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내려도 ‘진짜 뉴스’ 열망 식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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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내려도 ‘진짜 뉴스’ 열망 식지 않는다
‘제대로 뉴스데스크’·‘Reset KBS 뉴스9’ 화제…민간인 사찰·MB측근 비리 특종도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2.03.14 11: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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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이 만든 인터넷 ‘파업 방송’이 새로운 파업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대로 뉴스데스크’,‘파워업 PD수첩’, ‘Reset KBS 뉴스9’, ‘부러진 돌발영상’ 등 파업 소식과 뉴스를 가미한 파업 방송은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방식이다.

노조의 파업 소식을 조합원이나 대중들에게 알리는 유인물이나 특보 형태와 비교하면 혁신적인 변화다. 이런 파업 방송들은 ‘진짜 뉴스’, ‘착한 뉴스’로 불리면서 인터넷과 SNS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대응이 가장 빨랐던 곳은 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본부)였다. MBC본부의 ‘저화질 공정방송 파업채널M’에는 3개의 파업 방송이 절찬 상영 중이다. 지난 2월 초 선을 보인 ‘제대로 뉴스데스크’는 5회까지 방송되면서 평균 25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파워업 PD수첩’은 1탄에서 한상대 검찰총장 아이템이 <PD수첩>을 통해 나가지 못한 내막을 고발하면서 ‘업그레이드 한  <PD수첩>’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지난 8일 공개된 ‘서늘한 간담회’는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가 연상되는 김재철 사장 뒷담화로 채워졌다.

파업 9일째를 맞고 있는 KBS본부도 지난 13일 “그동안 KBS기자들이 일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겠다”라며 Reset KBS 뉴스9’를 공개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뉴스”=이같은 파업 방송 붐은 그동안 억눌렸던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가 이끌었다. 지금까지 보도통제와 강요된 침묵 속에 ‘꼭 해야 할 보도, 하고 싶은 보도’를 못했던 탓이다.

MBC 기자들이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시작하면서 사측이 아닌 국민들에게 올린 경위서 내용은 이렇다. “<MBC뉴스데스크>는 공영방송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 속상하고 부끄러웠다. 뉴스데스크가 제 모습을 찾을 때까지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떳떳하고 당당하게 만들겠다.”

이재훈 MBC본부 민실위 간사는 “정해진 제작 인력 없이 ‘이런 아이템 하고 싶다’고 의사를 피력하는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끄러웠다”는 MBC기자들은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통해 보란 듯이 날카롭고 속 시원한 보도를 쏟아냈다. ‘MB비리 가계도’, ‘정치 검찰’,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 ‘삼성의 두얼굴’ 등을 성역 없이 고발했다.

‘Reset KBS 뉴스9’도 지난 13일 첫 방송에서 △‘MB 생가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총리실 민간인 사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박정근 씨 사연 △김인규 사장의 ‘충성맹세 서약 사건’ 등 <KBS 뉴스9>에서 볼 수 없었던 보도를 준비했다. 

‘Reset KBS 뉴스9’에 참여하고 있는 김경래 기자는 “그동안 KBS뉴스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는데, 우리가 공정보도가 무엇인지 한번 보여주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놀기 위해 파업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평소에 하고 싶었거나 생각만 했던 아이템을 시도해보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변변한 장비 하나 없고 인력도 부족하지만 지금의 KBS 뉴스보다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은 있다”고 밝혔다. 

이재훈 MBC본부 민실위 간사는 “이런 뉴스가 공중파에서 나가야 하는데 인터넷으로만 유통되는 게 안타깝다”면서 “시청자들에게 우리가 왜 파업을 하는지 알리는 동시에 다시 돌아가 이런 뉴스를 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로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나꼼수’와 ‘뉴스타파’를 잇는 공정방송=언론인들의 파업 방송은 일찍이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의 열풍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파업 방송이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나는 꼼수다’에서 새로운 매체 가능성을 발견하고 해직 언론인이 앞서 <뉴스타파>를 통해 길을 터 준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Reset KBS 뉴스 9’ 앵커와 ‘뉴스타파’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엄경철 기자는 “언론인들이 나와서 뉴스를 만든다는 자체만으로 영향력이 생기고 있다”며 “기존 미디어의 대안으로서 가능성도 확인하고 기자들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한다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파업 기간에 한시적으로 제작하는 방송이지만, 공중파 언론인들이 대안매체로 떠오른 인터넷 방송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한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파업의 이유와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하는 특별한 방송이니만큼 문제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엄경철 기자는 “기존의 미디어 체제 내에서 보도나 프로그램 통한 언론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들어온 언론인들”이라며 “수신료로 운영되는 방송에서는 제 몫을 하지 못하면서 다른 매체에 한눈 파는 것 자체가 서글픈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인들이 파업에 앞다퉈 나서면서 파업 방송의 인기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파업 방송 현상에 대해 “언론인들은 파업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파업을 수단으로 공정한 방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며 “제대로 된 뉴스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번 파업의 시사점으로 “미디어 환경이 과거의 방식으로 통제할 수도 없고,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파업 영상의 출현은 언론을 장악했던 권력에 보내는 경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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