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씨 방송’ 멍에 벗기 위한 종결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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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MBC노동조합 총파업 출정식

▲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본사 1층 로비에서 MBC노조 총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이날 출정식에는 약 25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PD저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서울지부(이하 MBC노조)의 총파업이 시작됐다. 3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1층 로비 민주의 터에는 약 25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MBC노조의 이번 파업은 2010년 ‘39일 파업’ 이후 2년만이다. 출정식에선 2년 전 파업을 주도했던 이근행 노조위원장의 모습도 보였다. 그는 오늘로 해고 당한지 603일 째다. ‘이근행 해고 603일’은 김재철 사장 체제의 MBC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노동조합이 탄생했던 1988년부터 1998년까지 MBC에선 6번의 파업이 있었다. 이후 10년 간은 파업이 없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MBC노조는 3년 동안 4번의 파업을 했다. 그로인해 MBC내에선 100여명 이상이 징계를 받았으며, 해고자도 나왔다. MBC 구성원들은 현 정부 들어 진행된 언론자유 위축과 미디어공공성 파괴에 격렬히 저항했다. 최근 2년간 MBC구성원들에게 분노의 대상은 김재철 사장이었다.

이날 출정식에서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현 9기 집행부는 사측의 단협 해지를 받고 시작했다. 전면전은 어려웠다”고 말했다. 상황이 노조에게 녹록치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해 가을 파업 직전, 사측의 ‘항복’을 받아낸 바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대 이상의 성과로 단체협상과 공정방송협약을 체결하고, 시사교양국장과 라디오본부장도 교체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단협체결 이후에도 한미FTA나 MB내곡동 사저 등 이슈에서 불공정· 축소 보도를 이어나가는 한편 회전문 인사를 단행하며 실질적인 쇄신 의사가 없었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그 중심에는 김재철 사장이 있고 김재철 사장의 퇴진 없이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노조는 파업을 결의하게 됐다.

지난 25일부터 이미 제작거부에 들어간 MBC기자회 조합원들은 총파업에 힘을 보탰다. 박성호 기자회장은 “간부들은 보도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비전 제시를 하지 못했다. 기자들 역시 현실에 냉소하면서 편파보도를 합리화한 적도 있다”고 고백한 뒤 “기자들에겐 돌파구가 필요했다”며 제작거부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기자회는 1월 초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에 대한 압도적인 불신임 투표 결과를 공개했으며, 이후 박성호 회장은 진행중이던 <뉴스투데이>에서 경질됐다. 이를 두고 박성호 회장은 “투표 결과를 두고 사측은 신속한 진압의지만 보였다”고 꼬집었다.

▲ 총파업 출정식에 참여한 문지애 아나운서(가운데)의 모습. ⓒPD저널

이날 출정식에서는 노조가 준비한 ‘국민에게 보내는 참회의 영상’도 공개됐다. 이 영상에는 MBC 기자들이 등장해 지난 2년간 불공정보도를 사과하며 국민을 위한 공정방송으로 거듭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연한 모습으로 발언에 나선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내몰아야 할 사장을 상대로 상생을 외쳐야 했다. 매달 파업으로 응수해야 할 사건들이 터졌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조합이 변변한 역할을 못했던 것이다”라며 심정을 밝혔다.

정영하 위원장은 이어 단호하게 말했다. “끝을 보는 투쟁을 시작하겠다. MBC는 정권의 방송이 됐다. 지난 십수년간 MBC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권의 방송이 된 적은 없다. 사람들은 MBC가 MB씨의 방송이라고 말한다. 김재철 사장이 나가지 않는 한 이 같은 멍에와 굴레는 벗어날 수 없다. 이번 투쟁을 통해 국민들 품으로 돌아가겠다.” 조합원들은 눈시울이 불거진 노조위원장에게 박수를 보낸 뒤 파업가를 불렀다.  

조합원들은 오후 2시에 다시 민주의 터에 모여 각 부문별 상황을 공유하고 파업 투쟁 방법과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 정영하 MBC노조위원장(가운데)과 노조 집행부가 파업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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