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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PD의 닮은 꼴”

[PD의 사생활 ⑦]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나섰던 이채훈 MBC PD 방연주 기자l승인2012.02.28 1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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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가 돼서 다행이다” PD가 지닌 독특한 취미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간 이채훈 PD는 PD라는 직업 덕분에 지휘를 경험할 수 있었던 셈이라고 강조했다. 어릴 적 이 PD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지만 꿈을 접었다. 그 후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PD가 됐다. 이 PD는 비록 무대 위에서 직접 악기를 연주해 관객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는 음악가의 길을 걷지 않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이 PD를 바라보면 반(半) 음악가이기도 하다.

1984년에 MBC에 입사한 이채훈 PD는 <21세기 음악의 주역- 장영주, 장한나>, <정상의 음악가족 정트리오>, <비엔나의 선율 마음에서 마음으로>, <모차르트> 2부작 등 각종 음악 다큐멘터리를 연출해, 간접적으로나마 음악가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더욱이 우연찮은 기회로 오케스트라 지휘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 방송만큼 음악도 삶의 일부인 이채훈 MBC PD를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내 카페에서 만났다.

   
▲ 이채훈 MBC PD
지휘자로 나선 PD. 누가 들어도 색다른 이력이다. 그럼에도 이채훈 PD는 인터뷰 내내 ‘지휘자’라는 그럴듯한 수식어를 밀어두고 ‘지휘를 경험해 본 PD’로서의 소회를 담담하게 말했다. 이채훈 PD가 지휘자로 나서게 된 건 우연찮은 제안에서 시작됐다. 이 PD는 2006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다큐 <모차르트> 2부작 연출 맡던 와중에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부터 지휘자 제안을 받았다. 그 해 가을 이 PD는 서울 튜티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나서게 된다.

 이 PD는 앞서 언급한 다양한 음악 다큐멘터리 연출을 연이어 맡을 정도로 ‘음악에 대한 오래된 애착’이 없었다면 지휘자로서의 기회조차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주어진 기회가 마냥 반가웠을 리도 만무하다. 이 PD의 말마따나 아마추어로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즐기고 나누길 좋아했지 선뜻 지휘자로서 오케스트라를 이끈다는 건 막중한 부담감이 뒤따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PD는 고심 끝에 생애 처음으로 지휘대에 오르기로 결정하고선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당시 이 PD가 지휘자로서 맡은 곡은 장난감 교향곡 전 악장과 하프너 세레나데 4악장과 6악장, 그리고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G단조 1악장이었다.

당장 주어진 악보 외우기부터 박자 감각을 익히기까지 모든 게 ‘낯섦’ 그 자체였다. 양 손을 휘저을 때마다 조화롭게 울려 퍼져야 할 연주는 조급해지거나 늘어지기 일쑤였다. 이 PD는 “지휘자는 ‘음악 듣는 귀’를 날카롭게 연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역할은 한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PD가 되기 위해 밤낮없이 뜬 눈으로 지새며 편집에 골몰하던 조연출 시절이 있듯 만만치 않은 수련이 뒷받침 돼야 했다. 이에 따라 이 PD는 ‘완벽’이 아닌 ‘최선’을 택했다. 이 PD는 지휘자 이병욱 씨로부터 지휘 수업을 받고 피아니스트 성하영 씨를 찾아 시창과 청음 훈련을 받았다. 또 정명훈이 이끄는 아시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아카데미의 지휘 워크숍에도 참석하는 등 최대한 본인이 할 수 있는 데까지 다양하게 시도했다.

“전문가가 쌓아온 수련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한 게 당연하죠. 방송 일 하면서 준비하느라 많이 미흡했지만 6개월 정도 직접 악기들도 배워보고 시창·청음을 공부했어요. 예를 들면 피아노로 10개음을 동시에 치고서 어떤 음인지 받아 적는 건데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그 때 지휘라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몸소 깨닫게 되더라고요.”(웃음)

이처럼 이 PD는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연출자로서 단련된 경험은 단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만큼은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어찌 보면 지휘자나 PD나 비슷한 역할인 것 같아요. PD는 스태프를 잘 다독여가며 현장을 이끌어가야 하고, 지휘자는 단원들이 합주하는 과정에서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니까요.”

이 PD는 연습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음악을 해석하는 눈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을 단원들과 연습하면서 모든 악기들이 좀 더 다이나믹하면서 선명하게 들렸으면 했다”며 “모차르트 악보에는 ‘포르테’(세게)라고 쓰인 대목을 느낌상 ‘프로테시모’(매우 세게)라는 판단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초반에는 단원들과 마찰이 있었지만 아마추어 지휘자가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단원들 눈에 보였던 건지 성심껏 리허설에 임해줘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 이채훈 MBC PD
이 PD는 PD로서의 삶을 꾸려가면서 잠깐이었지만 지휘자로서의 일탈은 일상에 자극을 주는 경험이었다고 한다. 이 PD는 “지휘자로는 초짜였지만 단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서로 북돋아 주고 음악을 나눈 경험이 방송 현장에서 활력소로 되돌아왔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 PD는 ‘지휘자’로서 특별한 경험을 누린 만큼 여전히 ‘PD’로서 음악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만큼 가장 행복한 일도 없다고 한다. 프로그램의 흐름에 맞게 음악을 적합한 곡을 선곡해 배치하고 음악적 포인트를 살리는 과정 자체가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든다는 것이다.

이 PD는 최근 방송분 중  <MBC 스페셜>의 ‘지리산에서 행복을 배우다’편에서는 소르의 기타 이중주곡 ‘위안’을, ‘고기랩소디’편에서는 베토벤 협주곡 ‘황제’와 슈베르트 즉흥곡을, 또 <세계와 나 W>에서는 모차르트 돈조반니 서곡 등의 음악을 직접 엄선해 방송으로 내보냈다.

이 PD는 “(음악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음악과 관련된 전문가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도록 구성을 살리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러한 방향을 추구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 PD에게 지휘자로서의 특별한 경험은 PD로서의 자양분으로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방연주 기자  nalav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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