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오후 3시 30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회의실. 이날은 해직언론인이 만드는 대안언론 <뉴스타파>의 첫 녹화가 있는 날이었다. 방송용 ENG 카메라 대신 50여 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는 캠코더가 눈에 띄었다. 스튜디오 역시 조명 3개를 설치한 것 말고는 회의실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었다. 최근에 편집용으로 구입한 애플 컴퓨터가 유일한 스튜디오 장비 역할을 하고 있었다.
노종면 앵커(YTN, 2008년 해직)는 오랜만에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 입고 등장했다. YTN처럼 분장팀이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스스로 머리와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다음에는 빗을 가져와야겠어.” 그가 머쓱거리며 웃었다.
“하나, 둘, 셋, 큐.”
“3년 5개월 만에 스튜디오가 아닌 스튜디오에 앉아 카메라를 바라봅니다.”
그의 오프닝 멘트는 가슴 어딘가에 울림을 주고 있었다. 공정방송을 외치다 해직된 PD와 기자가 만드는 방송이기 때문이다. 노종면 앵커는 약 4년간 앵커 자리를 떠났던 사람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능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장비는 보잘 것 없지만 기성 언론보다 떳떳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종면 앵커를 바라보는 이근행 PD의 눈빛에선 약간의 흥분감을 읽을 수 있었다.
몇 번의 재녹화를 거치고 오후 다섯시 쯤에야 첫 녹화가 끝이 났다. 이근행 PD는 웃으며 박수를 친 뒤 밤을 샐 각오를 해야 한다며 후반작업을 위해 자리를 떴다. 노종면 앵커는 오랜만에 받은 조명으로 땀이 났다. 그는 첫 번 째 녹화에 대한 소감을 묻자 “안하던 일을 한 것 같진 않다. 지난해까지 언론노조 민실위원장으로 지내며 했던 일과 <용가리통뼈뉴스>에서 하고 있는 일이 언론보도 비평이어서 생경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노종면 앵커는 “장비가 열악한 만큼 내용이 좋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근행 PD는 “여러 가지 무리한 요건에 놓여있지만 욕심내지 않고 작은 아이템이라도 근성을 갖고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근행 PD는 “제작자가 해직언론인인 만큼 항구적으로 갈 수 없는 프로젝트이지만 우리가 몸담았던 주류 미디어가 <뉴스타파>를 통해 자극을 받고 언론의 본 기능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40분 분량의 방송으로 예정된 <뉴스타파> 첫 회는 27일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