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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는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킬 때 신문사와 방송사부터 강제 접수한다. 그리고 그 독재자를 몰아낼 때, 성난 군중은 독재자의 앞잡이가 되었던 신문사와 방송사부터 불태운다. 독재는 언론 장악에서 시작해 부역 언론인 처단으로 끝이 난다.

지금 우리 언론은 언론 스스로 자신을 불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사들의 파업 열기가 거세다. ‘4 플러스 3’ 파업에 들어간 곳이 YTN, KBS, MBC, 국민일보 등 네 곳이고 편집권 독립을 위해 사주 퇴진을 주장하는 분규 사업장이 부산일보와 연합뉴스, 서울신문 등 세 곳이다. 1970년대 동아투위·조선투위가 언론자유 수호 실천 투쟁을 벌인 이후 최대 규모 언론자유 투쟁이다.

이명박 정부 시기 언론자유 투쟁은 역사가 길다. 2008년 YTN 낙하산 사장 퇴진 운동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정연주 KBS 사장이 강제 해임되었다. 연말 강추위 속에 미디어법 개악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이 있었고, 이후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다.

<시사저널>에 근무할 때 ‘삼성기사 삭제 사건’에 항의해 편집권 독립을 주장하며 6개월 동안 파업을 해봤다. 6개월 파업을 하면 인간관계가 다이어트 되고 인간사 ‘희로애락애오욕’을 두루 겪어보게 된다. 이런저런 적금과 아이들 교육보험을 깨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감당할 만큼의 정의는 이미 충분히 실천했으니 파업이 끝나면 정의의 저편에 서서 묵묵히 지켜보겠다고 다짐했다.

▲ 지난 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KBS, MBC, YTN노조가 공동파업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집회 문화행사인‘K파업스타’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위해 MBC조합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전국언론노조

그러나 그 다짐은 지켜지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탄압받는 언론인들이 너무 많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들 대부분은 시사저널 파업 때 우리 이야기를 보도해주고 우리를 지지해준 언론이었다. 그래서 묵묵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지면으로 블로그로 파업을 도왔다. 무슨 ‘정의병 환자냐’는 비아냥거림도 들었지만 외면할 수 없었다.

물심양면으로 도왔지만 뒤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그들에게 ‘어떻게 질 지, 어떻게 물러설 지를 고민하라’고 충고했다. 그것은 동아투위 선배들이 우리에게 해줬던 충고였다. 30년 넘게 돌아가지 못하는 자신들을 보라고. 그 충고를 어기고 마지막까지 옥쇄하고 <시사IN>을 창간했지만, 방송사를 새로 차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말렸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그들은 방송사를 만들었다. 방송사라고 하기엔 초라하지만 팟캐스트 ‘뉴스타파’를 만들어 기존 언론이 외면하는 뉴스를 만들어 보기 좋게 복수했다. 해직된 이근행 MBC 전 노조위원장과 노종면 YTN 전 노조위원장이 만든 기적이었다. 모든 것이 MB 정부의 실정 덕분이었다.

이제는 어떻게 질지가 아니라 어떻게 이길 지를 고민하는 때가 된 것 같다. 3월 16일 방송 3사 파업집회에는 그동안 이런 무대에 서지 않았던 드렁큰타이거JK, DJ DOC, 이적, 이승환 등이 무대에 서게 된다. 방송계 약자인 비정규직 작가들까지 “방송 4사 구성작가들은 공정방송을 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MBC노조의 파업을 지지합니다”라고 지지선언을 했다.

기자들과 PD들의 파업은 독자와 시청자들에게도 약이 된다. 이들이 직업상 만나는 사람들은 주로 상위 1%의 사람들이다. 이들을 만나면서 기자와 PD들은 어느 틈엔가 상위 1%의 생각에 물들게 된다. 그러나 파업을 통해 다시 99%를 대변하는 기자와 PD로 되돌아오게 된다.

▲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지금의 언론사 파업은 다음 정권의 언론 장악에 맞서는 ‘예방주사’가 될 것이다. 이런 파업이 없다면 다음 정권도 이명박 정권처럼 언론 장악에 나설 것이고 우리 언론은 또 한 번 홍역을 치를 것이다. 그러나 거센 파업의 물결을 보면 다음 정권은 ‘언론은 장악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깊은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우리 언론계에 길었던 겨울이 가고 드디어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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