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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선미의 chat& 책]

- KBS 다큐멘터리 <마음>의 출판 성공전략

영상물의 출판화는 이미 출판시장에서 ‘대세’를 이룬다. 물론 그 성적 또한 놀라워 출판계의 영상물 콘텐츠를 향한 러브콜은 갈수록 하늘을 찌르고 있다. 오늘은 영상물 중에서 다큐멘터리의 출판화에 대해 제작과정을 실례로 들면서 얘기해 보고자 한다.

지난 2006년 KBS에서 아주 재미난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적이 있다. 다큐멘터리 <마음>인데, 이 다큐는 사람의 ‘마음’이 정해진 운명이나 동물적 본능이 아닌 자신이 스스로 통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유형의 존재(고도화된 뇌의 작용)라는 점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이며 연출이었다.

▲ ‘마음-KBS다큐멘터리’ 표지 ⓒ예담
기획안을 보는 순간 책 시장에서도 상당한 이슈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콘텐츠임을 직감했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이 다큐멘터리리가 던진 파장을 출판미디어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재발견하고, 자기 인생을 변화시키고 개척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독자대중에게 주고 싶었다.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의 기간 동안 전문팀이 구성되어 진행되기 때문에 PD의 영향력이 어느 방송물보다 강하며, 이 때문에 PD와의 공조가 계약과 책 진행의 성패를 좌우한다. 대부분의 출판물은 작가(저자)가 준비한 원고를 중심으로 편집이 진행되지만 방송 출판물의 경우, 해당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라 할 수 있는 방송 PD의 역할이 주요하게 추가된다. 방송 PD-작가-편집자-출판기획자가 한 명의 혼연 일체된 저자가 되어 출간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영상언어를 출판 텍스트로 바꾸는 작업은 단지 녹취물을 언어 텍스트로 풀어내는 작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즉 화면에서 보이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정리한다고 해서 출판용 원고 작업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원소스를 기초로 해서 출판에 적합한 콘셉트와 형식으로 구성을 다시 잡아 방송과는 또 다른 새로운 원고를 만들어야 하는 힘든 작업이다.

더구나 방송물 중에서 가장 출판하기 어려운 것이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는 우선 전문적인 주제와 소재를 가지고 취재를 하며, 시청률을 중심에 두는 대중물에 비해서 공익성과 학문성을 주요 가치로 내세우기 때문에 기획자는 다큐멘터리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고 하기보다는 독자의 대중성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마음> 또한 출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6000여 시간의 촬영 시간에 엄청난 참고 자료들 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데 물리적 시간이 많이 들었고, 방송 용어의 텍스트화는 훨씬 힘든 작업이었다.

▲ 노진선미 마더커뮤니케이션 대표
방송물은 어쨌든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이다. 이러한 콘텐츠를 출판화 한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또한 이러한 추세만을 따라가는 것은 출판 기획의 발전 측면에서도 서로 권유할 만하지는 않다. 다행히 방송 제작팀 내에서도 출판과 방송이 함께 교차했을 때 생겨나는 여러 가지 이점에 대해서 간과하지 않고 있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출판과 방송의 초기 기획까지도 협력의 문을 열어 놓는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출판의 문화원형으로서의 탄탄한 총탄을 대중매체의 위력이라는 총기에 장착한다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무기가 탄생할 것임에 틀림없다. 출판이 방송의 언저리를 맴도는 것이 아니라, 방송이 고급 콘텐츠를 얻기 위해 출판 기획에 관심을 가지도록 만들어야 더 큰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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