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 3주째, 사측 강경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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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 3주째, 사측 강경 행보
보도국 채용공고 · 부분 개편 시사 · 징계 압박 등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2.02.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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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MBC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에서 김재철 사장 찾기 길놀이에 나선 가운데 한 조합원의 모습. ⓒPD저널
서울 여의도 MBC 본사 민주의 터 정문. 13일 새벽 현수막이 철거된 후 노조가 긴급히 피켓을 붙였다. ⓒPD저널

▲ 서울 여의도 MBC 본사 민주의 터 정문. 13일 새벽 사측에 의해 현수막이 철거된 후 노조가 긴급히 피켓을 붙이고 페인트로 파업로고를 적었다. ⓒPD저널
김재철 MBC 사장의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내걸고 시작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서울지부(이하 MBC노조)의 총파업이 3주째를 맞았다. 사측은 지난 13일 노조의 현수막과 피켓을 철거하고 징계와 소송을 예고하며 본격 대응에 나섰다. 노사 간 충돌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파업사태의 중심에 있는 김재철 사장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사측의 파업 대응수위는 파업기간이 길어지며 점점 높아지는 모양새다. 사측은 지난 10일 회사특보에서 “2주일간 파업으로 회사는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겼다. 노조는 사장을 공개 수배한다는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파업을 진행하는 행태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사측은 같은 날 파업 중인 MBC 전 조합원에게 “불법파업을 중단하고 즉각 업무에 복귀하라”는 내용의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사측에 따르면 현재 MBC는 외주제작사와 프로그램 추가 제작협의를 진행 중이며 파행 운영 시간대에 재방송 대신 새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부분 개편을 고려하고 있다. 인력 충원을 위해 지난 1월부터 보도인력 채용절차를 진행 중이며 13일에는 계약직 전문기자 채용공고를 내기도 했다.

사측은 파업홍보 동영상을 제작하는 기자·PD들에게도 징계 압력을 주고 있다. 사측은 〈제대로 뉴스데스크〉 1회를 제작한 기자 5명에게 지난 13일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시사교양국의 한 간부는 〈파워업 PD수첩〉을 제작중인 시사교양PD들에게 제작에 참여할 경우 징계를 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사규 위반에 ‘해사행위’라는 게 사측 입장이다.

지난 13일부터는 본격적인 물리력 행사에 들어갔다. MBC 사측은 이날 새벽 MBC노조의 파업집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사옥 1층 로비 민주의 터 정문에 걸려있던 현수막과 피켓 등 시설물들을 철거했다. 사측은 14일 노조 측에 보낸 공문에서 “재산권 보호차원에서 불법시설물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MBC노조는 사측이 단체협약(제 2장 조합 활동 17조 1항 홍보활동 보장)을 어겼다며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조합원 300여명은 시설물 철거 경위를 따지기 위해 당일 오후 9층 경영지원국과 10층 임원실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사측은 노조에 15일 오후 6시까지 로비에 쓴 페인트 글씨를 지우고 시설물을 원상복구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통보한 상태다.

▲ 지난 13일 MBC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에서 김재철 사장 찾기 길놀이에 나선 모습. ⓒPD저널
사측의 대응 수위가 높아진 가운데 노조 역시 파업 수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당장 노조는 지난 13일 회사에 나타나지 않는 김재철 사장을 직접 찾자며 김 사장의 집이 있는 서울시 반포동 서래마을을 찾아 길놀이를 진행하며 전단지를 배포하기도 했다.

노조는 조만간 〈제대로 뉴스데스크〉 2회와 〈파워업 PD수첩〉을 공개하는 한편 오는 17일 장충체육관에서 버라이어티 총파업콘서트 ‘으랏차차 MBC!’를 열며 파업지지 여론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1980년대 입사한 보도부문 고참 기자 8~9명도 조만간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일주일간 김미화(방송인), 하종강(성공회대 노동대학장), 명진 스님, 크리스토퍼 웅(국제사무직노동자연합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무총장), 동아투위 해직기자 등 인사들이 MBC노조 파업현장을 찾아 조합원들을 응원하며 파업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한편 MBC 파업사태는 오는 22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회 자리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은 이날 김재철 사장이 출석할 경우 파업 현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MBC 사장으로서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해임안을 꺼내들 것이란 전망이다. 김 사장은 지난 1일 방문진 업무보고 자리에 불참했다. 이와 관련 한상혁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는 “김재철 사장이 회사에도 안 나타나고 업무보고도 불참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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