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의 ‘예스터데이’에 얽힌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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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선의 음악다방]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레퍼토리라고 평가를 받고 있는 곡은 비틀즈(Beatles)의 ‘예스터데이’(Yesterday)다.

빌보드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500명 이상의 아티스트가 이 곡을 리메이크했으며, 방송횟수를 조사하는 BMI라는 단체에 의하면 구미에서만 7000만번 이상 에어플레이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BBC, MTV, 롤링 스톤지 조사에서 여러 차례 올 타임 넘버원 인기곡으로 발표된 바 있다. 또한 클래식 음악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팝이기도 하다. 오늘은 비틀즈의 ‘예스터데이’에 얽힌 흥미로운 뒷얘기를 소개한다.

1964년 어느 날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는 꿈속에서 멜로디를 떠올린다.(당시 그는 제인 애셔(Jane Asher)라는 여자 친구 집에서 방 하나를 얻어 지냈다). 마침 침대 옆에는 피아노가 있었고, 서둘러 악상을 기억해 내며 단숨에 곡을 완성한다. 폴은 처음에 너무나 멜로디가 익숙하게 느껴져 어디 다른 곳에서 들은 클래식 곡이 아닌가 의심한다.

다행히도 비틀즈 나머지 멤버들로부터 이전엔 들어 본 적이 없는 괜찮은 멜로디라고 평을 듣는다. 악보를 완성했으니 제목과 가사를 일단 아무렇게나 지어본다. 평소에 좋아하는 메뉴인 ‘스크램블 에그’(Scrambled Egg)로 타이틀을 붙였고, 가사는 “Scrambled Egg / Oh my baby how I loved your legs~” 이런 식으로 만든다.

▲ 비틀즈 ‘HELP’ 앨범 표지
‘스크램블 에그’에서 ‘예스터데이’로 바뀐 것은 폴 매카트니가 14살 때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이미지를 멜로디에서 생각해 냈기 때문이다. 당시에 비틀즈는 ‘헬프’(Help)라는 영화를 촬영 중이었다. 영화의 세트장 중앙에는 피아노 한 대가 놓여있었는데, 폴 매카트니는 ‘예스터데이’의 가사를 다듬느라 매일 피아노를 꿍꽝거리며 시끄럽게 했고, 감독인 리처드 레스터(Richard Lester)는 화가 나서 얘기한다. “당장 그만 두지 않으면 피아노를 치워버리겠다!” 옆에서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도 한 마디 거든다. “하루 종일 그 노래에 대해서만 떠드는군. 자기가 뭐 베토벤인 줄 알아”

‘예스터데이’의 편곡은 비틀즈의 프로듀서인 조지 마틴(Geogre Martin)이 맡았다. 폴 매카트니는 이 노래의 반주로 현악기를 쓰겠다는 아이디어에 반기를 든다. “그렇게 하면 촌스러운 만토바니(Mantovani) 음악이 돼 버리잖아요” 이 때 조지 마틴은 “그게 싫다면 현악 4중주 스타일이면 어때?”라고 제안을 했고, 그래서 멋진 현악 4중주(String Quartet)가 완성된다.

1965년 6월 14일 드디어 ‘예스터데이’의 역사적인 녹음이 시작된다. 기타와 보컬은 모두 폴 매카트니가 맡았고, 비틀즈의 다른 멤버의 참여는 없었다. 다만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만이 녹음장면을 구경했을 뿐이다. 폴 매카트니는 딱 두 번 노래를 불렀는데, 이 중에서 두 번째가 채택돼서 음반이 나오게 된다.

‘예스터데이’는 표절 의혹이 없지는 않았다. 혹자는 레이 찰스(Ray Charles)의 ‘조지아 온 마이 마인드’(Georgia On My Mind)와 흡사하다고 했고, 다른 이들은 냇 킹 콜(Nat King Cole)의 ‘앤서 미 마이 러브’(Answer Me My Love)와 같다고 했다. (필자가 들어 봐도 비슷한 구석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1965년 9월 25일 ‘예스터데이’는 미국 팝 차트 정상에 오른다. 하지만 영국 차트에서는 진입조차 못 한다. 싱글음반 발매에 다른 멤버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세계 음악인의 찬사를 받던 ‘예스터데이’였지만, 포크 가수인 밥 딜런(Bob Dylan)만큼은 혹평을 퍼붓는다. “미국 국회도서관에 들어가 보라고. 그것보다 훌륭한 악보가 얼마나 많은지. 아마 수백만곡은 될 거야. 그냥 싸구려 대중 작곡가가 만든 노래 같다고.”

▲ 조정선 MBC PD(‘조PD의 새벽다방’ 연출·진행)
2002년에 어느날 존 레논(John Lennon)의 부인이던 오노 요코(Ono Yoko)는 폴 매카트니로부터 “‘예스터데이’는 내가 전부 만들었으니 이 노래만큼은 매카트니/레논으로 표기순서를 바꾸면 안 될까?”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즉시 거절한다.

폴 매카트니는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예스터데이’를 수천, 수만 번 불렀을텐데, 이제는 좀 지겹지 않느나?”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롤링스톤즈(Rolling Stones)의 라이브 공연에서 ‘새티스팩션’(Satisfaction)을 안 부르면 모두 표 값을 돌려 달라 그러지 않겠소?”

스토리를 알고 듣는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는 더욱 감동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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