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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과 보낸 5년, 청춘이 떠나간다”

[인터뷰] ‘1박 2일’ 시즌 1 종영 앞둔 나영석 KBS PD 박수선 기자l승인2012.02.20 12: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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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이하 1박 2일)이 시즌 1을 마치고 시즌 2로 새롭게 출발한다. 기존의 출연진과 제작진 대다수가 시즌 2에 합류하지만 5년 동안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나영석 PD는 이제 <1박 2일>에서 볼 수 없다. 시청자들이 출연진 못지않게 나 PD의 하차를 아쉬워할 만큼 그는 <1박 2일>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26일 종영을 앞두고 있는 나 PD를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만났다.

지난 10일 있었던 마지막 녹화에서 나 PD가 보인 눈물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녹화하는 날은 시원섭섭했는데 촬영 끝나고 편집하다보니 실감을 못하겠어요. 잠깐 섭섭하겠지만 다른 색깔의 <1박 2일>을 시청자들이 기대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시즌1보다 더 큰 인기를 받으면 조금 삐치는 것은 있겠지만요.(웃음)”

   
▲ 5년 동안 <1박 2일>을 이끌었던 나영석 PD.
2007년 리얼버라이어티 홍수 속에 탄생한 <1박 2일>은 전 연령층을 겨냥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붙여준 ‘국민 예능’이라는 수식어는  제작진이 가장 듣고 싶어 했던 찬사다. 

“<1박 2일>은 조금 촌스럽지만 여행이라는 보편적인 매개로 국민 대중의 정서에 쉽게 다가갈 수 있었어요. 복불복 게임이나 여행지에서 먹고 자는 건 누구나 쉽게 공감 할 수 있는 내용이죠. ‘1박 2일’이 이 자리까지 오게 된 인기 요인입니다.”

지난 5년 동안 <1박2일>의 기록은 굴욕없는 영광의 순간들이다. 3년 연속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 수상, ‘2011년 KBS연예대상 공동수상’, ‘한국 PD대상 작품상’ 수상 등의 금자탑을 쌓았다. 시청률은 20~30%대를 유지하면서 한때 40%까지 치솟기도 했다.

■ ‘국민 예능’의 탄생= <1박 2일>을 이끈 지난 5년 동안 나 PD의 화두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세대를 어떻게 안고 갈 것인가’ 였다. 10~20대가 열광하는 아이템이더라도 50~70대층이 공감하지 못하면 과감히 포기했다.

“MBC <만원의 행복>을 패러디한 10만원의 행복 레이스를 한 적이 있는데, 원래 회의에서 나온 건 방송보다 훨씬 복잡하고 재밌는 스토리였어요. 하지만 10대도 적당히 열광하고 50~60대도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접점을 찾기 위해 미션을 단순화했습니다. 미세하게 타협한  연출이죠.”

<1박 2일>이 다른 버라이어티와 비교해 높이 평가받는 점은 고정 출연진과 여행이라는 포맷 속에서도 끊임없이 재미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매회 ‘익숙하지만 질리지 않는’ 프로그램 을 만든 나 PD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지난 주에 한 것을 이번 주에 똑같이 하진 않아요. 그렇다고 전혀 다른 걸 시도하지도 않죠. 어디서 본 것 같지만 새로운 것을 찾는 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끈끈한 형제애를 바탕으로 한 팀워크와 각 멤버마다 특색있는 캐릭터는 단조로울 수 있는 <1박 2일>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단단한 팀워크는 <1박 2일>의 강점이자 단점이기도 했다. 맏형 격인 강호동을 비롯한 잇따른 출연자들의 이탈로 휘청거렸지만 출연자간의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최근 1년 사이에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위기의 아이콘이 됐는데, 오히려 이런 위기를 겪으면서 맷집이 생기고 저변이 넓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상렬 씨와 노홍철 씨가 나갔기 때문에 김C와 이승기가 들어올 수 있었죠. 그리고 강호동 씨의 하차 이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아이템보다 기획력을 내세운 특집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 카메라 앞에 선 이유는= 그날 녹화가 잘 풀리지 않거나 현장 분위기가 침체돼 있을 때 나 PD는 서슴없이 카메라 앞에 섰다. 덕분에 나 PD는 바깥출입을 삼가할 정도로 유명인이 됐다.

“입 하나 보탠다는 심정이었어요. 제가 스스로 희화화하는 모습을 보면 녹화 분위기도 타이트해집니다. 카메라 앞에 서면서 불편한 것도 생겼죠. 전에는 술 한 잔 하러 홍대에 자주 갔었는데 밤 12시 이후엔 홍대에 못 나가요.”

2001년 KBS에 입사한 나 PD는 PD경력 절반 가까이를 <1박 2일>에서 보냈다. <1박 2일>이 어떤 의미냐는 물음에 “청춘”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거나 낭만을 느껴보지 못했어요. 대학생활 내내 취업 준비만 한 대학생이 취업한 이후에 느끼는 허무감 같은 것이죠. 그동안의 시간이 가치가 없는 건 아니지만 훅 지나간 느낌입니다. 한 지인이 조로(早老)했다고 농을 치는데 동의합니다.(웃음)”

그의 표정에 열정을 쏟았던 <1박 2일>을 떠나보내는 상실감과 한숨 돌릴 틈 없이 보낸 5년간의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 해외연수는 <1박 2일> 멤버와 함께?= 대중의 관심은 그의 다음 행보에 쏠려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 세례를 받고 있지만 그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라는 말 이외에 할 말이 없다. “<1박 2일>을 하면서 ‘다음에 무엇을 할까’라는 마음의 사치를 누려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1박 2일>이 ‘괴물’같은 게, 항상 이번 방송을 잘 마무리 할 생각만 했지 다음 주를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를 둘러싸고 ‘KBS를 떠날 것’이라는 추측과 소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떠날 것 같이 보이나 봐요. 그렇다고 ‘고민 중입니다’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그랬다가는 더 많은 기자들의 전화를 받을 테니까요.”

하지만 KBS를 떠난 다른 공간에서 활동하는 동료, 선후배를 보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사실이다. “선배들이 여기저기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지원해 볼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건 없지만요.”

KBS는 그동안 <1박 2일>을 잘 이끈 그에게 해외 연수라는 포상을 내렸다. 연수 지역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여행을 가고 싶은데, <1박 2일> 멤버들과 함께 전세계 7대 불가사의 탐방을 하는 건 어떨까요. ‘자, 지금부터 레이싱입니다. 7대 불가사의를 찍고 인천공항으로 돌아오세요.’ 재밌을 것 같은데요.”

마지막 녹화와 포상휴가까지 다녀왔지만 그의 마음은 아직 <1박 2일>에 머물러 있다.  온전히 <1박 2일>을 떠나보내고 새 출발을 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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