 오후 2시 본회의 재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국회법은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본회의를 개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임시국회를 한 달 더 연장하는 소집 요구서를 이날 단독으로 제출했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한나라당이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내게 되면 16일부터 임시국회가 회기가 다시 진행된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이날 중 만나 서로의 요구를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 한나라당이 미디어렙 법안과 수신료 인상 등을 논의할 소위원회 구성 안건의 연계처리를 주장하면서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전재희 문방위원장이 한나라당 간사인 허원제 의원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은 결국 이날 밤 10시 40분께 미디어렙 법안과 수신료 관련 소위 구성안 등을 일방 처리했다.
■미디어렙법 지렛대 수신료 처리 의도= 한나라당이 13일 본회의를 주저하는 배경엔 디도스 특검법과 수신료 인상안 등에 대한 고민도 있어 보인다.

먼저 디도스 특검법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당초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1월 9일, 이준석 디도스검증위원장)고 강조했지만, 정작 민주통합당이 지난 9일 디도스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한 이후 본회의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제출한 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시작해도(특검 임명일로부터 최장 110일 수사) 오는 총선 전 수사가 끝나긴 어렵지만, 수사 과정 중 선거를 앞둔 한나라당과 소속 의원들에게 치명상을 입힐 내용이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0~11일 여야 협상 과정에서 미디어렙 법안과 수신료 인상안의 연계처리도 주장했다. 노영민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0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이 수신료와 함께 2월 국회에서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렙 법안-수신료 인상안 연계 처리 기류는 이미 미디어렙 법안 연내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가 갈등을 빚던 지난해 연말부터 감지됐다. 당시 한나라당은 “연계처리를 주장한 일이 없다”(12월 31일 한나라당 문방위원 전원 명의 성명)고 주장했지만, 지난 5일 야당이 미디어렙 법안의 문방위 통과를 주장하는 상황 속 수신료 인상 등을 논의할 소위원회 구성안을 단독으로 상정, 일방 처리했다.

당시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인 허원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말에는 법안심사소위원회 차원에서 미디어렙 법안을 논의할 때였던 만큼 수신료 인상안을 제기할 일이 없었지만 (전체회의가 열리는) 지금은 다르다”며 “미디어렙 법안과 수신료 인상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렙 법안-수신료 인상안 연계 처리 주장과 관련해 미디어렙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방송·언론인들과 시민단체들은 “미디어렙 법안에 대한 언론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지렛대 삼아,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수신료 인상안을 어물쩍 처리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전국언론노조 간부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수신료 인상안 연계 처리에 대한 반대 의견에 “수신료 인상만이 아니라 KBS의 공익성 등과 관련한 문제를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與, 잃을 게 없다?…언론인들 “‘착각’일 뿐” 비판=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미디어렙 법안과 수신료 인상안의 연계 처리에 성공하거나 실패해도 크게 잃은 게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문방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미디어렙 법안은 ‘1공영 다(多)민영’을 근간으로 종합편성채널의 광고 직접 판매를 최대 2년 5개월 동안 유예하며 미디어렙에 대한 방송사 1인 지분을 40%까지 허용하고 있어 MBC와 일부 신문들은 “사실상 종편채널·SBS(민영 미디어렙) 특혜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를 통해 광고 판매를 하려던 SBS 역시 현재의 미디어렙 법안이 지주회사의 미디어렙 지분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탓에 볼멘소리를 하는 상황이다.

즉, 현재의 미디어렙 법안을 수신료와 연계에 처리할 경우 미디어렙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지역·종교방송과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KBS 등에 면을 세울 수 있고, 법안 처리를 하지 않더라도 현재의 법안에 반대하는 방송·언론사들과 무법(無法)의 상태에서 기한 없이 광고 직접 판매를 할 수 있는 종편채널 등의 이해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렙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하는 쪽과 재논의를 강조하는 언론·시민단체 모두 여당이 수신료 인상안을 지렛대 삼는 데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

미디어렙 법안의 재논의를 주장하고 있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7일 발표한 논평에서 “한나라당이 KBS의 겁박에 밀려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강행하고 (미디어렙 법안을 이유로) 민주통합당이 이를 방치한다면 역풍이 불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디어렙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는 전국언론노조도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의 미디어렙 법안-수신료 연계 처리 방침의 철회를 촉구하는 동시에, 수신료를 발판으로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하거나 지연시킬 경우 4월 총선의 심판이 기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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