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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묵 교수 토론회에서 주장…“일자리 창출·백서 미발간 따져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채널)이 개국한 지 한 달을 넘어섰다. 종편채널은 시청률 추락으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민사회의 평가는 냉엄했다. 이들은 0%대 시청률로 광고시장에서 약탈적 광고 영업을 일삼을 뿐 아니라 방송보도와 프로그램에서 이념 편향성과 선정성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중동방송저지네트워크의 주최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토론회 ‘조중동방송 한 달을 말한다’에서 발제자들은 각종 특혜와 편법을 등에 업고 출범한 종편채널의 실체가 드러난 만큼 당시 내세웠던 일자리 창출, 외주제작사와의 상생 등에 대한 진단과 책임을 현 정부에 되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를 맡은 방정배 방송독립포럼 공동대표는 “한 매체가 도입될 때 기존 신문이나 방송이 수행할 수 없는 부분을 찾아 경쟁 매체가 아닌 보완 매체로 역할을 해야하는데 종편채널은 각종 편법과 특혜를 등에 업은 돈벌이 수단으로 출범했다”라고 비판했다.

발제를 맡은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종편채널이 미디어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라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최 교수는 “뉴미디어 시대에 올드 미디어를 모델로 종편채널이 출범한 것 자체가 애시당초 어불성설이었다”라고 밝힌 뒤 “시청률 5%가 나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시청률이 거의 15분의 1 정도 나오고 있다. 종편채널이 경쟁력이 없는 건 증명됐지만 문제는 물귀신처럼 다 같이 무너지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종편채널의 문제점으로 ‘약탈적인 광고 영업’을 우선으로 꼽았다. 종편채널의 모체가 조선·중앙·동아일보라는 막강한 여론장악력을 가진 메이저 신문이기 때문에 앞으로 정치력을 동원한 온갖 편법과 특혜, 유착, 야합으로 공공적인 시스템을 무력화 시키고 광고주를 협박해 연명할 것으로 최 교수는 내다봤다.

그는 “종편채널이나 군소 매체 등 취약매체나 의존하는 공통분모는 한정된 광고”라며 “결국 제로섬 게임은 악의 축(종편채널)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앞서 힘이 약한 취약매체부터 순차적으로 경영난에 처하며 무너질 수 있다는게 가장 큰 폐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미디업계의 4대강이라고 할 수 있는 종편채널의 역주행은 이미 예측됐던 결과”라며 “그간 방통위가 내세운 종편채널에 대한 유치산업 보호 논리와 각종 특혜들을 점검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방통위의 종편채널 백서 발간 지연과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명분으로 내세운 일자리 및 글로벌 경쟁력 창출에 대한 평가라고 강조했다.

▲ 17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조중동방송저지네트워크가 주최한 토론회 '조중동방송 한 달을 말한다' ⓒPD저널

“부실방송과 저널리즘 상실한 보도”

이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중동방송모니터 팀장은 종편채널의 방송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념 편향성과 선정주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보도 부문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됐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종편채널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방송’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새로운 건 없었다”라며 “비일비재한 방송사고 뿐 아니라 보도 부문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보도 건수가 일정하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jTBC와 채널A는 주말 메인 뉴스 보도 건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MBC <뉴스데스크>의 주말뉴스 보도건수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 약 10건 안팎이라는 것이다.

또한 기사배치에서도 이념적 아이템이나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선정적 아이템을 앞세운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팀장에 따르면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인 시의성, 접근성, 이슈의 중요도에 따른 기사 배치에서 벗어난 뉴스 꼭지들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특히 TV조선은 이념 편향적인 보도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팀장은 “종편채널 출연을 비판하는 작가 공지영 씨에게 ‘흑백논리’를 운운하며 공격했고(12월 2일), 한미FTA 비준 무효 집회소식에서는 ‘교통체증’을 부각하는 보도행태(12월 3일)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또 “A양 동영상 확산을 두고 SNS의 부작용인 것처럼 몰아가거나(12월 7일) 방송인 김제동씨 검찰 수사에 대해 네티즌의 비난이 빗발치자 담당검사가 직접 해명 댓글을 달았다(12월 10일)며 은연중에 검찰마저 ‘네티즌 눈치를 본다’고 보도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jTBC는 연성화된 보도행태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팀장은 “일부 보도에서 박정희 정권 미화 움직임을 보이며 인간적 면모를 띄워줬다”라고 언급한 뒤 “‘정친홍의 휴먼파워’라는 프로그램(12월 10일)에서 박동선 씨의 박 전 대통령이 독재 의도가 없었다는 등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없이 내보냈다”라고 설명했다.

“종편채널 비판과 함께 기존 주류 미디어 각성 필요”

이처럼 종편채널이 야기한 폐해를 두고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됐다. 양재일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대표는 “종편채널 거부와 광고주 목록을 만들어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막상 이렇게까지 질 낮은 콘텐츠를 의무재전송까지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한 뒤 “4대강 사업 부실 공사에 따른 비용이 들듯 종편채널로 인한 공공 미디어 파괴 등의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 대표는 “종편채널을 예의주시하면서 이들이 벌이는 노이즈 마케팅에 대한 실체를 (언론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민진영 경기민언련 사무처장은 “종편채널이 좋아하는 시장 논리를 적용하자면 시청률 0%임에도 왜 이렇게 과도한 광고비가 집행돼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따져 물어야 한다”라고 지적한 뒤 “종편채널 개국에 따라 일자리 2만 개가 창출될 것이라는 당시 방통위 관계자뿐 아니라 양심을 팔아가며 확언했던 관변학자들에 대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종편채널에 대한 진단과 함께 주류 미디어의 각성도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수영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연구교수는 “종편채널에서 지적되고 있는 부실방송, 기사 배치 문제가 단지 종편채널만의 문제인지 따져봐야 한다”라고 말한 뒤 “기존 주류 미디어의 문제이기도 했다. 예컨대 SBS <뿌리 깊은 나무>, MBC <남극의 눈물>, KBS <개그콘서트>가 있다고 해서 (지상파 방송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종편채널에 대한 비판만 하게 되면 우리나라 방송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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