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언론사 낙하산 사장 원천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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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클리핑]밤 10시 안방 극장, 누가 품을까?


민주통합당은 언론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낙하산 사장’을 원천 봉쇄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한 19대 국회에서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일보> 2면 기사다.

민주당은 11일 이 같은 내용의 7대 미디어 공약을 발표했다. 한명숙 대표는 이날 "지난 4년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어둠 속에 갇혀있던 것은 단지 기자들과 PD들의 영혼만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이자 진실이었다"며 "언론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법 개정을 통해 언론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 <한국일보> 3월 12일자 2면 기사.
민주당은 우선 정당 입후보자나 대통령 후보자의 특보 등 정치적 중립성이 결여된 인사들의 언론사 사장 및 임원 임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각계를 대표하는 객관적 인사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제도를 도입, 대통령의 자의적 임면권 행사를 규제토록 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 주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제도를 전면 개정해 이사추천기관과 이사 수(數), 의결정족수 등 이사회 구성요건에 대해서도 독립성과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사회와 사장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프로그램 제작 편성과 경영을 분리하고 보도 및 시사제작 관련 국장 직선제와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아울러 현 정부 들어 과도한 특혜를 받아온 종합편성채널 승인 심사 과정의 책임을 묻기 위해 관련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신문의 종합편성채널 진출 요건을 강화해 시장점유율 15% 미만의 신문만 종편에 진출할 수 있고 보유지분도 20% 이하로 제한하는 공약도 제시했다.

또한 방송, 통신,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강화하기 위해 정치적 편향 지적을 받아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폐지 또는 전면 개편하는 한편 주요 심의규정은 방송법에 직접 규정하고 인터넷실명제 폐지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 밖에 △시청자 주권 강화를 위해 '시청자평가원' 신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일반법 전환 △EBS 지배구조 및 수신료 산정 조항 개선 등의 내용도 공약에 포함됐다.

야권은 단일화로, 여권은 보수 분열

4·11 19대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여야의 길이 갈리고 있다. 민주·진보 진영은 첫 전국적 야권연대로 ‘하나의 대오’를 짰지만, 보수 진영은 쪼개지고 있다. <경향신문> 1면 기사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10일 새벽 회담을 열고 ‘야권연대 합의문’을 채택했다. 민주당이 전국 16개 선거구에서 무공천해 통합진보당이 단독후보로 나서고, 전국 76곳에서 양당이 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선출하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의 무공천 지역은 경기 성남 중원, 의정부을, 파주을과 인천 남구갑 등 수도권 4곳을 포함해 영남 8곳, 충청 3곳, 호남 1곳 등이다.

한 대표는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야권연대 조인식’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총선에서 전국적·포괄적인 야권연대를 성사시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야권이 전국적으로 단일후보로 출마해 새누리당과 1 대 1로 맞서면서 총선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야권연대의 힘은 입증됐다. 민주당은 최근 공천 잡음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던 분위기를 바꿀 수 있고, 야권 지지층을 결집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당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핵심 정책방향으로 하는 ‘공동정책 합의문’을 채택해 정책적 연대도 강화했다. 이정희 대표는 “오늘의 타결은 2012년 대선에서 우리 사회를 진보의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해, 총선뿐 아니라 대선까지 긴 시선이 가 있음을 시사했다.

보수 진영은 갈라지고 있다. 보수 신당인 국민생각과 자유선진당은 ‘비박근혜’ ‘보수가치 연대’를 기치로 조만간 합당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생각 관계자는 11일 “(자유선진당과의 합당은) 이번 주초를 지켜보라”고 말했다. 국민생각이 15석을 가진 자유선진당과 합당하면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보수표를 잠식할 수 있다.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도 ‘보수가치’를 내세워 국민생각 등과 연합한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 후유증이 커지면서 보수층 분열이 가속화할 수 있다. 12일 입장 발표를 예고한 4선의 김무성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는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낙천한 친이재오계 진수희 의원도 “(당을) 나가라는 것 아니냐”며 탈당을 시사했다. 새누리당에서 탈당, 무소속 출마, 국민생각 입당을 고민하는 의원들은 4~5명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경향신문> 3월 12일자 2면 기사.
'해적·크루즈 입항' 공허한 논쟁에 '해군기지 본질' 놓쳤다

<경향신문>은 첨예하게 찬반 양측이 대립하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논쟁이 왜곡되면서 본질적인 문제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해적기지’ 발언, 15만t 크루즈 동시 입·출항 가능성 등 사안의 본질과는 거리 있는 이슈들을 부각시키면서 정작 제대로 짚어봐야 할 핵심 문제들은 논쟁의 장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다.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 김지윤씨의 해적기지 발언 논란이 대표적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비판하기 위해 김씨가 제기한 은유적 표현이 보수세력과 정부의 집중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김씨가 ‘해적기지’란 표현을 처음 쓴 것은 지난 4일이다. 김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제주 해적기지 건설반대! 강정을 지킵시다’란 글귀가 적힌 태블릿PC 사진과 함께 “안녕하세요. 김지윤이라고 합니다. 제주 ‘해적기지’ 반대합니다.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지켜냅시닷! 인증샷에 함께 동참해요”란 글을 올렸다.

김씨의 표현이 논란이 된 것은 이로부터 나흘이 지난 8일, 국방부 정례브리핑 도중 한 출입기자가 이 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면서부터다.

브리핑에 참석했던 해군 관계자는 “아마 (그분이) 해적영화를 많이 보신 것 같다”고 반응했지만 브리핑 말미에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천안함에서 전사한 46분이 다 해적이냐. 이렇게 말씀하신 분이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 강도를 높였다.

보수세력은 김씨의 표현을 두고 뒤늦게 비난을 시작했다. 김씨가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자 중 한 명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제주 해군기지 반대가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해군도 대응 수위를 높였다. 해군은 9일 최윤희 참모총장 명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김씨를 고소했고, 역대 해군참모총장과 천안함 유족 등은 통합진보당 당사를 항의방문해 사과를 요구했다. 사병을 겨냥한 게 아니고 상황을 빗댄 것이라는 김씨의 해명도 무시된 상태다.

숙명여대 법대 홍성수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해적 발언이 명예훼손으로 처벌되어야 한다면, 떡검, 섹검, 짭새, 견찰, 딴나라당, 환경파괴부, 문화파괴청, 통일반대부, 노동탄압부, 부정선거지원위원회, 인권침해위… 이런 발언도 다 처벌되는 게 맞겠죠? 그런 세상을 원하시는 건지”라고 썼다.

15만t 크루즈선 2척 동시 입·출항 가능성 논란도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되고 있는 15만t급 크루즈선은 7척에 불과하다. 대부분 카리브해와 지중해를 중심으로 움직이며 동북아 운항은 2010년 퀸메리 2호가 일본 나가사키에 온 것이 유일하다.

한국에 오는 크루즈선은 대부분 중형(2만5000~7만t)이며 지난해 4월 부산에 입항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11만6000t으로 최대였다. 따라서 제주도에 15만t급 크루즈선이 동시에 2대나 오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해양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만t급 크루즈선의 동시 입·출항 문제는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인 제주 해군기지의 핵심 기능으로 취급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상정해놓고 제주 해군기지 설계 문제점을 논의하고 있는 셈이다.

군 관계자는 “제주도 측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무리한 요구임을 알면서도 15만t 크루즈선 2척 동시 접안 기능을 약속했고, 결국 이것이 지금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비본질적 사안들이 제주 해군기지 논쟁 전면으로 부상하면서 선정 과정의 절차적 문제 등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구럼비 바위 발파로 대표되는 환경파괴, ‘평화의 섬’과 군사기지의 모순적인 공존, 미·중 군사적 긴장 고조 우려 등의 문제들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 스스로 생산적으로 다뤄왔고, 논의해야 할 쟁점들을 해적기지 공방 등 비본질적 논점에 묻어버린 감도 있다. 공사 반대 여론에 정치적으로 대응한 셈이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은 “제주 해군기지가 지금, 그 자리에 과연 필요한가 하는 문제가 먼저 논의되어야 하는데,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면서 불필요하게 논란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편집장은 “정부가 이 갈등을 지난 4년간 얼마나 적확하게 관리해왔는지도 짚어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인·극우도 “탈원전”

지난해 3월11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성물질 유출사고를 계기로 원자력에서 벗어나자는 탈원전 주장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3·11 이전엔 진보진영의 전유물이던 반원전 운동이 기업인은 물론 극우 사상가들까지 합류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새역모의 대표를 지낸 극우 사상가 니시오 간지(西尾幹二·77) 전기통신대 명예교수도 지난해 7월 보수 월간지인 ‘윌’에 ‘탈원전이야말로 국가영속의 길’이라는 기고를 게재해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뒤 원전은 경제면에서도 합리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고, 국가와 역사에 해를 가하는 점을 알아버린 이상 선택을 바꾸는 것에 주저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니시오 교수는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가 수도권인 시즈오카(靜岡)현의 하마오카(浜岡) 원전 가동을 중단한 것에 대해서도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는 한편 태양광 등 자연에너지의 보급을 늘리면 탈원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극우 보수 인사의 탈원전 논리는 원전이 국가안보에 해가 될 뿐 아니라 자연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바야시는 “원전은 국가 안전보장상 지나치게 위험하니 멈춰야 한다. 애국자라면 탈원전을 주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니시오 교수도 “보수로 분류되는 지식인들에게 왜 아름답게 보존해야 할 국토를 수만년 동안 오염시켜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적지 않은지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원전 문제는 이데올로기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보수성이 강한 기업·금융 인사들 사이에서도 탈원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 금융기관인 죠난(城南)신용금고 요시와라 쓰요시(吉原毅·57) 이사장은 금융기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탈원전 선언을 한 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과의 금융거래를 해지하고, 절전 관련 사업자에 금리우대를 해주고 있다.

올해부터는 도쿄전력과 전력공급 계약을 끊고, 도쿄가스 계열의 가스화력 발전회사 ‘에넷’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회사의 경영방침도 ‘원전에 의존하지 않는 안심할 수 있는 사회’로 바꿨다. 그는 지난해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업) 스스로 절전하고 고객을 이끌어 원전에 대한 의존을 줄여나가면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일동포 기업인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사장은 원전사고를 계기로 태양광발전소 등 자연에너지 보급 전도사로 나섰다. 그는 지난 6일 교토(京都)시 1곳, 군마(群馬)현 1곳, 도쿠시마(德島)현 2곳에 태양광발전소를 지을 계획이며 교토시와 군마현 발전소는 4월에 착공해 7월부터 가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최대 인터넷 대기업 ‘라쿠텐(樂天)’의 미키타니 히로시(三木谷浩史·47) 사장은 지난해 원전사고 이후에도 현재의 독점적 전력산업 체제를 용인하는 재계단체 게이단렌(經團聯·일본경제단체연합회)의 태도에 반기를 표명하며 게이단렌을 탈퇴했다.

문화·연예계의 유력 인사들도 속속 탈원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일본의 ‘국민배우’ 요시나가 사유리(吉永小百合·67)는 지난해 7월31일 히로시마(廣島)시에서 열린 일본어머니대회에서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 원전이 사라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요시나가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받아들였다”면서 “(핵재처리시설인) 고속증식로는 무섭다는 이야기는 들어왔지만 일반적인 원전에 대해서도 좀 더 알아뒀어야 한다”고도 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77)는 원전사고 이후 ‘행동하는 지성’을 실천하고 있다. 오에는 지난해 9월19일 도쿄 메이지공원에서 6만명이 참가한 탈원전 집회를 주도한 바 있으며 오는 7월에도 10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탈원전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국민일보 노조 “사장 해임” 밤샘 농성

‘편집권 독립’과 ‘조민제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80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국민일보> 노조가 조 사장의 대리운전비 문제를 새롭게 거론하며 11일부터 사장실 앞에서 밤샘농성에 돌입했다. <한겨레> 12면 기사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조 사장이 지난 2년간 430여차례의 대리운전을 이용하면서 모두 659만원을 지불했다고 주장하고, 언론사 사장으로서 부적격성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며 국민문화재단 이사회에 조 사장 해임을 촉구했다. 대리운전비는 경윤하이드로에너지 관련 배임혐의로 기소된 조민제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공판에서 드러난 검찰 입수자료라고 노조는 밝혔다.

조상운 노조위원장은 “조 사장은 2008년 말부터 2011년 1월까지 투자자 접대를 명목으로 술을 마신 뒤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디지웨이브파트너스투자자문이 계약한 대리운전업체에 ‘조명제’라는 가명으로 수백차례에 걸쳐 659만5000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국민일보는 임직원의 이중 취업을 금지하고 있는데 조 사장은 신문사 경영보다는 개인기업 확장과 자신의 돈벌이에 몰두해왔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의 유일 주주인 국민문화재단은 13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 예정인데, 미국 시민권자여서 신문사 사장 자격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조 사장의 거취에 대한 처리가 주목되고 있다.

신문사의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서울시는 국민일보 쪽의 신문법 위반 사실 인정여부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이사회가 열리는 13일 오전까지 조 사장 해임을 촉구하며 밤샘농성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최삼규 국민일보 경영기획실장은 “누구나 흠결은 있는데 침소봉대는 공정하지 못하다”며 “임단협으로 출발한 노조가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 <서울신문> 3월 12일자 19면 기사.
‘포스트 해품달’은? 안방극장 누가 품을까

안방극장이 대대적인 물갈이를 앞두고 있다. 시청률 40%를 넘나들며 인기를 누렸던 MBC 수·목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이 오는 15일 막을 내림에 따라 그 빈 자리를 차지하려는 신작 드라마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신문> 19면 기사다. 3월에만 밤 10시대에 방송되는 미니시리즈 6편 가운데 5편이 새로 교체되면서 방송가는 지금 ‘폭풍 전야’다.

유독 3월에 신작 드라마가 많이 몰리는 것은 방송사들이 봄개편과 맞물려 상반기에 각 사의 야심작을 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편성 등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본래 14일에 일제히 첫선을 보일 예정이었던 방송 3사의 수·목 드라마 방송일이 MBC ‘해품달’의 결방으로 모두 한 주 연기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KBS는 ‘해품달’이 종영된 뒤 신작을 내보내기 위해 미리 4부작 드라마를 방송했으나 ‘해품달’의 종영일이 미뤄지면서 새 드라마의 방송도 한 주 늦췄다. SBS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주를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 편성하더라도 수·목극을 동시에 첫 방송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시청률 40%가 나오는 드라마와 붙는 것을 과연 어느 방송사와 제작자가 원하겠느냐.”면서 “차라리 동시에 선을 보여 새로운 판에서 시청자들의 심판을 받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박창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장도 “드라마를 동시에 첫방송을 시킬 경우 감독과 작가·배우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작품에 임할 수 있고, 광고 면에서도 적어도 초반에는 특정 작품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포스트 해품달’은 과연 누가 될까. 새 수·목극의 면면들을 보면 상당히 화려하다. MBC에서 선보이는 ‘더킹 투하츠’는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는 설정하에 남한 왕자와 북한 특수부대 여성 교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홍진아 작가와 이재규 PD가 다시 손을 잡은 작품으로 국경과 신분을 뛰어넘어 사랑을 이루는 과정을 블랙코미디로 담아낸다. 남녀 주인공을 맡은 ‘흥행 보증 수표’ 하지원과 ‘만능 엔터테이너’ 이승기의 연기 호흡이 관전포인트다.

이에 대응하는 SBS ‘옥탑방 왕세자’는 요즘 유행하는 로맨스 사극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조선 왕세자 이각(박유천)이 세자빈의 죽음에 얽힌 음모를 파헤치던 중 3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21세기 서울로 날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언뜻 보면 ‘해품달’과 비슷한 설정이지만, 시간을 건너뛰는 설정으로 차별성을 두고 미스터리 스릴러의 장르적인 특성을 강조했다.

KBS ‘적도의 남자’는 인간의 욕망과 엇갈린 사랑에서 비롯된 갈등과 용서를 주제로 한 정통 멜로에 복수극이 가미된 작품. 뒤바뀐 두 여인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 호평받았던 드라마 ‘태양의 여자’를 집필한 김인영 작가의 신작으로 ‘해품달’을 제작한 외주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의 작품이다. 엄태웅, 이보영, 이준혁, 임정은 등이 출연하며 ‘태양의 여자’의 남자 버전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방송가 안팎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월·화극 시장도 안갯속이다. 초반 MBC 50부작 드라마 ‘빛과 그림자’가 앞서가나 싶더니 최근 SBS ‘샐러리맨 초한지’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올라서며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SBS는 ‘샐러리맨 초한지’의 후속으로 19일부터 새 수목 드라마 ‘패션왕’을 방송한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패션을 모티브로 젊은이들의 도전과 성공, 사랑과 욕망을 그릴 예정이다.

젊은 연기자 군단이 대거 포진한 것이 특징. 영화 ‘완득이’의 흥행 주역 유아인과 지난해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쓴 ‘충무로의 샛별’ 이제훈을 비롯해 신세대 스타 신세경과 걸그룹 ‘소녀시대’의 유리가 호흡을 맞춘다.

KBS도 ‘젊은 피’로 승부수를 띄운다. ‘드림하이 2’ 후속으로 오는 26일부터 방송되는 새 월·화 드라마 ‘사랑비’는 신 한류스타 장근석과 ‘겨울연가’의 윤석호 감독의 만남으로 국내외에서 높은 관심을 모은 작품. 1970년대와 2012년을 오가며 시대를 초월하는 순수한 사랑의 정서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그려낼 예정이다. 장근석이 상반된 캐릭터의 1인 2역에 도전하며, 상대역으로 ‘소녀시대’의 윤아가 호흡을 맞춘다.

신작 드라마의 전쟁으로 3월 방송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대영 MBC 드라마 국장은 “과거에 비해 인기 드라마의 시청률이 후속 작품에 이어지는 후광효과가 많이 줄어들었고, 작품 자체의 경쟁력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시대”라면서 “월·화극의 경우 ‘빛과 그림자’가 시청층에서 차별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영섭 SBS 드라마 국장은 “수·목극은 색깔이 각기 다른 변형성 멜로가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해품달’의 흥행에서도 확인됐듯이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달라진 기호를 어떤 작품이 맞출 것인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면서 “SBS는 올해 20~49세의 시청층을 대상으로 젊고 스타일리시한 드라마로 승부를 거는 만큼 갈수록 치열해지는 드라마 시장에서 시청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지 주목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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