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가 이번 선거에서 승부를 겨룰 후보들을 하나 둘 확정하고 있다.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언론인 출신 인사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고 일부가 공천을 확정짓고 본선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언론계 안팎에선 현재까지 여야로부터 공천을 확정 받은 언론계 출신 후보들이 과연 19대 국회에서 언론개혁의 과제를 수행할 만한 인물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새누리당 KBS·SBS·중앙 출신 강세= 13일 현재까지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 공천을 확정한 후보자 명단(지역구 기준)을 살펴보면 KBS와 SBS, <중앙일보> 출신 언론인 후보들이 눈에 띈다. 먼저 KBS 출신 가운데 박선규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서울 영등포갑)과 현직 국회의원인 신성범 새누리당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 김형태 전 방송국장(경북 포항남·울릉) 등이 공천을 받았다.
SBS 출신 중에는 <8뉴스> 앵커를 지낸 홍지만 후보(대구 달서갑)와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 1월 사직한 정성근 <나이트라인> 전 앵커(경기 파주갑),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용학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충남 천안갑) 등이 공천권을 따냈다. <중앙일보> 출신으로는 현직 국회의원인 홍사덕(서울 종로)·김용태(서울 양천을) 의원과 길정우 전 논설위원(서울 양천갑) 등이 공천을 확정했다.
MBC 출신 중에선 현직 국회의원인 심재철(경기 안양 동안을)·한선교(경기 용인병(수지)) 의원이 공천을 받았으며, <조선일보> 출신의 허용범 전 국회 대변인(서울 동대문갑)·김연광 청와대 정무1비서관(인천 부평을) 등도 총선 본선 무대에 합류했다. 현직 국회의원인 남경필 의원(<경인일보>·경기 수원병(팔달))과 김영우 의원(YTN·경기 포천·연천), 박대출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경남 진주갑) 등도 공천을 확정했다.
■ 민주통합당 MBC 출신 활약= 민주통합당 공천에선 MBC 출신들이 강세를 보였다. 현직 국회의원인 정동영(서울 강남을)·박영선(서울 구로을) 의원과 MBC 노조위원장 출신의 노웅래 전 의원(17대 국회의원·서울 마포갑)이 공천을 확정했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의 신경민 대변인도 현재 비례대표와 지역구 출마 사이에서 고심 중이다.
KBS 출신 중에선 조순용 전 앵커(서울 용산)와 장기철 전 기자(정북 정읍)가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중앙일보> 출신의 현직 국회의원인 박병석 의원(대전 서구갑)과 김창호 전 국가홍보처장(경기 성남 분당갑) 등도 공천을 받았다.
그 외에 김영태 전 <동아일보> 기자(경북 상주), 민병두 전 의원(<문화일보>·서울 동대문을), 이헌태 전 <매일신문> 기자(대구 북구을), 홍순우 전 <한산신문> 편집국장(경남 통영·고성), 충청남도청 정무부지사를 지낸 김종민 전 <시사저널> 기자(충남 논산·계룡·금산) 등도 공천을 확정했다.
통합진보당에선 언론인 출신으로 노회찬 전 의원(<매일노동뉴스> 발행인·17대 국회의원)과 <한국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서울 도봉갑), <내일신문> 기자 출신의 양순필 전 청와대 정무기획 행정관(경기 광명갑), 윤원석 전 <민중의소리> 대표(경기 성남중원), 이상훈 전 서대문방송 이사(서울 서대문을), 주영경 전 <시흥신문> 대표(경기 시흥갑), 최승기 전 <강원교육신문> 기자(강원 강릉) 등을 공천했다.
■ 방송·언론탄압 주역 ‘버젓이’ 공천= 여야 정치권의 공천 결과에 대해 방송·언론계 안팎의 반응은 “걱정스럽다”는 쪽에 가깝다.
현 정부의 방송·언론 통제로 MBC·KBS·YTN 등의 방송사와 <연합뉴스> <서울신문> 등 신문사의 구성원들이 일제히 파업을 진행 중이거나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련의 현실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거나 제동을 거는 일에 힘을 보태지 않고 정치권에 직행한 인물들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또 방송·언론인 출신으로 정부 구성원과 여당 의원으로서 현 정권의 방송·언론통제에 동참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인물들도 눈에 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중동방송저지네트워크는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조선·중앙·동아 종합편성채널 만들기에 앞장선 정치인들의 명단을 공개하며 심판을 주장했는데, 여기엔 이번에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은 정병국(경기 여주·양주·가평)·한선교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현재 MBC 구성원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김재철 사장을 선임하는데 영향을 행사했던 최홍재 전 이사(서울 은평갑)도 새누리당 공천을 확정했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언론인 출신의 정치권 진출 자체를 문제 삼긴 어렵다”면서도 “현 정부의 방송·언론탄압에 들러리 노릇을, 부역을 했던 이들에게 공천을 주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인 출신 후보들은 현 정부의 방송·언론 장악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