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 픽션사극의 종지부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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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달’, 픽션사극의 종지부 찍다
탄탄한 원작·긴장감 높인 각색·연출 호평…“개연성 있는 전개 필요”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2.02.0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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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해를 품은 달>ⓒMBC
MBC <해를 품은 달>의 액받이 무녀인 허연우(한가인)ⓒMBC

시청자들을 품었다. ‘드라마 왕국’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드라마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MBC가 <해를 품은 달>(연출 김도훈·김성준, 극본 진수완)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4일 첫 방송이 19.7%를 기록했고 매회 자체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이례적으로 37.1%까지 치솟아 안팎에선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총 20부작 중 10부까지 방영하며 반환점을 찍은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의 성공요인과 남겨진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허구’에서 찾은 상상력

<해품달>의 성공요인은 독특한 소재를 내세운 픽션사극 열풍을 찾을 수 있다. 형사, 노예, 유생 등을 내세운 MBC <다모>, KBS <추노>, <성균관 스캔들>부터 로맨스에 중심을 둔  <공주의 남자>까지 픽션사극은 사극계의 ‘보증수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들 작품들은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버무려 정통사극의 무게감을 덜어냈다.

이에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자인 정은궐의 장편소설을 각색한 드라마 <해품달>도 발을 맞췄다. ‘액받이 무녀’는 허구적인 소재이지만 설득력을 높인 사건 구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왕(이훤)과 액받이 무녀(허연우)의 사랑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 평론가)는 “<해품달>의 특징은 팩션도 아닌, 퓨전을 넘어선 픽션(fiction) 사극”이라고 언급한 뒤 “픽션이라고 해도 일부는 사실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사실과 상상 사이의 밀고 당기는 지점에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시킨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해품달>이 완전히 허구라고 해도 당시 시대적 상황으로 미뤄볼 때 ‘그럴 듯하다’라는 부분들을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사극의 지평을 확장시켰다”라고 말했다.

▲ MBC <해를 품은 달>ⓒMBC

‘어디서 본 듯, 낯설지 않은 사극’

이처럼 픽션사극은 기존 정통사극에 비해 운신의 폭이 넓은 편이다. 역사적 고증에 따른 왜곡 논란에서 한 발 비켜나 상상력을 자유롭게 발휘해 극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픽션 사극은 정통 사극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동안 시청자들의 재미를 돋우는 현대물의 성격을 지닌 사극으로써 활로를 찾은 셈이다.

따라서 장르는 사극이지만 소재나 형식에 있어서 현대물과의 유사함을 찾아볼 수 있다. <해품달>은 시대적 배경과 인물의 옷차림 등으로 사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인물 간의 감정선을 그려내거나 대사 톤 전달에 있어 현대물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이다.

김원 문화평론가는 “인물들이 사극용 옷을 입었을 뿐 실은 사극판 <꽃보다 남자>, <커피프린스 1호점> 같은 로맨스가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라고 말한 뒤 “로맨스 판타지의 주요 소비층인 여성들이 감정 이입하기 좋은 남자 주인공(이훤, 양명, 허염 등)이 등장하면서 연애심리가 부각돼 인기를 모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민준 대중문화평론가도 “사극에서 연애를 다룬 방식은 큰 사건에 맞춰 부차적으로 그려지곤 했다면 <해품달>은 연애가 100%이고 사건이 부차적으로 따라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각색의 묘미, 극적인 연출

<해품달>은 정은궐 작가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드라마 <해품달>은 소설에 비해 극적 장치와 대립구도를 재배치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예컨대 중전(윤보경)의 비중이 커졌다. 소설 속 중전은 이훤으로부터 외면을 당해 늘 불안해하고 소극적인 인물로 묘사된 반면 드라마 속 중전은 권력과 명예욕이 넘치는 인물로 그려진다. 

게다가 드라마 속 중전은 액받이 무녀 허연우에게 이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을 경계하며 위선적인 행동을 일삼는 인물로 나온다. 그만큼 이훤, 허연우, 중전이라는 삼각구도 속에서 드라마의 필수적인 요소인 팽팽한 갈등 지점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줄기로는 허연우의 ‘기억상실증’이라는 새로운 장치를 꼽을 수 있다. 원작이나 드라마 속 허연우는 세자빈으로 간택된 후 정치적으로 휘말리자 위장된 죽음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해 극적으로 회생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드라마 속 허연우는 기억상실증으로 인해 혼란을 겪는다. 따라서 허연우는 무당으로서 신기인지 본인의 기억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아울러 허연우는 궁궐로 납치 당하면서 액받이 무녀로서의 운명을 떠안게 된다. 반면 원작 속 허연우는 능동적인 인물이다. 세자빈으로 간택된 자신과 가족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든 자를 찾기 위해 무당 행세를 하고 액받이 무녀를 택한다.

▲ MBC <해를 품은 달>의 액받이 무녀인 허연우(한가인)ⓒMBC

작품을 좌지우지할 ‘허연우’

이처럼 <해품달>은 원작 소설을 각색해 드라마 속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색다른 이야기 전개를 꾸려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원작과 드라마 사이의 절충점을 두고 부푼 기대만큼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다양한 사건의 연결고리인 허연우가 능동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억상실증’에 걸려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억상실증’이라는 장치가 오히려 극의 전개에서 방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진 교수(드라마 평론가)는 “모든 사건 전개와 인물관계의 중심은 액받이 무녀‘월’이가 된 ‘허연우’이다.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기억상실증으로 원심력을 발휘하면서 사건들을 밀어내며 느슨해지고 있다”라고 지적한 뒤 “전개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의 구심력을 갖지 못한 서사로 전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해품달>의 시청률 고공행진은 드라마가 드라마로써가 아닌 (대중들의) 대화수단으로 일종의 사회적인 분위기로 자리잡은 측면이 있다”라고 말한 뒤 “(<해품달>이 대중성과 작품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대왕대비전, 중궁전, 양명군, 허염과 민화공주 등 다양한 사건과 관계들로 혼재된 상황 속에서 ‘허연우’의 역할을 어떻게 구성해 하나로 관통시킬 지가 관건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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