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파업 계기로 저널리즘 원칙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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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파업 계기로 저널리즘 원칙 세워야”
언론광장‧새언론포럼 토론회에서 제기… ‘사장 선임제도 개선’ ‘인적 청산’도 필요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2.03.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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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광장·새언론포럼 공동주최한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과 공영방송의 몰락' 포럼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PD저널

공영방송 쟁취와 낙하산 사장 퇴진을 내건 MBC‧KBS‧YTN 등 방송 3사 노조의 유례없는 연대파업으로 언론계 안팎에서 지지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언론인들과 학계 전문가들이 나서 향후 공영방송 체제 재구축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언론광장과 새언론포럼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과 공영방송의 몰락’이라는 주제로 지난 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공영방송을 복원을 위한 단기적 과제로 낙하산 사장 퇴진 운동이 그리고 장기적 과제로는 △철저한 인적 청산 △법‧제도적 정비에 의한 지배구조 개혁 △출입처 제도 혁파 △철저한 인적 청산 등이 제시됐다.

발제자로 나선 최용익 전 새언론포럼 회장은 “언론인들이 붕괴된 공영방송 체제를 다시 되살리기 위해 일어섰다”며 “새로운 체제 건설을 위한 파업에 돌입한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저널리즘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한 원칙이 무엇인지에 대해 짚어봐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 전 회장은 “(공영방송은)이명박 정권 전까지 조‧중‧동 프레임으로 왜곡된 보도를 정상화하는데 앞장서서 사회 비리와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프로그램으로 균형감을 이어왔다”며 진단했다. 예컨대 MBC <PD수첩>, KBS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추적 60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프로그램이 한국 사회의 왜곡된 공론장을 정상화 시키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은 기득권에 ‘눈엣가시’가 되었고, 이명박 정권이 공영방송 체제를 무력화 시키는데 공을 들인 이유가 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최 전 회장은 공영방송의 몰락에 대한 책임을 ‘이명박 정권’ 탓으로만 돌리지 않았다. 공영방송 내부에서부터 나태함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 전 회장은 “순조로운 상황에 최악을 대비하지 못한 채 이명박 정권을 맞이한 셈”이라며 “공영방송 3사의 연대파업은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이를 계기로 공영방송 내부에서도 올바른 저널리즘 원칙을 세우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도 “공영방송이 총파업에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공영방송의 의미 자체가 궤멸됐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시켜주는 지점”이라고 꼬집은 뒤 “그럼에도 MB 정권에서 언론인들이 자신의 역할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 뒷받침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6일부터 파업을 선언한 KBS의 상황에 대해 엄경철 전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은 “KBS 파업은 국영방송 흔적 지우기의 마지막 발악이 아닌가 싶다”며 “KBS의 역사에서 있어선 안 될 방송은 더 이상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는 것을 구성원들에게 각인시키는 투쟁이다. 평화의 시기에 위기를 대비하듯 그간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와 의식 등을 바로잡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 언론광장·새언론포럼 공동주최한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과 공영방송의 몰락' 포럼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PD저널

공영방송의 내‧외부적 거버넌스 점검 필요

엄경철 전 위원장은 “KBS 내부에서 벌어진 ‘공영성 몰락’의 사례들을 열거하며 향후 편성규약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와 철저한 인적 청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 전 위원장은 “모든 원인이 이명박 정부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KBS 내부 구성원의 책임도 있다”며 “단 KBS의 몰락에 대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물은 뒤에 모두 책임을 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엄 전 위원장은 작년 KBS에서 방영된 백선엽 장군과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의 방영 과정을 예로 들며 KBS의 제작현실을 비판했다. 당시 KBS 사측은 “좌우 가리지 않고 어떤 인물이든 조명할 수 있지 않느냐”는 식의 논리를 내세웠고 이에 대해 KBS본부는 “위로부터 하달된 다큐”로 규정한 바 있다. 엄 전 위원장은 “사측의 논리를 살펴보면 왜 그 인물에 대해 다큐를 제작해야 하는지와 그 인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이나 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라고 말한 뒤 “철저히 자율성이 무시되고 의사결정이 왜곡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엄 전 위원장은 “편성규약에 따르면 뉴스 결정권자가 반드시 간부인 것만은 아니다”며 “제작자가 일방적인 지시나 외압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엄 전 위원장은 총파업 이후 KBS 내부에서는 편성규약에 대한 세세한 검토와 이에 대한 강제조치나 처벌조항 등을 재정비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승호 MBC PD는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을 강조했다. 현재 MBC는 파업에 돌입한 지 약 40여 일에 달하고 있지만 김재철 MBC 사장은 노조 측이 제기한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해명은 미룬 채 여전히 파업 중단만을 전면 요구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7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자진 사퇴는 불가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최 PD는 “제도적으로 사장 선임구조를 어떻게 개편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최 PD는 “공영방송이 휘청거리는 상황인 만큼 MBC 대주주인 방문진은 김재철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내야 함에도 요지부동”이라며 “그렇다고 방문진에서 해임안이 나온다 해도 야당 측 방문진 이사가 3명이라 부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파적인 사장 선임 제도의 모순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에 따라 최 PD는 “여야 모두 모든 권력은 일정한 통제력을 가하려고 하기 때문에 정파적인 지배제도 틀 안에서 공영방송의 사장을 선출할 수밖에 없다”며 “사장 선임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을 통해서 여든 야든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사장을 선임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이 되는 공영방송 사장의 편향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제도권 언론의 취재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출입처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노 전 위원장은 “출입처 제도는 저널리즘을 죽이는 마약과 같은 존재”라며 “출입처 제도에 대한 혁파는 앞으로 우리 언론이 가장 언론다워질 수 있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노 전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고착화된 출입처 제도는 신생언론과 군소언론의 접근권을 제한한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취재원과의 유착관계를 형성해 출입처에 의해 보도가 규정되는 기반이 된다는 지적이다.

이어 노 전 위원장은 “출입처 제도를 없애야 하냐는 문제에 대해 현 언론인들 사이에서도 여러 입장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언론인들이 출입처에 대해 구체적으로 좀 더 깊게 고민해 출입처에 의한 보도가 아니라 시민과 독자들이 궁금한 것을 보도하는 쪽으로 싸움의 중심을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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