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품으로 가는 ‘종결 파업’ 한다
상태바
국민 품으로 가는 ‘종결 파업’ 한다
[MBC노조 총파업] 뉴스파행 장기화…‘무한도전’ 등 결방 속출 할 듯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2.02.01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월 31일 MBC 노조가 파업 이틀째를 맞아 서울 MBC본사 로비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지난 1월 30일 총파업 출정식에 참가한 문지애 아나운서. ⓒPD저널

▲ 지난 1월 31일 MBC 노조가 파업 이틀째를 맞아 서울 MBC본사 로비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서울지부(이하 MBC노조)의 총파업이 시작됐다. 2010년 ‘39일 파업’ 이후 2년만이다. 기자들의 제작거부에 의한 뉴스파행에 이어 총파업까지 더해지며 방송프로그램의 결방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해를 품은 달〉을 비롯한 드라마 대부분은 정상 방송할 예정이지만 〈무한도전〉, 〈위대한 탄생2〉, 〈일밤-나는 가수다〉, 〈PD수첩〉과 같은 예능·시사교양프로그램은 결방이 확정됐다.

이번 파업의 목적은 2년 전과 같은 ‘김재철 사장 퇴진’이다. MBC노조는 퇴로 없는 ‘끝장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혀 장기전이 예상된다. 김재철 사장의 퇴진여부는 MBC안팎의 ‘사퇴 여론’이 얼마나 압도적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파업동력, ‘MB방송’ 멍에 = 지난 1월 30일 25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총파업 출정식에서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김재철 사장이 나가지 않는 한 MBC가 MB씨의 방송이라는 멍에와 굴레는 벗어날 수 없다”며 ‘종결 파업’을 선언했다. 이번 총파업 찬반투표는 서울지부 조합원 1010명 중 783명이 투표했으며, 이 중 찬성표가 533표 나와 69.4%의 파업찬성률을 기록했다.

이번 총파업은 불공정 보도로 공영방송이 얻게 된 불명예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조합원들의 우려에서 비롯됐다. 올해 초 기자들의 보도본부장 불신임과 뒤이은 제작거부(1월 25일)는 파업의 도화선이 됐다. 현 경영진이 2년 전부터 쌓아온 제작자율성 침해와 일방적인 회사운영 사례는 현장에서 외면 받은 기자들의 분노와 함께 파업 동력으로 작용했다.

올 초 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580명의 조합원 중 95.2%가 MBC의 신뢰성이 ‘위기’(몹시 위기 66.2%, 위기 29%)라고 답했다. 이 같은 우려는 언론학자들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노조가 최근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언론학과 교수 100명을 상대로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9%가 “총선‧대선에서 MBC가 공정하고 신뢰성 있게 보도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답했다. 언론학자들은 MBC의 신뢰도가 전보다 못하거나 개선되지 않는 이유를 두고 “친정부 성향의 간부들에 의한 보도통제 때문”(70%)이라고 답했다.

MBC내부에선 불공정 보도 외에도 현 경영진의 무능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노조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합원의 79.4%가 MBC의 위기원인으로 ‘경영진의 무능력’을 꼽았다. 무능력한 인사들이 김재철 사장의 ‘예스맨’으로 앞장서며 독선적이고 단편적인 정책을 통해 시청률로 나타나지 않는 MBC 고유의 경쟁력과 비전을 갉아먹었다는 비판이다.

▲ 지난 1월 30일 총파업 출정식에 참가한 문지애 아나운서. ⓒPD저널
■ 김재철 사장 퇴진, 관건은 ‘여론’ = 사측은 이번 파업을 불법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파업참가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1월 30일 담화문을 내고 “사규에 따라 불법 파업에 동참하는 사람들에 대해 예외 없는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할 것”이라 경고했다.

김재철 사장은 “MBC의 역량을 키워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시청률 1위를 달성한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불법 파업은 모처럼 맞이한 최고 방송사로서의 지위를 경쟁사에 스스로 갖다 바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주장했다. 이진숙 홍보국장도 “회사의 시나리오에는 (사장) 퇴진의 ‘ㅌ’도 없다”고 말한 뒤 “불법집단행동인 만큼 한시바삐 업무로 돌아오는 것이 시청자에 대한 예의”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전 파업과 달리 김재철 사장이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2년 전 ‘39일 파업’ 당시보다 정치적 여건도 불리할 뿐더러 설령 강경 진압을 통해 파업사태를 정리하더라도 사측에겐 상처뿐인 승리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조합원들 역시 이번 파업의 당위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 쉬이 물러나지 않을 전망이다. MBC의 한 시사교양 PD는 “시사프로그램의 경우 지금 하나의 분기점을 만들지 않으면 떠났던 시청자들이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바뀌지 않는 한 MBC는 ‘MB방송’에 불과하다는 여론전을 통해 파업공감대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MB정부의 MBC 장악이 보수재집권을 위한 것이었다는 여론이 다수가 된다면 김 사장은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총파업은 외부의 동력이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노조도 관성적인 내부 집회와 파업특보 발행 외에 SNS 선전전과 동영상 배포, 길거리 퍼포먼스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또 〈나는 꼼수다-MBC파업 특별판〉 같은 콘텐츠를 통해 대중과 가까운 투쟁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