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방송법 개정 움직임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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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최근 야당의 방송법 개정 움직임을 보면 대학시절 보았던 “민주화의 첫걸음은 제도화(institutionali zation)”에 있다고 했던 사무엘 헌팅턴의 글이 생각이 난다.
|contsmark1|최근 ‘문명의 충돌’이라는 책의 저자로 유명해진 그는 70년대 많은 제3세계국가들이 민주화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제도가 안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헌팅턴의 눈으로 보면, 최근 방송위원회 구성방식에 집착하고 있는 야당의 법개정 움직임은 우리 방송이 아직도 얼마나 비민주적인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contsmark2|어렵게 처음 출범한 방송위원회가 법정 임기도 못 채우고 파산 위기에 빠진 것은 너무나 서글픈 일이다. 마치 우리 사회의 조급증과 낙후된 정치문화를 모두 보여 주는 것 같다.
|contsmark3|그런데 중요한 것은 방송위원회가 가진 문제들은 대부분 법·제도상의 문제라기보다 그것을 운영하는 인물들로 인해 야기된 측면이 많다는 점이다. 제도의 성패가 그 제도를 운영하는 인물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 정치행정문화를 감안해 보면 십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contsmark4|야당이 방송법을 개정하려는 궁극적인 이유는 방송위원 구성방식을 변화시켜 kbs 사장 등 주요 방송사 사장들을 유리한 인물로 교체하려는 데 있는 것 같다. 지금과 같이 친여 인물 위주의 방송위원회와 방송사 체제가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공정할 것인가 하는데는 충분히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contsmark5|한마디로 방송위원과 방송사 사장을 바꾸기 위해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방송위원회는 한마디로 “할 수 없는 일도 없고,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희한한 기구”라 생각된다.
|contsmark6|그러므로 지금의 방송위원 추천제도나 방송위원회 권능과 관련된 부분은 분명히 손질을 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현행 방송법에는 그보다 더 시급히 고쳐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 디지털화로 인해 새롭게 등장하는 방송서비스들에 대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 다양한 방송매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것 등은 당장 고쳐야 할 부분들이라 할 수 있다.
|contsmark7|그러므로 방송위원회의 정치적 공정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방송위원회의 위상을 현실화하고 실질적인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어정쩡한 민간기구를 벗어나 명실상부한 독립규제기구로 위상이 재정립되어야 한다.
|contsmark8|하지만 지금의 방송위원회는 정치적 독립이 아닌 정치적 안배, 심하게 말하면 “나누어먹기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정치적 안배 구조 속에서 정치적 독립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분명 웃기는 일이다.
|contsmark9|방송법 개정을 요구하는 야당의 논리가 이러한 정치적 이해득실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분명 비판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렇기 때문에 방송법이 개정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된다. 전문성이 강조되는 조직에서 정치논리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contsmark10|결국 방송위원회가 정치적으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능력있는 전문 조직으로 거듭나야만 한다. 이점이 바로 방송이 탈정치화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방안이고 가장 시급히 개정되어야 할 부분인 것이다.
|contsmark11|황 근선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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