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사장 콘테스트 우승은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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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 언론인, ‘나꼼수’ 출연…방송장악 현실에 ‘쓴웃음’

‘낙하산’ 사장 퇴진을 주장하며 파업중인 KBS, MBC, YTN 기자·PD들이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 출연해 방송장악실태와 자사 사장의 치부를 공개했다. 지난 11일 업데이트 된 <나는 꼼수다> 봉주 8회에선 엄경철 KBS 기자(전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한학수 MBC PD(전 <PD수첩> PD), 유투권 YTN 기자(전 언론노조 YTN지부 위원장)가 참석해 사상최초 ‘우리 방송국이 더 X됐어요’ 콘테스트를 벌였다. 이들은 해당 방송에서 김인규 KBS 사장, 김재철 MBC 사장, 배석규 YTN 사장의 ‘남다른’ 면모를 소개하며 씁쓸한 웃음을 자아냈다.

콘테스트의 시작은 김재철 사장이었다. 한학수 PD는 “사장님이 특급호텔 마니아다. 파업기간 중 1박에 42만원하는 호텔에도 머물렀고, 2년 간 188회 호텔 결제를 하는 등 국내 호텔에서만 1억 5000만 원을 썼다”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너무 격무에 시달려서 집에도 못 들어간 것”이라 비꼬았다.

엄경철 기자는 30년 전 김인규 당시 기자의 리포팅을 인용하며 “김인규 기자는 5공화국 출범 1년을 두고 ‘지난 30년간 헌정사에서 이룩하지 못한 일을 이뤘다’며 전두환을 찬양했다. 민정당을 두고서는 ‘희생과 봉사의 정당’이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엄경철 기자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시절 언론특보로 활동한 이력을 문제 삼자 김 사장은 ‘자원 봉사를 했을 뿐이다’라고 답했다”고 말해 좌중을 압도했다.

▲ 지난 5일 방송3사 공동파업 선포식에서 김재철 MBC사장과 김인규 KBS사장의 가면을 쓴 이들이 퍼포먼스 중인 모습. ⓒPD저널

유투권 기자도 이에 질세라 말을 이었다. “배석규 사장은 지난해 YTN이 여름 장마로 비상근무체제일 때 경기도 모 골프장에서 평일에 황제 골프를 즐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YTN 경영기획실장은 자신이 단월드라는 특정단체와 유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의혹을 제기한 기자를 고소하고 처리를 잘해달라며 담당 검사 등에게 회사 공연 티켓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에 김어준은 “YTN은 사내에서 일상적으로 고소고발 이뤄진다. 경영진에게서 영혼의 협소함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날은 자사에서 벌어진 언론자유 침해 사례들이 쏟아졌다. 엄경철 기자는 “4대강 사업과 천안함 등 권력이 불편해할만한 아이템은 경영진이 알아서 불방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때 탐사보도는 KBS의 전공이었지만 현 정부 들어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김용진 탐사보도팀장은 탐사보도 팀원으로, 부산총국으로, 울산총국으로 연이은 ‘쓰리쿠션’ 발령을 받으며 쫓겨났다”고 털어놨다.

YTN의 사례는 더 황당했다. “지난해 초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의 인터뷰 기사가 불방 됐다. 박원순이 고소고발의 당사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이 되자 인터뷰 중간 자료화면으로 불방 자료를 내보냈다.” 유투권 기자에 따르면 YTN은 김제동씨의 출연도 “나중에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배석규 사장은 YTN 해직자 문제에 대해서도 당초 법원 판결에 따르기로 했으나 1심에서 전원 복직판결이 나오자 “판결에 따르기로 한 법원은 1심이 아닌 3심(대법원)이라고 주장했다.

한학수 PD는 12일로 43일째 파업 중인 MBC 상황을 설명했다. “최근 회사는 노조에 30억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유례가 없는 일이다. 2년 전 파업 당시에는 이근행 노조위원장을 해고하는 등 41명을 중 징계했다. 요즘은 파업이 장기화되며 특보가 많이 나와 특보문학이 발달하고 있다.” 한학수 PD는 노조 집행부의 ‘종결파업’ 지침에 따라 김재철 사장 퇴진 이전까지는 조합원들이 회사에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학수 PD는 “김재철 사장은 지난해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이 무죄판결을 받았는데도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PD들은 참담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방송사 사장의 ‘엽기 행각’이었다. 엄경철 기자는 “KBS 임원회의에선 생일이 되면 서로 생일축하를 한다. 당사자가 ‘생일 축하합니까?’라고 말하면 기립한 이들이 ‘축하합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김어준은 “(KBS 임원들에게) 집단 치료가 필요하다. (분위기가) 르완다 반군 생일파티 수준이다”라며 웃었다.

한학수 PD는 “김재철 사장은 충북MBC 김훈 국장이란 가명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했으며 도쿄 신주쿠에서 각종 의류 물품 구입하고 인터넷 쇼핑을 즐겼다. 취향이 다채로워 여성용품을 자주 구입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김어준은 “(김재철 사장이) 특별한 코스프레 취향이 있는 것 아니냐”며 “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과거 (<시사저널>)파업 시절을 생각하면 너무 힘들다. 당시 회사에서 깡패를 사서 기자들에게 욕을 하고 폭력을 조장했다”고 말한 뒤 “공보국이 된 방송국도 지금은 전쟁터가 됐다”며 이번 방송사파업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엄경철 기자는 “기자들이 다시 일어서려는 열정이 끓고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김어준은 “오늘 콘테스트의 승자는 KBS”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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