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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달의 책] ‘짝’, ‘뜨겁게 안녕’,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외

‘지식의 권유’
(김진혁 저 / 토네이도)

이 시대의 정직한 감성 콘텐츠 <지식채널e>로 잘 알려진 김진혁 EBS PD가 청춘을 위한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방황하는 청춘들이 ‘고스펙’을 쌓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처세술은 아니다. 저자는 청춘에게 틀에 박힌 ‘성공’이란 공식에 의문을 가지라고 말한다. 제도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지식의 편식’을 경고하며 지식에도 ‘식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무엇이 지식인가…세상에 지식이 아닌 것은 없다. 그렇다면 지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물음에서 출발하는 저자는 ‘돈이 되는 지식’과 ‘위안의 지식’을 구별해낸다. (288쪽, 14000원)

‘뜨겁게 안녕’
(김현진 저 / 다산책방)

‘솔직한 글쟁이’ 김현진이 20대에 겪었던 ‘서울살이’를 사진과 글로 풀어냈다. 김현진 개인의 청춘이 드러나는 이 책은, 동시에 2000년대 서울의 소외된 거리와 풍경도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철거촌과 비개발지역, 쪽방, 구멍가게 등을 이웃으로 살아온 그녀가 만난 서울 거리는 저마다 사연을 품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언덕마다 꽉꽉 들어찬 불빛 하나하나가 참 얄밉게도 빛난다는 생각에 툭하면 풀이 죽었다. 저토록 약 올리듯 반짝반짝 빛나는 불빛 하나 중에 고작 내 몸 하나 눕힐 불 켜진 방 하나 없구나.” (312쪽, 13000원)

‘짝 : 당신의 짝은 지금 행복합니까?’
(남규홍 저 / 도모)

다큐멘터리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행복’이란 주제를 끈질기게 놓지 않고 있는 남규홍 SBS 교양 PD가 책을 냈다. 지난해 ‘출세’에 주목해 <출세만세>를 펴냈다면, 올해는 ‘짝’이 주제였다. 이 책은 지난해 초 SBS에서 3부작으로 방영된 다큐멘터리 <짝>의 취재파일에 해당한다. 저자는 ‘애정촌’의 탄생과정, 시사점부터 시작해 짝의 유형, 짝의 욕망, 짝의 균열, 짝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짝에게 나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구원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295쪽, 13900원)

‘파미르에서 원난까지’
(이상엽 저 / 현암사)

부제는 ‘카메라를 든 산책자 이상엽의 중국 서부 기행’이다. 저자는 2004년부터 8년간 중국 신강위구르자치구, 간쑤성, 칭하이성, 쓰촨성, 윈난성 등지를 스무 차례 여행하며 140장의 사진과 함께 차마고도, 티베트고원 등지에서 느꼈던 성찰의 시간들을 풀어냈다. 책에는 초원과 사막, 유목민, 소수민족, 그리고 모택동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현대문명에 대한 성찰도 곳곳에 보인다. “높은 인구밀도와 풍족한 소득에서 살고 있는 도시인의 삶은 정말 행복한가?…도심의 검은 심연 같은 공포에 사람들은 상시적으로 떨고 있다. 나는 중국 서부에서 이 공포를 대체할 무언가를 찾아다녔다.” (308쪽, 17000원)

‘미디어이벤트 : 역사를 생중계하다’
(다니엘 다얀, 엘리후 케츠 저, 곽현자 역 / 한울아카데미)

프랑스와 미국의 미디어사회학자들이 ‘미디어이벤트’가 한 사회의 통합과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했다. 저자들은 올림픽 대회나 존. F. 케네디의 장례식, 달 착륙 사건이나 영국 왕실의 결혼식과 같은 사건들을 생방송하는 미디어에 주목하고 이것을 ‘미디어이벤트’라 말한다. 이 책은 문화인류학의 관점에서 텔레비전이 갖는 의례적 역할(ritual role)을 조명한다. 미디어이벤트의 ‘스크립트’에 따라 시청자의 역할은 달라진다. 한국사회에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나 붉은악마의 월드컵 거리응원 생중계 등에서 ‘미디어이벤트’가 갖는 콘텍스트(맥락)을 짚어볼 수 있다. (320쪽, 24000원)

‘떠날 수 없는 사람들 : 또 다른 용산, 집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
(김성희 김수박 김흥모 심흥아 유승하 이경석 지음 / 보리)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다섯 명이 공권력에 의해 목숨을 잃은 용산참사 3주기를 맞아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책이 나왔다. <내가 살던 용산>에 이어 철거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두 번째 만화책이다. 만화가인 저자들은 “참사 이후에도 철거민들의 시간은 그대로 멈춰 있다”며 용산참사 뒤에도 반복되는 재개발 속에서 강제철거와 용역의 폭력을 마주하는 철거민을 그렸다. 책은 “또 다른 용산에서 ‘재개발’이라는 주문에 따라 집들은 스러져가지만 집을 빼앗긴 사람들이 외치는 ‘대책 없이 내쫓지 말라’는 목소리는 여전히 공허한 외침”이라며 기억의 연대를 제안한다. (208쪽, 12000원)

‘나는 꼼수다 Episode 1’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 저 / 시사in북)

이미 <나는 꼼수다>를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들었다면, 굳이 이 소설집을 정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정봉주의 깔대기와 주진우의 특종, 김어준의 분석을 간직하고 싶다면 1회부터 18회까지 내용을 완벽 정리한 이 책을 추천한다. 또는 팟캐스트로 듣기가 어렵거나 귀찮아 지금껏 무시했지만 BBK, 청계재단, 자원외교 이슈 등 ‘가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이들의 이야기에 한 번 쯤 눈을 돌려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추천한다. 다만 주의할 점. 이 책은 ‘시사 소설집’이니 불을 켜고 문맥을 달달 외우며 다닐 필요는 없다. 일단 웃으면 된다. (328쪽, 13000원)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김환표 저 / 인물과 사상사)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이자 드라마 애호가인 저자가 ‘드라마의 사회문화사’를 펴냈다. 저자는 일제강점기부터 2010년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 드라마사(史)를 연대기식으로 서술하며 주요한 흐름과 성격을 짚는다. 책은 드라마를 통해 그 시대와 당대인의 가치관, 삶의 방식, 유행, 취향, 욕망 등을 엿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인들은 승자독식주의라는 고강도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고, 드라마는 이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 드라마 공화국은 스트레스 공화국의 다른 얼굴이다”라고 강조한다. (448쪽, 17000원)

‘직신’
(고제건 저 / 리드잇)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이도의 정치는 충신들의 직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역사 속에서 임금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았던 선비들은 누가 있었을까. 저자는 율곡 이이, 남명 조식, 퇴계 이황, 매월당 김시습, 다산 정약용, 연암 박지원 등 당대에 목숨을 걸며 나라의 근본을 이야기하고 임금과 조선을 조롱하기도 했던 선비들의 말을 담았다. 이들은 모두 “신하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군주가 아닌 백성”이라고 말했으며 “모든 힘은 백성으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참모진들은 특히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252쪽, 14300쪽)

‘동물의 건축술’
(배용화 저 / 문학동네)

KBS 자연 다큐멘터리 <동물의 건축술>이 책으로 나왔다. 저자는 <환경스페셜>에서 ‘잃어버린 오아시스’, ‘생명탐구 흙’과 같은 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자연 다큐멘터리 PD다. 그가 이번에 주목한 것은 둥지를 짓는 동물들의 건축술에 담긴 생생한 삶이었다. 동물들이 만드는 건축의 정교함과 예술성은 인간을 뛰어넘는다. 주변의 지형을 이용해 댐을 만드는 비버의 모습과 6미터가 넘는 흰개미집은 경이로움 자체다. 바우어새는 자신만의 정원을 꾸미고, 온두라스흰박쥐는 이동형 나뭇잎 텐트를 만든다. 저자는 “동물들의 건축은 자연에서 났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며 환경파괴적인 인간의 건축술에 시사점을 준다. (364쪽,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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