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시중 ‘방통대군’ 정권과 함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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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시중 ‘방통대군’ 정권과 함께 몰락
[최시중 사퇴] 방송장악, 언론인 탄압 등…청문회, 국정조사 예고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2.01.30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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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010년 12월 31일 조선·중앙·동아·매경을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하기 위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방통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퇴의사를 밝힌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7일 사퇴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의 3년 10개월간의 족적은 그에게 붙은 수많은 별명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방통대군, 방송통제위원장, 종편시중, MB(이명박 대통령) 멘토….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 위원장은 초대 방통위원장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합의제 위원회인 방통위를 독임제 행정기구와 같이 운영했다. 또 현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은 방송·언론기관의 수장을 불법 해임하는 일에 앞장섰으며, 거대 신문과 대기업에 방송을 쥐어주고 기존 지상파 방송의 ‘공영성’을 후퇴시키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작금의 방송·언론 생태계는 ‘힘’과 ‘권력’이 지배하는 정글로 바뀌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010년 12월 31일 조선·중앙·동아·매경을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하기 위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인적 지배’로 방송장악= 최 위원장이 지난 2008년 3월 26일 초대 방통위원장에 취임한 직후 힘을 쏟은 작업은 공영방송인 KBS와 MBC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상파 방송의 질서를 재편하는 일이었다. MBC를 향해 “정명(正名)을 찾으라”며 민영화 압박에 나선 게 한 두 번이 아니었고, 공영방송의 맏형 격인 KBS엔 “BBC(영국)·NHK(일본)와 같은 공영방송으로의 거듭남”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국영방송’으로 기능하길 주문했다.

하지만 MBC 민영화나 KBS의 국영방송화는 법·제도의 개선을 필요로 했다. 때문에 최 위원장과 정권은 이들 방송사를 ‘인적 지배’가 가능한 곳으로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낙하산 인사의 대거 투하를 시작한 것이다. 위법·불법도 아랑곳 않고 말이다.

대표적인 게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과정이다. 최 위원장은 초대 위원장 취임 직후와 같은 해 5월 12일 김금수 당시 KBS 이사장을 만나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의 해임을 압박했다. 같은 해 5월 15일 <PD저널> 보도로 해당 사실이 최초로 세상에 밝혀지자 최 위원장은 “대학동창으로서 만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김 이사장은 6일 뒤인 5월 21일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방통위는 정 사장 해임에 반대하던 신태섭 당시 KBS 이사(야당 추천, 동의대 교수)를 같은 해 7월 18일 해임했고, 이로 인해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몫 이사들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가 됐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은 정 사장이 연임을 목적으로 KBS가 국세청을 상대로 벌여온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을 중간에 취하해 1892억원의 손실을 안겼다는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이사회는 같은 해 8월 8일 정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했고, 사흘 뒤 정 사장은 해임됐다. KBS 이사회는 이병순씨로 하여금 정 전 사장의 잔여임기를 채우게 한 후, 지난 2009년 11월 이 대통령의 대선캠프 언론특보를 지낸 김인규씨를 사장에 임명했다.

정권의 창업공신이 KBS 사장을 맡은 이후 KBS의 신뢰도는 급격히 추락했다. 정권에 불편한 보도들이 축소·삭제되고 있다는 비판이 KBS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지난 2003년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신뢰도 1위를 지켜왔던 KBS는 정 전 사장 해임 이후인 지난 2009년부터 신뢰도 1위를 자리를 타 방송·언론사에 잇달아 내줬다.

이런 가운데 정연주 전 사장은 지난 12일 대법원으로부터 자신의 해임의 원인이 됐던 배임 혐의와 관련해 무죄를 확정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09년 11월 1심 판결에서 정 전 사장이 무죄 판결을 받자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질 것”이라던 최 위원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이 발언에 대한 추궁을 받자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도 “내 진퇴를 논의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바꿨다. ‘위법’은 인정하나 책임질 건 없다는 태도였다.

MBC에도 최 위원장의 입김이 여지없이 닿았다. 종편채널 탄생의 법적 근거가 된 언론법을 탄생시키는데 기여한 김우룡씨를 지난 2009년 8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에 임명했다. 이후 김우룡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여당 측 이사들은 MBC <PD수첩> ‘광우병’ 편 등을 문제 삼으며 엄기영 당시 MBC 사장에게 프로그램에 대한 관리 감독 소홀의 책임을 물으며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엄 사장은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쫓기듯 스스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자랑하던 김재철씨가 2010년 3월 MBC 사장에 임명됐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보도·프로그램을 내보낸 기자·PD들을 대거 징계하고 제작 일선에서 쫓아냈으며, 소셜테이너의 출연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로 물의를 빚었다.

이와 같은 ‘인적 지배’ 과정에 잡음도 많았다. 김우룡 전 이사장은 MBC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내용의 ‘큰집 쪼인트’ 발언으로 물러났다. 또 현재 방문진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재우씨는 방문진 이사 선임 전 최 위원장을 접촉한 사실이 국회에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그밖에도 최 위원장은 지난 2008년 7월 이 대통령 특보 출신인 구본홍씨가 YTN 사장에 임명된 데 대해 YTN 구성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파업에 돌입하는 등 거센 반발을 하자, 같은 해 12월 YTN 재승인 심사를 보류하는 등 구성원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낙하산 사장을 앞세운 ‘인적 지배’는 정권 말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KBS와 MBC는 각각 현재 보도국장 불신임 안건을 통과시키고 공정방송 회복을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YTN 역시 2012년 시작과 함께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다 해임된 기자 6명의 복직을 위한 투쟁에 돌입했으며, 방송·언론 공공성 회복을 주장하며 해직당한 기자·PD들은 최근 심층보도를 중심으로 한 대안언론(뉴스타파)을 탄생시켰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방통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퇴의사를 밝힌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종편시중’ 최시중…초라한 종편 성적표= 최 위원장은 ‘인적 지배’를 통해 기존 언론의 공영성을 후퇴시키는 동시에, 거대 신문의 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것으로 방송 생태계의 정글화를 꾀했다. 그 결과가 바로 조선·중앙·동아·매경 종편채널의 탄생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3년 10개월 동안 종편채널 탄생과 생존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취임 직후부터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탄생을 외치며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밀어붙이더니 지난 2009년 7월 여당이 날치기 처리한 언론법의 ‘위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거대신문들이 앞 다퉈 사업 진출을 선언하자 최 위원장이 이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최 위원장은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기자들과 만나 ‘압박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 작업은 계속해서 늘어졌고 지난 2010년 12월 31일 공정성 시비 끝에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거대신문 4곳에 모두 방송을 쥐어주는 결론을 내리고야 말았다.

종편채널에 부정적인 학자들만이 아니라 방통위 내부에서조차 현재의 방송광고시장의 규모를 감안했을 때 1~2개 사업자 선정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달았음에도 말이다. 이는 결국 종편채널 생존을 위한 ‘애프터서비스’(After Service), 다시 말해 황금채널 배정과 KBS 수신료 인상을 통한 광고시장 확대, 광고 직접영업 등의 ‘특혜’를 제공해줘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실제로 최 위원장은 종편채널에 대한 특혜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채널 편성권을 쥐고 있는 케이블 방송사들을 압박했으며, KBS 2TV 광고 폐지를 위해 현행 2500원인 수신료를 6500원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또 현행 방송광고가 금지돼 있는 전문의약품 등의 방송광고 허용을 추진했으며, 종편채널의 미디어렙 지정을 막기 위해 국회의 미디어렙 법안 논의에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며 ‘무능’에 대한 비판까지 감내했다.

최 위원장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개국한 종편채널 4사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개국 두 달 동안 0%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숱한 방송사고로 물의를 빚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종편채널은 주요주주인 신문의 막강한 입김을 앞세워 광고를 약탈, 광고시장을 교란하며 지역·종교방송과 중소신문 등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후회 없다”는 최시중, 기다리는 건 청문회?= 하지만 최 위원장은 자신의 지난 행보에 대해 마지막까지도 당당했다. 그는 지난 1월 27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간 방통위의 정책과 제도 개혁들에 찬성하지 않는 분들, 저에게 섭섭한 마음을 갖게 된 분들이 계시다면 혜량을 바랄 뿐”이라면서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의 당당함과는 반대로 그가 여당의 언론법 날치기 처리 직후 일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속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건넸다는 의혹이 최근 언론을 통해 제기되는 등 상황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방송계 안팎에선 일련의 행보에 대한 그의 ‘책임’을 벼르고 있다. 실제로 민주통합당은 총·대선 이후 최 위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이강택)는 최 위원장 사퇴 직후 발표한 논평에서 “여야 정치권은 2월 임시국회에서 방송장악, 언론인 핍박, 종편채널 선정과 무더기 특혜, 뇌물수수 및 공여 등 최시중의 흉악한 행적에 대해 국정조사를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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