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한계에 울고 가능성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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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한계에 울고 가능성에 웃는다
CJ E&M·종편으로 간 스타 PD들 근황은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2.02.22 14: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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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방송가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개국과 CJ E&M의 공격적인 인력 영입이 맞물리면서 유례없는 PD 이동 러시로 들썩였다. 지상파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새로운 시장에 몸을 던진 PD들에겐 과감한 도전이었다.

길게는 1년에서 짧게는 3개월 동안 새 둥지에서 작품 기획과 제작에 몰두했던 스타 PD들이 새로운 작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PD들의 이직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엔 이른 시점이지만 첫 프로그램을 내놓는 순간 시청자와 방송계의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여느 이직자와 같이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 나가면서 예상치 못한 현실에 당혹감도 느끼고 있다. CJ E&M과 종편으로 이직한 지상파 출신 PD들에게 근황을 물었다. 

CJ E&M- 한자리 시청률로 ‘신고식’

이명한 tvN CP는 지난 11일 첫 방송 된 <더 로맨틱> 시청률을 받아보고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2회 만에 1%대로 시청률이 올라서긴 했지만 KBS에서 <해피선데이>, <자유선언 토요 대작전>등 대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그에겐 낯선 시청률이었다.

그는 “이틀 정도 충격 속에 있다가 (케이블 환경에서는) ‘크게 바뀌지 않겠구나’는 체념을 하게 됐다”고 했다. ‘시청률 충격’은 지상파에서 주로 20%대의 인기 프로그램을 배출한 ‘스타 PD’가 케이블 쪽으로 옮긴 뒤 겪는 통과의례인 셈이다.  

이에 앞서 시청층이 뚜렷한 CJ E&M로 옮긴 PD들이 새 직장에서 가장 한 것은 젊은 시청자들에 대한 분석이었다.  tvN <코미디빅리그> 연출을 맡고 있는 김석현 PD도 지난해 3월 회사를 옮긴 뒤 이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처음에는 지상파와 케이블을 보는 시청자가 다르다는 의식을 하지 못했다가 그걸 인지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KBS 재직 당시 <개그콘서트>를 최고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올려놨던 김 PD가 선택한 코미디 리그제는 결과적으로 10~20대의 요구에 맞아떨어졌다. 시즌 1에이어 시즌 2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는 <코미디빅리그>는 지상파 출신 PD와 개그맨들이 <개그콘서트>와는 다른 길을 걸으면서도 ‘웃음과 재미’라는 목표에 어떻게 도달하는 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KBS에서 tvN으로 옮긴 이명한 CP도 “지상파에서 15~16년 타성에 젖어 있다가 새로운 감각과 감성을 익히는 건 뇌를 바꿔야 할 정도의 변화였다”며 “막 PD가 됐을 당시의 감성을 되살리는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명한 CP가 기획한 연애버라이어티 <더 로맨틱>은 그의 대표작 <1박 2일>보다 초창기 작품인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에 가깝다.

그러나 시청률과 실적에 따른 압박이 심하고, 상업성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점은 이직 당시에는 크게 의식하지 못했던 문제다. 프로그램 제작 전반에 걸쳐 상업적인 이해를 따져야 하는 상황은 이들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

종편-낮은 인지도 때문에 깊어지는 ‘한숨’

종편으로 옮긴 PD들의 압박감은 더 심하다. 개국 3개월이 지난 현재 종편 내부에선 ‘죽을 맛’이라는 푸념이 들리고 있다. 외부에서 종편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달리 이들은 신생 채널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다.

일단 ‘지상파와 경쟁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직 PD들이 선보인 프로그램은 그들이 연출했던 프로그램과 닮아 있다. 임정아 jTBC PD가 연출한 <칸타빌레>는 그가 MBC에서 선보였던 <위대한 탄생 시즌1>과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위대한 탄생>이 음악을 꿈꾸는 신인을 발굴하는 무대였다면 <칸타빌레>는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는 지를 기록했다.

MBC <황금어장>, <일밤> 등 MBC 간판 예능을 이끌었던 여운혁 CP는 jTBC에서 <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 <닥터의 승부>, <신동엽, 김병만의 개구쟁이>의 책임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MBC에서 <추억이 빛나는 밤에>, <쇼바이벌>를 연출했던 성치경 PD는 jTBC로 자리를 옮기고 난 뒤 의학정보프로그램 <닥터의 승부>를 새로 선보였다.

KBS <이영돈의 소비자고발>을 통해 고발 프로그램 영역에서 입지를 굳힌 이영돈 채널A 제작본부장은 회사를 옮긴 뒤에도 <이영돈 PD의 운명, 논리로 풀다>, <먹거리 X파일> 등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성치경 jTBC PD는 이직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지상파에서는 엄격한 규제 때문에 근엄하고 정형화 된 틀에서 방송을 해야 했다”고 지적한 뒤 “아무래도 지상파보다 규제가 덜하다 보니 내용, 섭외 면에서 이전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들 앞에 놓인 현실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데 있다. 종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낮은 채널 인지도 때문에 프로그램 내용과 질로만 평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방송시장 확대 흐름에 맞춰 종편행을 택했지만 지상파와 경쟁하기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이는 이영돈 채널A 제작본부장이 2개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채널 인지도가 낮아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너무 안 나오고 있다”며 “아무래도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 진행자로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규 jTBC 예능국장은 “종편 쪽으로 방송 시장의 외연이 확대되지 못한 상황에서 PD들이 겪는 갈등과 스트레스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며 “ ‘3~4년 더 고생해야지’라고 느긋하게 생각하는 PD들도 있지만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PD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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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2012-02-23 14:19:37
더 로맨틱 무척 잼있던데요? 1화보다 2화가 더 잼있었고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이명한pd님 힘내세요^^
tvn즐겨보는 20대 아가씨입니다^^

떼루아 2012-02-23 17:08:37
종편채널도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 꽤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특히 '한반도','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 등 지상파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여러가지 소재들을 이용해서 방송해주시니 시청자 입장에서 감사할 따름입니다ㅎㅎ
좋은 방송들 많이 볼 수 있도록 힘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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