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망친 언론, 언론인 반성의 몫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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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교수 ‘쓴 소리’…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 방안 등 토론

총·대선을 앞두고 방송·언론계 안팎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후퇴한 언론자유를 되돌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인적 청산과 법·제도의 개선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신문방송학)는 14일 언론인들의 자기반성을 먼저 주문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라디오21 회의실에서 열린 ‘MB가 망친 언론, 이렇게 바꾸자-방통위·방통심의위 해체와 대안,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 방안’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이 교수는 “처음부터 방송·언론사의 구성원들이 더 치열하게 문제제기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언론 자유가 후퇴하는 상황을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 집권 초기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특보 등 ‘낙하산 사장’들이 줄줄이 임명되고, 이후 권력을 비판하는 보도와 프로그램에 대한 통제가 계속됐지만 언론인들이 지금만큼 저항하진 않았기에 방송·언론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작금의 상황을 맞았다는 문제제기다.

“MB(이명박 대통령)가 망친 언론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지만, 여기에 언론인 반성의 몫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처음부터 방송사의 구성원들이 (공정방송 후퇴에 대해) 더 치열하게 문제제기를 했다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지도 모른다. 막판에 와서라도 싸우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더 일찍 대처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중략) 언론자유가 처음 침해당했을 때 저항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큰, 어려운 싸움이 된다. 5공 당시 언론 통폐합이 있었을 때 이를 주도한 쪽에선 상당한 저항을 예상했는데,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때문에 ‘언론인들은 아무 것도 아니군’하며 (통폐합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여러 조짐이 있었다. 저항하지 않으면 안 될 일들이 많았음에도 (언론인들이) 하나하나 양보하며 기다리다 지금의 상황에 왔다. 언론인이라면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선 안 된다. (언론 자유가 후퇴하는 상황이라면) 누울 자리가 없어도 발을 뻗어야만 한다.”


▲ 이남표 성균관대 겸임교수(언론정보대학원, 왼쪽에서 두 번째)가 14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서울 여의도 라디오21 회의실에서 열린 ‘MB가 망친 언론, 이렇게 바꾸자’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PD저널
대선 특보 등 낙하산 사장 원천 봉쇄…공영방송사장추천위 제안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공정방송의 가치를 상실한 작금의 방송 현실에 대한 원인으로 대통령 대선 특보 출신 등의 낙하산 사장이 임명이 가능한 구조를 꼽았다.

발제를 맡은 이남표 성균관대 겸임교수(언론정보대학원)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영방송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 도입과 함께 공영방송 사장 선임 과정에서 대선특보 등 명백한 정치적 입장을 표시한 인사들을 배제하는 것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공영방송의 이사회와 별도로 학계, 법조계, 방송계,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사추위원을 복수로 추천받아 30인의 위원을 위촉한 후, 이들 사추위원으로 하여금 3배수로 사장 후보를 선정토록 할 것을 제안했다. 이사회는 사추위의 평가를 50% 반영해 다수결로 공영방송 사장을 결정해야 한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의 키를 쥔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서도,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이사 전원을 선임하는 방식이 아닌, 여야 교섭단체와 현재의 방통위 해체(혹은 개편) 이후 새롭게 구성될 방통규제 기구에서 각각 추천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박성제 MBC 기자(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전 본부장)는 “사추위를 구성하자는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자칫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기자는 정파적 이해를 배제한 상태에서 이사회의 비상임 이사를 늘리고 이들의 역할을 △사장 추천 △예·결산 △지방사 및 내부 임원 승인 등으로 한정하고 프로그램 제작 등에 일체 간섭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박 기자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경우 현재 9명의 이사가 있는데 이사장은 독립 사무실과 자동차 제공 등의 혜택을 받고, 나머지 8명의 이사들 역시 300여만원에 가까운 활동비와 함께 회의 참석 때마다 회의 50~60만원의 행사비를 지급받고 있다”며 “정부·여당과 가까운 인사나 공천 탈락자 등이 오기 좋은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박 기자는 “방문진이 낙하산 집합소가 돼선 안 된다”며 “(이남표 교수가 제안한) 사추위원의 수 만큼 비상임 이사의 수를 늘려 별도의 회의비·연구비 등만 지급하되, 역할을 축소해 방송 프로그램의 자율성을 해칠 여지 자체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방문진 이사회를 구성할 때 국회와 정부, 청와대, 방통위 등의 추천 몫을 두지 않아야 하며 방송사 내부의 PD협회, 기자협회 등과 같은 현업단체와 노조의 추천권 등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 정부가 법을 바꾼 게 아니다. 제도 개선보다 인적 청산이 우선”

최경영 KBS 기자(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 역시 낙하산 사장을 원천봉쇄를 법제화하는 데 찬성하면서도 “이명박 정부 들어 방송법 등이 바뀌며 이병순·김인규 사장 등과 같은 낙하산들이 들어와 저널리즘을 후퇴시킨 게 아닌 만큼, 제도 개선에 앞서 인적 청산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30인 이상의 사추위를 구성해 사장을 선임하자는 것은 일견 타당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정권에 협력하기 쉬운) 무색무취한 사람이 사장으로 올 가능성이 많다”며 “실례로 KBS이사장을 맡았던 유재천 교수(상지대 총장)의 경우 한국방송학회장을 지내는 등 경력만 봐선 나무랄 데가 없지만 정연주 전 KBS 사장이 해임되는 데 역할을 했다. 이런 분들이 KBS 사장이 됐을 때 언론자유는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 사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 기자는 이어 “KBS본부에서 (사장 추천 제도개선 등에 앞서) 인적 청산과 정연주 전 사장 해임 관련 국정조사, 언론자유 탄압에 협조한 부역언론인에 대한 국정조사·백서 발간·현업 배제 등을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기자는 인적청산 이후 과제로 △출입처 관행 폐지 △주요 국장(보도·교양다큐·시사제작국장 등) 직선제 등을 꼽았다. 그는 “방통위 시행령 등에서 국장 직선제를 보장토록 할 경우 사장과 본부장들은 경영에 집중하고 국장과 평기자·평PD 등은 제작에만 힘쓰는 게 가능하다”며 “방송 구성원들이 이사를 추천하는 것보다 경영과 편성을 분리하는 데 더 바람직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지키기 위해 방송 구성원들이 싸울 수 있는 내적 시스템의 제도화를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YTN과 KBS, MBC에 낙하산 사장이 (청와대로부터) 내려왔을 때 노조는 파업을 하는 등 대항을 했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며 “이전 정부와 비교해 제도가 변하지 않았음에도 방송이 특정인의 전유물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방송사 내부 구성원들이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현재 공정방송위원회 등의 기구가 사측의 관용에 의해 마련될 수 있게 하는 게 아니라 이를 제도화해야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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