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사장이 22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끝내 불참했다. 지난 1일 MBC업무보고 불참에 이어 두 번째다. 김 사장의 불참에 따라 지난 한 달간 방문진에서 MBC 예·결산 등 현안은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방문진 이사들은 이날 불출석한 김재철 사장에게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일부 이사들은 방문진의 출석요구에 사장이 두 번이나 불참한 것은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의 MBC관리·감독권을 훼손해 해임 사유가 된다는 지적도 했다.
김재철 사장은 이날 오후 3시경 방문진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노조의 물리적 행사 우려가 있다. 내 정보로는 그렇다”며 불출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는 30분 간 정회하며 김 사장에게 재차 출석을 요구했으나 끝내 불출석 통보를 받았다. 이후 방문진 이사들은 MBC 현안 처리를 김재철 사장 없이 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고진, 한상혁 등 야당추천 이사들은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현재까지 사장의 행보를 보며 더 이상 사장으로서의 직책을 유지할 명분도 자격도 없어졌다고 판단해 자진사퇴를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상혁 이사는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조속한 시일에 해임안을 제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고진 이사도 “더 이상 불공정보도를 방치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일어난 공정방송실천행동이 현재 MBC파업이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은 공정성문제에 대해 자성하고 고민하지 않고 계속 편파방송을 하려는 것 같다. MBC 출신으로서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다면 스스로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한상혁 이사는 김 사장의 이사회 불참과 관련해 “지난번 업무보고 무산 이후 다음 번 출석 때는 노조가 출석을 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오늘 이사회도 시작 당시에 노조원은 없었는데 충돌이 예상된다는 주장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이사도 “이사회 불참 책임을 계속해서 노조에게 전가하는 것은 비겁한 행위”라며 김 사장을 비판했다.
또 고진 이사는 “지난해 MBC가 해외연수 예산을 과다 지출했다는 지적이 있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자료요청을 했으나 두 달 넘게 거부되고 있다”며 “김 사장은 방문진의 MBC 관리 감독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어 명백한 해임사유가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 추천 이사들은 김 사장 해임안 제출에 난색을 표했다.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내는 것은 제도적으로 적합하지 않아 (회의에서) 채택하지 않았다”고 밝힌 뒤 “해임결의안이 나온다면 결의안에 대한 내용을 논의하고 표결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 전했다.
김광동 이사는 김 사장의 연이은 불출석에 대해 “사장이 나오고 싶지 않아서 안 나오는 게 아니다. 노조와 물리적 충돌을 감수하는 게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 김 사장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는 현 MBC노조 파업상황에 대해서도 “사장 퇴임 요구는 노조가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사측의 손을 들었다. 지난해 김 사장도 인정했던 10·26 서울시장 재보선 불공정보도를 비롯해 노조가 주장하는 보도공정성 추락 논란에 대해서는 “언론이 늘 100% 공정한 보도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재철 사장의 이사회 불출석 사실이 알려지자 MBC노조 조합원 300여명은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방문진 사무실이 있는 율촌빌딩으로 몰려와 김재철 사장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