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의 총파업이 4주차를 맞은 가운데 MBC 간부사원 135명이 김재철 MBC 사장 퇴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번 성명에는 1977년~1991년 입사자들이 대거 참여해 MBC 역사상 최대규모의 간부급 성명으로 기록된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난 2년 김재철 사장의 재임기간은 MBC에 유례없었던 갈등과 추락의 시간이었다. 열거하기 힘든 공정성 침해논란이 있었고, 그 결과 MBC의 신뢰도는 현저히 저하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과거에도 편파보도 논란이 있었지만 그 질과 양 면에서 김재철 사장 재임기간과 비교할 만한 사례는 없었다고 우리는 단언한다”고 밝혔다.
간부사원들은 “우리는 김재철 사장이 92년 파업 당시 노조원으로서 파업특보를 돌리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현 경영진도 여러 차례의 소위 불법 파업에 함께 참여했었다. 후배들도 국민을 위해 좋은 방송을 하고 싶다는 한 가지 염원으로 파업이라는 힘든 길을 가고 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더 이상의 파행은 김재철 사장이 MBC를 사상 최악의 파국으로 이끌었다는 역사적 기록을 남길 것이다. 김재철 사장이 해야 할 마지막 일은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라며 김 사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 같은 간부사원들의 성명은 공정방송 복원과 사장퇴진이란 여론이 젊은 조합원들의 정서에 국한되지 않고 MBC 전 사원에 걸쳐 형성되어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성명 발표에는 국장급 9명, 부국장급 30명, 부장급 47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본부장 및 국장 역임자는 11명, 보직 부국장 역임자는 8명, 보직 부장 역임자는 53명에 이른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사원 중 비조합원 비율은 63%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25년차 한 PD는 “회사 생활을 30년 가까이 한 사람들이 이름을 걸고 사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파업이 지속되면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현재 성명에 참여하겠다는 보직간부들도 있다”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MBC 상황에 대한 사원들의 인식이 비슷하다. 김재철 사장이 회사에 복귀하더라도 이미 사장으로서의 임무는 불가능 할 것”이라 말했다.
다음은 간부사원 135명의 명단과 성명 전문이다.
김재철 사장은 현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김재철 사장 부임 후 39일 간의 장기 파업을 겪은 MBC는 또 다시 격렬한 갈등을 겪음으로써 대한민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20년 이상 MBC에 몸 담아 온 우리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또한 파업이 시작된 지 4주가 되도록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합리적인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하기보다 노조에 대한 고소와 한시 대체인력 채용 등 강경책만을 내놓는 것을 볼 때 MBC가 전례 없는 파국의 수렁에 빠지는 것이 아닌지 크나큰 우려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노조에 대한 강경대응과 반발로 사태가 악화돼 MBC가 국가적 대사인 4.11총선 선거방송조차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무슨 명분으로 국민을 대할 것인가.
지난 2년 김재철 사장의 재임기간은 MBC에 유례없었던 갈등과 추락의 시간이었다.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정도로 경영실적을 올렸다’는 김 사장의 항변은 일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뒤에는 언론으로서의 MBC의 추락, 내부 민주주의의 극단적 위축이 있었다.
내곡동 사저 축소보도, 서울시장 선거 편파보도, 4대강 등 현 정부 주요 실책에 대한 비판 외면 등 이루 열거하기 힘든 공정성 침해논란이 있었고, 그 결과 MBC의 신뢰도는 현저히 저하됐다. 과거에도 편파보도 논란이 있었지만 그 질과 양 면에서 김재철 사장 재임기간과 비교할 만한 사례는 없었다고 우리는 단언한다.
또한 저항하는 구성원들을 징계와 인사발령으로 억압하고, 동조하는 일부 구성원들에게는 납득하기 힘든 정도의 즉흥적 시혜를 남발하는 비민주적인 사내 통치가 이뤄졌다. 그 결과 MBC의 자랑이었던 자율적, 창의적 문화는 사라지고 윗사람 눈치만 보는 해바라기 문화가 횡행해왔다.
따라서 김 사장 및 경영진이 자신들의 책임은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고 후배들의 항거를 탄압하는 것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우리는 김재철 사장이 92년 파업 당시 노조원으로서 파업특보를 돌리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현 경영진도 여러 차례의 소위 불법 파업에 함께 참여했었다. 그 때처럼 후배들도 국민을 위해 좋은 방송을 하고 싶다는 한 가지 염원으로 파업이라는 힘든 길을 가고 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김재철 사장에게 간곡히 요청한다. 파업 4주가 되도록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고 노조를 업무방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더 이상의 파행은 김재철 사장이 MBC를 사상 최악의 파국으로 이끌었다는 역사적 기록을 남길 것이다. 이제 김재철 사장이 해야 할 마지막 일은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