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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 동요 막고 업무복귀 최후통첩…노조 “대세는 김재철 퇴진”

▲ 김재철 MBC 사장이 24일 오전 확대간부회의가 열린 대회의실에서 나오고 있다. ⓒ,MBC노조

김재철 MBC사장이 24일 노조 파업 26일 만에 회사에 모습을 드러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던 김재철 사장은 24일 오전 9시에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준비된 원고를 읽고 10분 만에 퇴장했다. 김 사장은 이날 “보직자들 덕분에 드라마, 예능, 뉴스가 대부분 정상 방송 될 수 있었다”고 밝힌 뒤 “불법파업으로 저의 인내도 한계에 도달했다. 회사는 법적 절차를 포함해 정상화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김재철 사장 발언 전문 참조>

확대간부회의 직후에는 사내게시판에 경영지원국장 명의의 업무복귀 명령이 내려졌다. 사측은 “노조의 파업에 가담하고 있는 직원들은 오는 27일 오전 9시까지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한다”며 “복귀명령에 불응한 직원에 대하여는 사규에 따른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고 엄포했다.

MBC 내부에서는 김 사장의 오늘(24일) 행보를 두고 파업 중인 조합원들을 압박하고 간부들의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연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평소 즉흥적 대화를 즐겼던 김재철 사장이 이날은 원고를 준비해온 점으로 미뤄 계획적으로 준비된 제스처라는 것. 특히 최근 135명의 간부급 인사들이 사장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최일구 <뉴스데스크> 앵커 등 간부들이 연달아 보직사퇴를 하자 사장이 직접 간부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회사에 나타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밖으로 외도하던 사장이 회사로 돌아온 것은 자신의 전략이 실패한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김 사장은 파업 중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인사를 단행했지만 조합원들에게 거부당했다. 파업 수습카드가 전무한 상황에서 김 사장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강공책 뿐”이라고 말한 뒤 “조만간 보직부장을 포함한 간부들이 추가로 파업에 동참할 것이다.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며 승리를 확신했다.

한편 노조는 오는 28일과 29일 서울 태평로 청계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내달 5일 파업에 돌입하는 KBS본부와 함께 대규모 문화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오는 27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김재철 사장의 비정상적 경영행위를 폭로할 예정이다.

▲ 김재철 사장이 확대간부회의 마치고 나오면서 복도에서 권재홍 신임 보도본부장과 김진숙 홍보국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MBC노조

▲ MBC노조원들이 확대간부회의 장소인 대회의실이 있는 10층 복도에서 피켓시위를 벌어고 있다. ⓒMBC노조

다음은 김재철 사장이 2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발표한 원고 전문이다.  

김재철 사장 확대간부회의 발언

먼저, 보직자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불법 파업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문화방송이 이만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여러분들이 동요하지 않고 할 일을 잘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드라마와 예능, 그리고 뉴스가 대부분 정상적으로 방송될 수 있었습니다.

노조가 불법 파업에 나선지가 오늘로 4주일이 됩니다. 그동안 저와 경영진은 일터를 떠난 사원들이 업무에 복귀하기를 인내와 관용으로 기다렸습니다.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외부에서 업무를 봤지만 이제 저의 인내도 거의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2012년 첫 3주 동안 1위를 기록했던 시청률은 파업이 계속될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서도 ‘해를 품은 달’이나 ‘빛과 그림자’같은 드라마가 최고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 파업은 불법파업입니다. 노조는 겉으로는 공정방송을 내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의 골자는,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교체를 요구하다가 뜻이 관철되지 않자 사장까지 퇴진하라는 것입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임된 사장을 정당한 이유도 없이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며칠 전에 저는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1월초 신년회에서 말씀드린바 있지만 2012년 올해를 ‘뉴스 개선의 해’로 정하고 이 인사를 이미 계획했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한테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회사는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불법 파업에 대처할 것입니다. 방송 프로그램은 시청자들과의 약속입니다. 지난 50년 동안 문화방송이 쌓아온 최고방송사로서의 자부심과 경쟁력이 훼손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습니다.

문화방송의 천6백여 명 직원 가운데 아직 불법 파업에 가담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직원들이 더 많습니다. 천 명 가까운 직원들은 소신을 가지고,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터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나마 집회 현장에 나타나는 인원은 150명 안팎입니다.

"12월에 정권이 바뀌니 파업에 참여해라" "정권 바뀌면 모든 게 다 바뀐다"라고 하면서 사실상 파업을 강요하는 노조 간부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불공정한 발언입니다. 파업을 강요하고 위협하면서 개인의 선택의 자유마저 빼앗는 불법 파업에 회사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입니다.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켜나가기 위해 회사는 정상화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나갈 것입니다. 사규는 물론, 필요하다면 법적 절차까지 취해나갈 계획입니다.

저는 30년 넘게 문화방송만 바라보고 살아왔습니다. 문화방송의 기자로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고, 사장으로서 문화방송의 발전을 위해 전력을 쏟았습니다. 제 임기동안 저는 '문화방송은 최고의 방송'이라는 전통을 반드시 세울 것입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을 것입니다. ‘좋은 게 좋다’고 양보하는 것은 미봉책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후배들에게 물려줄 전통은 아닌 것입니다. 잘못된 관행의 고리는 끊는 것이 선배가 할 일이고, 간부들이 할 일입니다.

정권이 바뀌든 바뀌지 않든 문화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며 시청자들입니다. 사장으로서 저는 문화방송 대표이사로서 제 소임을 다할 것입니다. 후배들에 대해서는 불법 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할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하지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불법 파업이 계속되는 동안 보직자 여러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완전한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회사도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참고 또 참아준 보직자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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