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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 존 말코비치 내면으로 가는 통로

|contsmark0|젊은 날, 어느 시인의 심장처럼 축축히 젖어 있진 않았지만, 모국어의 빛나는 별자리를 좇아 모든 것과 치열하게 만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지금껏 그 젖은 눈망울의 젊은이와 불화하고 세상의 속도에 눈치보며 맑은 샘물같은 抒情을 까맣게 잊은 채 살아 왔다.
|contsmark1|여기 아주 곰살가운 시 선생님이 나의 팔짱을 끼고 다시 시에게로 안내한다.굵은 글씨의 제목 ‘시 읽는 기쁨’ 밑에는 ‘한국 현대 시인 25인과의 아름다운 만남’이라 적혀있다.
|contsmark2|지은이 정효구(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시를 한편 발췌해 놓고 ‘어떻습니까? 당혹감을 느끼셨습니까?’ 등의 말로 오래간만에 시와 화해하는 독자가 혹시 불편해 하지 않을까 줄곧 살금살금 써내려 가고 있다.
|contsmark3|문학평론가이면서도 어려운 시를 코브라 트위스트로 비비꼬거나 세미나 언어로 잘난 체하지 않으며 독자와 줄곧 눈을 맞춰 모두 편안하게 시에로의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contsmark4|또 25명의 시인을 소개하면서 시인의 개인사와 외모 그리고 작가와의 사적 관계까지 소상히 이야기해, 이 시인들이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유하는 키가 1미터 90센티나 됩니다. 그를 처음 보았을 때 너무나도 큰 키에 놀랐습니다.
|contsmark5|그는 단단하기보다 물컹물컹한, 마치 반죽을 닮은 사람처럼 보입니다.” 이런 식이다. 발췌된 시도 모두 알록달록 특징이 있어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몇 편 살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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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contsmark8|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전문
|contsmark9|자궁에서 나올 때부터 눈썹이 유난히 희었다는 老子는 여백에서 왔다가 여백으로 돌아간 여백의 백성이다. 그는 긴 여행 중에 가방을 하나 분실했는데,그것이 바로 후세에 전해진 <노자>이다. - 최승호 <여행가방> 전문
|contsmark10|....세 살 난 여름에 나와 함께 목욕하면서 딸은이게 구슬이나? 내 불알을 만지작거리며 물장난하고아니 구슬이 아니고 불알이다 나는 세상을 똑바로가르쳤는데 구멍가게에 가서 진짜 구슬을 보고는아빠 이게 불알이나? 하고 물었을 때....
|contsmark11| - 오탁번 <토요일 오후> 발췌
|contsmark12|앞으로 시는 광고의 카피나 일본의 하이쿠처럼 짧은 형태로 남을 것이란 얘기가 있다.한 줄도 길다는 시대에 세 줄 이상(?) 되는 시를 읽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책상 위에 두고 이어령 선생처럼 砂風부는 生에 혀를 말리는 갈증을 낙타 같은 언어로 적시고 싶을 때 조용히 펼칠만하다. 이 ‘시 읽는 기쁨’을 통해 책에서 지적하듯 우리 한 번 시를 ‘만져봅시다’‘핥아봅시다’‘깨물어봅시다’‘맞아봅시다’‘터뜨려봅시다’.
|contsmark13|오진산kbs 책임 프로듀서|contsmark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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