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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달’ 나만의 드라마 아닌 시청자 것”

[인터뷰] MBC ‘해를 품은 달’ 김도훈 PD 방연주 기자l승인2012.03.19 17: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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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고공행진! MBC <해를 품은 달>은(이하 <해품달>) 매회 자체 시청률을 경신하다가 최종회도 42.9%(닐슨미디어리서치)를 찍으며 마무리 지었다.  이로써 ‘드라마 왕국’ MBC는 최근 시청률 부진의 오명을 벗을 수 있었다. 결방 위기! MBC노조 파업으로 드라마PD총회가 제작거부를 결의하면서 <해품달>은 2회분 방송을 앞둔 채 결방에 이르렀다. 드라마 PD로서 한 번 겪기도 힘들 법한 달콤함과 쓴 맛을 동시에 경험한 김도훈 PD를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뷰 당일은 <해품달> 종방연 다음 날이었다. 밤낮없이 3개월 넘게 달려온 끝에 마지막 공식 일정이었다. 한결 홀가분해 보이는 김 PD에게 먼저 소감을 물었다. “처음 스태프 회의에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했거든요. 지금이 딱 그래요. 뭐가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잘 구분이 안갈 정도로 끝난 게 믿어지지 않아요. 영화 <트루먼쇼>처럼 누군가 저를 깨우며 ‘이제 현실이야’라고 해야 할 것 같다니까요.”(웃음)

   
▲ 김도훈 MBC PD ⓒPD저널

이처럼 유종의 미를 거둔 <해품달> 종영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해품달>의 결말은 치솟은 인기만큼 시청자들의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김 PD는 MBC노조 파업에 따라 종영을 앞두고 2회분 결방이라는 유례없는 결정을 내렸다. 김 PD는 “결정을 내린 몇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길었다”며 “조합원으로서 대의에 동의했지만 영구 결방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갈등이 심했다. 결국 어떤 결정이든 욕먹는 상황이라 나의 길을 가기로 했고 철수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김 PD는 “현장에서 철수했으나 영구 결방은 반대했다. <해품달>은 ‘나만의 드라마’가 아니라 ‘시청자의 드라마’가 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철수한 다음날 촬영장으로 복귀해 매듭지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김 PD의 결정을 두고 ‘고작 하루 철수냐’는 질타도 이어졌지만 종영 시점이 늦춰짐에 따라 출연진의 스케줄이 엉키면 ‘줄 소송’으로 번질 수도 있어 ‘결방’을 택하지 않는 이상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처럼 <해품달>은 우여곡절 끝에 시청률 42.9%를 기록하며 ‘대박’ 드라마로 마무리됐지만 실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최근 수 년간 MBC 수목드라마의 시청률 부침이 컸다. 작년에는 편성국이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를 선보였지만 이마저도 참패를 면치 못했다. 이에 MBC는 김 PD를 구원투수로 낙점해 <해품달>의 메가폰을 쥐어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김 PD는 <로열패밀리>를 끝낸 지 4개월 만에 사극 <해품달>을 맡기엔 물리적·시간적 여유가 없어 선뜻 나서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로열패밀리>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많이 도망 다녔어요. 위로부터 갖은 협박과 회유 끝에 맡게 된 셈이죠. (웃음) 막상 맡았는데 최소한의 여건도 보장이 안되더라고요. 이미 <계백>, <무신> 등 사극이 방영 중이거나 준비하던 상태라 인력, 미술팀, 조연출, 세트장까지 부족한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을 닦달하고 볼멘소리도 했죠.”

사전작업의 진척은 피 말릴 정도였지만 <해품달>은 방영 초부터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관심을 모았다. 여진구, 김유정 등 아역의 열연은 10~20대 시청자 뿐 아니라 4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 PD는 “아역이지만 어른들의 축소판이었다. 아이들이지만 서로 죽고 못 사는 사랑의 이야기를 그려 진지하게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 MBC <해를 품은 달>의 종방연 현장 ⓒMBC

이처럼 김 PD의 연출력은 캐스팅에서 두드러진다. 부러 소년과 성인의 중간 지점에 선 모호한 나이대의 배우들을 아역으로 대거 낙점했다. <해품달>의 인기는 아역과 주연급을 비롯해 이들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김영애, 전미선, 정은표 등 조연들의 명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김 PD의 설명이다. 애초 <해품달>은 젊은 층만을 위한 게 아닌 다양한 연령대가 볼 수 있는 사극을 만들기로 했기 때문에 비중 있는 조연들을 섭외했다는 것이다.

“특히 전미선 씨의 역할이 컸죠. <로열패밀리> 때 큰 며느리 윤서 역할 캐스팅에 난항을 겪던 와중 연말 시상식에 좀 짙게 화장한 전미선 씨가 화면에 딱 잡힌 순간 ‘저 모습이 윤서다’라는 느낌이 와서 바로 연락했죠. 순박한 이미지로만 여겨진 전미선 씨는 실은 선과 악이 공존한 모습을 지녀 장녹영 역할에 제격이었습니다.”

또 김 PD는 판타지 사극에 걸맞은 ‘이미지’ 연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해품달>은 나비가 날아들거나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 주술을 펼치는 모습 등 컴퓨터그래픽(CG)효과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김 PD는 “<해품달>로 서사와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었다”며 “색감과 질감을 강조한 카메라를 사용하고 색 재현을 일일이 지정하는 후반 작업을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색감 표현은 미술과 의상에서도 이어졌다. 김 PD는 기존 사극에서는 과도하게 중국풍 발색에 대한 치우침이 크다고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아름다운 색을 찾고 싶어 미술팀에 청록색, 비취색, 톤 다운된 빨간색 등을 써줄 것을 주문했다. 김 PD의 섬세한 연출 덕분에 시청자들은 판타지 사극의 매력을 맛볼 수 있었다.

   
▲ MBC <해를 품은 달>의 아역 여진구 ⓒMBC

이처럼 <로열패밀리>, <해품달>을 연타로 성공을 거둔 만큼 마냥 승승장구만 했을 것 같은 김 PD에게도 남모를 마음고생이 있었다고 한다. 김 PD는 2008년 <스포트라이트>의 시청률 부진으로 드라마국이 아닌 타부서로 좌천됐다고 한다. 김 PD는 드라마 PD로서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회상했다.

“드라마 그만 두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죠.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당시 프로그램의 송출 확인을 하는 게 업무였는데 프로그램을 계속 보니까 대중들이 뭘 원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그때부턴 사람들이 보고 싶은 드라마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 드라마국으로 복귀한 김 PD의 손에서 <로열패밀리>가 탄생했다. 김 PD는 <해품달> 촬영하며 바쁜 와중에도 트위터를 통해 틈틈이 현장 소식을 전했다. 김 PD는 “시청자에게 겸허하게 귀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PD에게 향후 드라마 계획에 대해 묻자 김 PD는 “세 가지 이야기를 드라마로 풀어내고 싶은데 세 가지가 무엇인지는 비밀”이라며 웃으며 답했다. 김 PD는 끝내 ‘비밀’을 밝히지 않았지만 시청자로서 김 PD의 ‘새로운 드라마’를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방연주 기자  nalav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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