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2008년 촛불정국 당시 청와대에 드나들며 <PD수첩> 광우병 보도 대책을 논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현재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노조)는 19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재철 사장의 수행비서 A씨로부터 김 사장과 이명박 정부의 끈끈한 인연을 확인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A씨는 2008년 4월부터 2010년 2월까지 김재철씨가 청주MBC 사장으로 있던 시절 운전을 맡던 수행비서였다. A씨는 2년 전 MBC노조의 ‘39일 파업’ 당시에도 김 사장과 현 정부와의 관계를 증언한 바 있다.
MBC노조가 밝힌 A씨 주장에 따르면 김 사장은 2008년 “<PD수첩> 때문에 머리 아파 죽겠다”는 말을 했으며,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으로부터 청와대를 찾아가 사태를 해결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A씨는 차 안에서 김재철 사장과 최시중 위원장과의 통화내용을 직접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김 사장은 2008년 한 해 동안 청와대를 세 번 드나들었고, 이 때 여권인사를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MBC노조는 또 “A씨가 김재철이 엄 사장을 뒤에서 조종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증언했다”고 전하며 “(김재철 사장이) 엄기영 당시 MBC 사장을 만난 몇 주 뒤 MBC는 구성원들의 뜻에 반해 전격적으로 <PD수첩> 보도에 대한 사과방송을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김재철 사장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MBC노조에 따르면 A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충북 방문 시 김 사장은 지역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대통령과 인사를 했고, 대통령 옆옆 자리에 앉는 우대를 받았다”고 전했다. A씨는 “김 사장의 (정치권과의) 관계를 이용하고자 인사청탁을 하는 고위 공무원까지 있었다”고 증언했다.
정영하 MBC노조위원장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얼마 전 김재철 사장이 임명권자(대통령)의 뜻을 감안한 인사였다는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전 이사장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김재철 사장은 청와대를 들락거리며 <PD수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매신저 역할을 했다”고 비판한 뒤 “그가 본인의 영달을 위해 MBC를 헌납했던 내용들을 후속 공개할 생각”이라 밝혔다.
MBC노조는 오는 20일 <파업채널 M> 스페셜 편을 통해 A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